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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첫째주, 방방곡곡 진솔한 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체험 함양 삶의 현장'을 연재한다. <주간함양> 곽영군 기자가 함양의 치열한 노동 현장 속으로 들어가 체험하면서 직업에 대한 정보와 함께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흥미롭게 전하는 연재 코너이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 '함양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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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텁지근한 날씨가 연일 이어져 여름이 성큼 다가왔음을 새삼 체감하게 된다. 이맘때쯤 경남 함양군은 양파수확으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낸다. 경남 최대 양파 생산지인 함양군 들녘에는 여기저기 출하를 기다리는 양파들이 도로에 일렬로 정갈하게 쌓여있다.

지난 6월 20일 오전 수동면 인근에서 인부들이 땡볕에 양파를 수확하기 위해 고되게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불안정한 양파가격과 일손부족으로 시름을 겪고 있는 농민들, 그들에게 작게나마 힘을 보태고자 이번 체험지를 양파농가로 정했다.

'까대기'를 아십니까

6월 초·중순부터 이미 시작된 양파수확은 현재 어느 정도 마무리에 접어들었고 지금은 일명 '까대기'(양파를 도로에 옮기는 일)가 한창이다. 현재 함양군 양파농가에서는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들이 부족한 일손을 메꾸고 있다.

오늘 체험을 위해 따로 배울 일은 없다. 단지 힘과 끈기만 있으면 된다. 딱 내 스타일이다. 2인 1조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들 사이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양파 망 하나 무게는 대략 20kg.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금일 할당량은 도로가에 200미터 가량 줄을 서 있는 양파 전부를 트럭에 옮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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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들과 간단한 인사를 마친 후 바로 실전에 돌입했다. 호기롭게 첫 양파 망 머리채를 잡고 트럭과 연결된 컨베이어벨트에 내려놓았다. 노하우는 따로 있겠지만 일을 진행하며 터득할 요량으로 묻지 않았다. 30여 분이 흘러 처음 불규칙했던 호흡도 안정감을 찾아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이야기 나눌 여유까지 생겼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그들은 대구에 있는 모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 밝혔다. 수업이 없는 날과 방학 때면 간간히 농사 현장을 찾아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나의 대학생활과 비교해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새삼 살아온 과거를 반성했다.

도로에 쌓여진 양파들과 트럭의 거리를 유지하며 진행되는 양파 옮기기는 따로 마련된 휴식시간이 없다. 굳이 찾자면 트럭에 양파가 가득 차 교대할 순간 빼고는 없다.

양파를 옮기는 근로자들은 일당으로 급여를 받는 게 아닌 망 하나당 금액을 측정해 급여를 받는다. 쉽게 말하면 양파를 많이, 빨리 트럭에 옮기면 그만큼 보수가 많다. 망 하나당 금액은 300원이며 평균 하루에 외국인 근로자(까대기 작업에 한함)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50만 원에 달한다. 이 말은 즉 오늘 체험을 위해 참여한 취재진이 방해요소란 말이다.

한 팀이 돼 양파를 옮긴 외국인 근로자는 한국의 근무환경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급도 우즈베키스탄 보다 많고 사람들도 친절해 종종 농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면서 "우즈벡의 근무 강도에 비하면 지금의 일은 수월하고 편한 일에 속한다"고 말했다.

양파에 담긴 꿈과 삶

이윽고 교대를 위해 다른 트럭이 들어서며 잠깐이나마 목을 축이는 시간이 생겼다. 이번에는 근무를 바꿔 트럭 위쪽 체험을 위해 올라서니 근로자 한 명이 손사레를 친다. 기계 굉음으로 제대로 된 뜻은 전달받지 못했지만 대충 방해가 된다는 말인 것 같다. 섭섭했다.

다시 내려와 양파를 옮기는 일을 시작했다.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은 끝이 보이지 않는 노동현장의 사정따윈 봐주지 않았다. 흙먼지에 뒤엉켜 양파를 옮겼다. 최대한 근로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고자 두 배로 바쁘게 몸을 움직였다.

노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교대 근무를 근로자들에게 제안했다. 기존 2인1조였던 근무인 만큼 로테이션을 돌며 간간히 휴식시간을 마련했다. 솔직하게는 휴식을 위해 꾀를 낸 것이다.

먼저 외국인 근로자 한 명이 휴식을 취하고 나머지 근무자와 호흡을 맞췄다. 잠깐의 어색함이 감도는 시간이 지나가자 서로 말하지 않아도 합이 척척 맞아 떨어졌다. 말하지 않아도 뜻이 전달돼 서로의 속도가 맞춰졌다. 땀 흘리며 전달되는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 이어 휴식을 마친 근무자가 돌아오고 다른 근무자가 휴식을 위해 자리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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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옮기기가 계속 이어지며 한 외국인 근로자는 자신의 속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올해 대한민국 나이로 26세인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다. 낯선 타국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3년 전 유학길에 올랐지만 타국살이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외국인이라는 선입견과 함께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편견도 그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한국 사람들 대부분 엄청 친절하다. 특히 집주인 아주머니는 항상 먼 나라에서 고생한다며 맛있는 음식을 챙겨주신다. 그러나 간혹 고향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우즈베키스탄 출신이라 설명하면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우리는 이런 노동현장이 아니면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렵다. 본국에 있을 때부터 한국어를 공부해 의사소통 문제는 없지만 일반적인 아르바이트는 구하기 쉽지 않다."

양파는 수확시기에 따라 초극조생·극조생·조생·중생·만생 등으로 세분화하는데 크게는 조생과 중만생으로 구분된다. 파종 시기는 조생이 중만생보다 10~12일 빠를 뿐이지만 수확 시기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3월 하순부터 시작해 5월 상순까지 수확하는 품종은 조생, 5월 하순부터 6월 중순까지 수확하는 품종은 만생이다. 함양군 양파는 대부분 5월에서 6월에 수확하는 중만생종이다.

중만생양파는 흔히 우리가 아는 맵고 아린 맛을 내며 조생에 비해 단단해 저장성까지 높아 이듬해 3월까지 유통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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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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