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유아교육·보육통합(유보통합) 실현을 위한 4개 기관 공동협약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유아교육·보육통합(유보통합) 실현을 위한 4개 기관 공동협약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교육부, 보건복지부, 시도지사협의회, 교육감협의회가 14일 영유아교육·보육통합(아래 유보통합) 공동선언식을 했습니다.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를 위해 힘 모은다니 의미있는 자리입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통합정보 홈페이지도 개편했다고 밝힙니다.

유보통합 포함해 더욱 다양하고 폭넓은 노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큰 파도가 바로 코 앞이니까요.
     
내년 초등학교 입학은 2017년생입니다. 출생아수 35만 7천명으로, 사상 첫 30만 명대입니다. 유치원 입학은 2020년생으로, 처음으로 20만 명대입니다.

학령인구 절벽입니다. 우리나라는 상당기간 한 학년 60만 명대였습니다. 저출산으로 어느덧 감소하더니, 2015년 고3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다음 50만명대도 2019년 고3을 끝으로 사라집니다. 첫 번째 파도입니다.

줄어든 학년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60만 명대가 40만명대로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대학에 있습니다. 지방대와 전문대 중심으로 미충원이 속출합니다.

첫 번째 파도가 초·중·고를 훑고 지나가는 동안 교육당국은 무엇을 했을까요? 세종과 울산 등 일부 시도교육청의 '초1 한반 20명' 정책이 떠오릅니다.

내년 2024년은 두 번째 파도의 시작일지 모릅니다. 첫 30만 명대가 초등학교에 들어오고, 첫 20만 명대가 유치원 들어옵니다.

교육당국의 대비가 적은 곳은 폐교나 통폐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학급은 줄고, 학교는 없어집니다. 서울 등 대도시가 더 빈번할 겁니다. 구도심은 중·고등학교도 문 닫고, 새 아파트 동네는 과밀학급입니다. 농산어촌은 대체로 1면 1교라 최후의 보루이지만, 일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문 닫기는 이미 어린이집이나 사립유치원에서 진행 중입니다. 지방의 입장에서 보면 어린이집과 지방대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그 흐름이 학교로 옵니다.
 
2016~2022년 출생아수, 국가통계포털 KOSIS 활용, 2022년은 잠정치
▲ 출생아수 2016~2022년 출생아수, 국가통계포털 KOSIS 활용, 2022년은 잠정치
ⓒ 송경원

관련사진보기

 

파도가 덮치는 것을 속수무책 보고만 있지 않을 요량이면, 발상의 전환도 괜찮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고, 학교에 대한 관점을 뒤돌아보는거죠.

어떤 기성세대는 한 학년 70만 명대, 80만 명대 시기에 학교를 다녔습니다. 일부 공부 잘 하는 학생만 챙기고, 상당수는 안 챙기던 시기였습니다. 아마도 전자였을 당시 기억과 인상으로 지금 학교에 접근하면 곤란합니다.

학령인구 절벽은 대한민국 교육을 '강제 리셋' 시킵니다. 20만 명 시대에서는 학생 한 명 한 명이 정말 소중해집니다. 예전처럼 상위 몇 %만 살피는 어른은 시대와 맞지 않습니다.

학교는 종합 솔루션의 장이 돼야 할지 모릅니다. 학습생활복지일 수도, 통합지원일 수도, 맞춤교육일 수도, 완전학습일 수도 있습니다. 뭐라고 불렀던 간에 학생을 중심에 놓고 교사 등 여러 전문가들이 챙기는 모습입니다. 이미 하고 있는 곳도 있구요. 코로나19 유행 이후 도움 필요한 학생이 늘었다는 관측 또한 있습니다.

경쟁은 고쳐야 할 겁니다. '남과 경쟁'이 아니라 '자신과 경쟁'으로 말입니다. 끊임없는 상향평준화로 학교서열을 완화하는 교육당국의 조치가 중요합니다. 입시경쟁 완화는 아이 키우기 좋은 대한민국의 필수 과목입니다.

학교를 인력 공급으로 여기는 분이 있으니, 60만 명이 20만 명으로 절반 넘게 감소합니다. 상위 10%나 20% 교육시스템으로 노동력을 공급할 수 없습니다. 1명이 3명이나 4명 몫을 해야 합니다. 잠재력이 모두 터져야 가능합니다.

학교가 서열과 학벌로 줄세워진 체제로는 어렵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자신감 아니라 자괴감을 안기기 때문입니다. 서열과 캠퍼스의 담장을 허문 학교들이 학생을 함께 가르치는 체제여야, 인재를 길러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큰 파도가 밀려옵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등 당국도 알고 있습니다. 내 자녀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는 국가를 기다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레디앙에도 실립니다. 글쓴이 송경원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저출산, #유보통합, #학령인구 절벽, #입시경쟁, #학벌사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