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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숲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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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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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앞을 지나다가 저곳은 뭐 하는 곳일까, 책을 읽기에는 너무도 현란한 온갖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책을 팔아보겠다고 상가의 한 자리를 용감하게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잘 오셨습니다.

흔치 않은 기회로 얻게 된 이 지면을 어떻게 채울까 많이 고민하다가, 편지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책방을 좋아하는 손님들에게, 그리고 아직 만나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만나게 될지 모르는 잠재적인 손님들에게요. 평소에 손님들께서 주로 궁금해하시던 것들에 대해 차근차근 답해드리며 저와 서점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손님들이 제게 종종 이렇게 묻곤 해요.

"책방은 왜 열게 되신 거예요?"

'저는 그저 책을 좋아해서 하게 된 것'이라고 저로서는 당연하고도 뻔한, 손님 분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낭만적으로 들릴 듯한 대답을 합니다. 저에겐 이 대답이 너무 당연해서 누군가가 궁금해하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데, 알고 보니 저와 같은 직업을 가진 책방지기들이 손님들께 가장 많이 듣는 질문 '톱3' 안에 드는 물음이더군요. 그저 좋아한다는 이유로 무작정 하기에 자영업은 확실히 쉽지 않은 분야였으니까요.

"고독한 책방, 때로는 감옥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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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그리 많지 않은 책방은 대체로 고요하고, 평온하지요. 하지만 동시에 고독하고, 감옥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곳, 누가 언제 찾아올지 몰라 영업시간 내에는 밥도 마음 편히 먹을 수 없는 곳, 책방을 포함한 모든 1인 영업장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죠. 숨만 쉬어도 내야 하는 월세와 관리비에 마음은 한없이 짓눌리는 듯하고, 책이 팔리는 속도와는 무관하게 끊임없이 무서운 속도로 쏟아져 나오는 신간 소식은 자꾸만 부담으로 느껴져요.

저는 책들을 임시 보호하는 임시 양육자 같아요. 주인을 만나 입양에 성공하는 책들을 보면 기쁘지만, 그보다 평생 주인을 만나지 못할 책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요. 역시 책방은 돈이 되지 않는 사업입니다. 그러니 더더욱 책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 책방 운영 아니겠습니까.

정식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은 없지만 만만치 않게 자주 받는 질문도 이어서 소개해 드립니다.

놀랍게도, "여기는 뭐 하는 곳이에요?"입니다. 이 질문과 같은 유형으로 파생된 질문들은 '여기 있는 책은 그냥 봐도 되는 거예요?', '무인 서점이에요? (아니 제가 여기 버젓이 있는데요?)', '커피도 팔아요? '입니다. 인터넷 서점과 대형 서점의 등장으로 경쟁력을 잃은 옛 동네 서점은 어느 순간부터 빠른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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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도서 정가제의 등장과 독립출판 생태계의 형성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독립서점'이 옛 동네서점과는 다르게 각각의 고유한 콘셉트를 갖추고, 책 판매 뿐만 아니라 모임 운영과 음료 판매 등을 가미하여 수익을 다각화한 모습으로 전국에 퍼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비교적 최근에 빠르게 일어난 변화였고, 아마 그동안 책과 멀어진 이들에게는 소리소문없이 찾아왔을 변화였기에 문득 옆에 생긴 낯선 형태의 독립서점은 생경한 곳이었을 듯합니다.

아무튼 이곳은 그런 곳입니다. 지금은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지만, 더 많은 분이 알아차려 주시기를 기다리고 또 더욱 널리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저희 책방이 누군가의 취향의 시작점이 되는 곳이면 참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책방과 같은 작은 동네서점을 돌아다니며 책 취향을 탐색해 보시면 좋겠어요. 인터넷 서점과 대형 서점, 도서관은 탐색하는 곳이라기보다는 '검색하는 곳'에 가깝습니다.

그에 비해 책방의 컨셉에 따라, 책방지기의 취향에 따라 누군가의 책을 고르는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된 독립서점은 일종의 편집숍입니다. 보기 좋게,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책을 소개하며, 더욱 가까이에서 만나실 수 있도록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독서 모임이나 작가 초청 행사, 글쓰기 모임도 진행하고 있어요.

커피를 팔지만, 카페가 아니니 1인 1 음료를 하지 않아도 되고, 도서관은 아니기에 책을 대여하실 수는 없지만 책을 사지 않는다고 해치거나 노려보지 않으니 편하게 구경 오세요.

낭만 책방을 채우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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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책방도 자영업의 일종일 뿐인데 유독 다른 업종의 자영업자들은 흔히 받지 않을 법한 질문들을 받는다는 점에서 특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책방을 열면서 꿈꿨던 것처럼 확실히 낭만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장소이기 때문일까요.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교양 있는 손님들과 책과 관련된 멋진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공간에 대한 로망이 혹시 있으신가요? 혹은 고요한 공간에서 커피 향과 새 책이 풍기는 묘한 잉크 향에 둘러싸여 나의 마음을 확 사로잡는 어떤 문장, 어떤 책과의 만남을 꿈꾸시나요?

그런 상상을 하신 것이라면 분명 맞아요, 책방은 어느 정도 그런 낭만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전제는 바로 '여러분'의 존재랍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먼지만 쌓여가는 책방은 책방지기에게도, 손님들에게도 전혀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토록 낭만적인 책방이 궁금하시다면, 나도 낭만의 일부가 되고 싶다면 역시 보러 오셔야겠죠?

지금까지 손님이 되실 분들께 보내드리는, 책방지기답게 장황한 편지였습니다. 이 긴 글을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분명 글을 좋아하시는 분일 테니, 저희 책방에 조만간 놀러 오시리라 믿고 있겠습니다. 그럼 만나 뵙게 될 날을 기대하며 이만 줄입니다.
 
안해림 바다숲 책방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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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숲책방
경기도 화성시 동탄광역환승로 73(동탄역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 8.0) 상가207동 38호
화~금 11:00~19:00 / 토, 공휴일 10:00~18:00 (매주 일,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badasoop.books
책방지기의 브런치 https://brunch.co.kr/@ohobeerlov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안해림 바다숲책방 지기입니다.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바다숲,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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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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