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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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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게 계속되는 장마로 습하고 무더운 날씨가 연속되는 요즘입니다. 섬 지역은 이맘때 아침 무렵이면 안개가 자욱하기 일쑤인데 그날 역시 아침부터 자욱하게 안개가 끼더니 아니나다를까 선박 결항 소식이 들려오던 며칠 전 여름날의 이야기입니다.

전남 완도 노화읍 김준혁 읍장님께서 '버스에서 만난 사람들' 다음 주자로 지명해 청별에서 보옥리로 가는 농어촌버스에 몸을 실어보기로 했습니다. 

안개가 끼어 고즈넉한 청별길을 따라 정류장에 도착하니 정자리와 정동리 어르신 세 분이 버스를 기다리느라 정류장안에 앉아계셨습니다.

 "오메 면장님, 아침부터 먼일이다요?"

 "엄마들하고 같이 버스 타고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들어볼라고 그라죠. 오늘은 제가 버스 차장 할랍니다."

 "그라씨요~ 그란디. 우리 서부쪽도 아침에 7시 버스가 왔으먼 좋겄소. 일 보러 나올라문 너무 늦읍디다."


보길면은 일주 순환도로가 없는 지역으로 버스노선이 청별리를 기점으로 서부(보옥리 방향), 동부(예송리, 백도리 방향), 부용리, 노화 이목리 등 4개 노선이 운행되고 있습니다. 

중형버스 2대로 하루 18회 운행되고 있지만 일주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마을 노선별로는 3회~5회 운행되고 있어, 희망하는 7시에 맞춰 배차시간을 조정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교통 취약계층인 어르신들의 불편 사항을 흔쾌히 해결해 드리지 못해 못내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도로 엉망, 임시 포장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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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읍 이목리를 거쳐 청별리로 들어온 버스 안에는 허리가 아파 이목리 소재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오시는 분, 파마를 하기 위해 첫버스로 나와 미용실에 갔다가 암수술로 몸이 않좋으니 파마를 하지 말라는 미용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그냥 들어가시는 분, 이목리에서 이것저것 장을 보시고 들어가시는 분, 시니어일자리사업으로 초등학교 급식지원 활동을 하면서 정해진 시간에 어린아이들을 만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더 건강해 진거 같다라며 주름진 얼굴로 활짝 웃어주시는 정동리 어머니의 유쾌한 목소리 덕에 버스안이 훈훈해 집니다.

"오라이~"

마을버스는 목적지 보옥리를 향해 바람을 가르며 시원한 바다 풍경을 배경으로 승객들의 담소와 웃음소리를 가득싣고 달리고 달려나갑니다. 

이용환 버스기사님께서 "면장님 이 도로 좀 보씨요. 하수종말 처리시설 한다고 도로를 파서 이렇게 엉망이란 말이요. 임시포장 안되까요?"하십니다.

버스나 차들이 지나다닐 때 많이 불편했겠다 싶어, 그 자리에서 해당 팀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니 임시포장을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주민들의 불편 하나를 해결할 수 있어,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그 밖에 마을 승강장 및 농어촌 표지판 설치, 등문 도로변 돌출 맨홀 사고 위험 대비 정비, 청별리 버스정류장 및 주변 물고임 등 다양한 의견을 주셨는데, 가능한 것은 신속히 개선하고 시일이 필요한 경우에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 주민분들의 불편함을 덜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버스에 승차해 있는동안 차장이 되어 어르신들의 무거운 짐도 내려드리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 내리기에 불편하신 분의 손도 잡아드리고,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도 나누며 어르신들과 눈으로, 마음으로, 몸짓으로 소통하며 평생 마음에 살아있을 소중한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멀어져 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다음 버스탑승자로는 이번에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해 소안면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계창면장님을 추천하며 바톤을 넘겨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현주 보길면장입니다.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보길면, #교통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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