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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특별자치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자그마한 마을이 있다. 옛날 임금께 미역을 진상했다 해서 미역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어촌, 고포다. 고포마을은 경북 울진군에서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를 따라 넘어가는 국도 7호선 바닷가 쪽에 위치한 마을이다.

도로를 따라가는 동안 도저히 마을이 나타날 것 같지 않은 곳에서 산의 중턱에 오르게 되면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접하게 된다. 가파른 모퉁이를 몇 번 돌다 보면 아담하게 자리잡은 40여 가구의 마을이 나온다. 

지역 번호 달리 눌러야 옆집과 통화 가능해
 
하늘에서 내려다 본 고포마을(2023/7/16)
 하늘에서 내려다 본 고포마을(2023/7/16)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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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고포는 1896년 마을을 가로 지르는 도랑을 경계로 구분되기 시작하였다. 당시 마을은 중심에 위치한 개천을 중심으로 강원도 울진군과 삼척군으로 구분되는 별개의 마을이었다. 이때만 하여도 같은 강원도에 속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1963년 울진군이 경상북도로 편입되면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마을의 중심 개천 좌측은 경상북도 울진군 고포가, 우측은 강원도 삼척시 고포가 된 것이다"라고 한다.

같은 마을인데도 집의 위치에 따라서 경상북도민 또는 강원도민이 된 것이다. 마을 안에 강원특별자치도 삼척과 경상북도 울진으로 뚜렷한 경계선이 존재하지만 사람들의 정만큼은 가를 수 없는 인정이 가득한 마을이다. 
 
고포마을, 바다를 끼고 죄측은 경상북도 우측은 강원특별자치도(2023/7/16)
 고포마을, 바다를 끼고 죄측은 경상북도 우측은 강원특별자치도(2023/7/16)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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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행정구역이 둘로 나뉘어 있어 한 마을 앞집에 살면서도 지역 번호를 눌러야 뒷집에 전화할 수 있으며, 마을회관에서 함께 웃고 즐기다가도 선거를 위해 각각 삼척과 울진으로 나가야 하는 웃지 못할 일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각 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지원금이나 일자리 창출 같은 일은 서로 달리한다.

이때만은 울진과 삼척이 따로 나뉘어 각자가 된다. 마을 회관도 길을 사이에 두고 남쪽에는 울진 고포, 북쪽은 삼척 고포로 갈라져 있다. 자그마한 마을에  회관이 둘이나 있다. 행정적인 업무를 볼 때는 경상도와 강원특별자치도다. 그러나 더불어 살아가는 일에는 도의 경계가 따로 없다. 경상도와 강원도를 가르는 특이한 말투도 없다.

이 마을로 시집와 60년째를 살고 있는 삼척시민 김숙자(80) 할머니는 "시집올 때나 지금이나 마을 인심에 변화가 없습니다. 행정구역만 강원, 경상으로 갈려졌을 뿐이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라고 말한다.

길 건너편에 사는 고포 토박이이자 울진 군민인 김화순(74)씨는 "경상도, 강원도 우리는 몰라요, 전화할 때 지역번호가 033과 064 번호만 다를 뿐 우리네 정은 똑같아요, 미역으로 먹고사는 것도 같고 즐겁게 사는 것도 똑같아요, 살기 좋은 마을입니다" 하고 고포마을 자랑을 한다.
 
삼척 고포마을 회관(마을도로 남쪽으로 있다)
 삼척 고포마을 회관(마을도로 남쪽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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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고포마을 회관(마을도로 남쪽으로 있다)
 경북 고포마을 회관(마을도로 남쪽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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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천으로 놓는 수

고포마을 주민들은 주로 미역에 의존하면서 살고 있다. 고포 해변에서 생산되는 대표 해조류가 미역이다. 고포 바닷가는 미역이 생장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지역 특성상 주변에서 민물이 유입되지 않아 맑고 깨끗함을 유지해준다.

미역이 많이 자생하는 암반에는 그 고유의 미역바위 명칭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미역바위 주변에는 물살이 잔잔하여 이 바위는 '잔촬암'이라 부르고, 어떤 미역바위에는 숭어가 많이 서식한다고 하여 '숭어암'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미역은 주로 해녀들과 잠수부들이 채취한다. 이곳의 미역은 다른 지역의 미역보다도 그 질이 좋아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려시대부터 임금님께 진상하는 '화포'로 알려져 있다.
 
해조류가 붙어있는 암반(2023/7/16)
 해조류가 붙어있는 암반(202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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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이 자라기 좋은 암반(2023/7/16)
 미역이 자라기 좋은 암반(202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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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은 음력 2월 말부터 5월까지 채취한다. 미역은 종횡으로 3~5㎝ 간격으로 자라야 풍년이 든다. 미역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날씨다. 미역은 건조후 3~4일이 지나야 좋은 상품이 된다.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리면 상품에 악영향을 미친다. 짧은 기간 안에 작업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미역 채취와 건조는 마을 공동작업으로 한다.

일찍 베어낸 미역인 '올각'은 부드럽고 맛이 진하다. 이에 반해 늦게 수확한 늦각은 미역이 거칠다. 미역 채취는 건조와 함께 이루어지므로 좋은 날씨를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연산 돌미역 말리기
 자연산 돌미역 말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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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이 나는 철이면 마을은 검은 천으로 수를 놓는다. 마당에서부터 돌담, 바닷가까지 발디딜 틈이 없다. 미역을 말릴 때면 고포마을은 경상도, 강원도가 없이 한마음이 된다. 7번 국도에서 고포마을로 이어지는 입구는 차단되어 도로 전체가 미역 건조장으로 변한다. 고포마을 집 대문에는 이름보다도 고포 미역 판매라는 예쁜 팻말이 붙어있고 담벼락에도 미역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수놓아져 있다.
 
명패 대신에 미역판매라는 팻말이 붙어있다(2023/7/16)
 명패 대신에 미역판매라는 팻말이 붙어있다(202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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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가정에는 이름문패 대신에 고포미역 팻말이 붙어있다(2023/7/16)
 각가정에는 이름문패 대신에 고포미역 팻말이 붙어있다(202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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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강원특별자치도와 경상북도 둘로 나뉘어있지만 두 지붕 아래 한 가족처럼 살아가는 어촌이다. 바다를 끼고 아름답게 형성된 어촌마을 사람들의 따스한 정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고포마을, 옛날에는 울진군은 좌측도로, 삼척시는 우측도로를 이용했다(2023/7/16)
 고포마을, 옛날에는 울진군은 좌측도로, 삼척시는 우측도로를 이용했다(202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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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고포미역, #울진, #삼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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