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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엔 텃밭이 즐거움이다

전원주택에 산다고 하면 텃밭과 잔디밭이 있느냐는 질문이 우선이다. 파란 잔디밭에 앉아 삼겹살을 굽고, 나무 그늘엔 해먹이 하늘 거린다. 텃밭에서 상추와 고추를 따 먹어야 제격이다. 전원에 살면서 반드시 누려야 하는 최고의 옵션이기 때문이다. 이것보다 더 좋은 삶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전원의 삶이란 좋은 것도 많지만 어려운 일도 늘 있다. 

개인주택은 수리할 곳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너무 많다. 사철 변하는 기후에 대비해야 하고, 텃밭을 가꾸기나 잔디밭 보살피는 것도 큰 일 중에 하나다. 돌아서면 삐쭉 올라와 있는 것이 잡초다. 아침저녁으로 잔디밭에 살아야 그럴듯한 잔디밭 보전이 가능하다. 잠시라도 집을 비면 잡초가 제집인양 키를 불렸고, 새들이 곳곳에 집을 차렸다.

전원의 환상을 일으키는 텃밭과 잔디밭은 어떤가? 텃밭의 크기는 얼마가 적당할까? 사람과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로는 그냥 10평 남짓이면 족하다는 생각이다. 조금 넓은 텃밭에 욕심이 있지만, 은퇴 한 늙어가는 청춘이 감당하기는 힘겹기 때문이다. 시골에 자리를 잡고 가꾸는 텃밭은 자투리 땅이 서너 곳으로 나뉘여 있다. 한 곳은 네 평 정도이고, 다른 두 곳은 서너 평이 정도이니, 기껏해야 10 평남짓이다. 농사짓는 사람은 생각할 수도 없는 작은 땅이다.

열 평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지 않으면 상추나 심고, 토마토와 고추를 따서 즐기는 것으로 충분했다. 농사를 잘 짓는 경우엔 그것도 남는다. 이웃에게도 나눠 주고, 친구들에게도 선심을 쓸 정도이니 자연의 신비함에 늘 감탄하기에 충분하다. 작은 밭에 무엇을 심어야 할까? 봄이 되면 품목을 정하는 것이 한 해 농사의 시작이다. 초봄이 오면 우선은 농사지을 채비를 한다. 
 
전원엔 텃밭이 있어야 제격이다. 싱싱한 상추와 쑥갓 그리고 케일과 고추가 어우러지는 밥상은 거절할 수가 없다. 자연이 주는 신비함에 늘 감사해하는 이유다.
▲ 텃밭의 터줏대감, 상추와 쑥갓 전원엔 텃밭이 있어야 제격이다. 싱싱한 상추와 쑥갓 그리고 케일과 고추가 어우러지는 밥상은 거절할 수가 없다. 자연이 주는 신비함에 늘 감사해하는 이유다.
ⓒ 박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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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농사를 준비하다

지난해 가을에 밭작물을 마무리하고 밭을 파서 정리해 놨다. 우선 퇴비를 두텁게 깔아 놓고 삽으로 땅을 파서 엎어 놓는다. 한참의 시긴이 흘러 퇴비가 적당히 스며들 즈음에 밭고랑을 만든다. 흙을 잘게 부수어 적당한 넓이로 비닐을 씌워 놓는 것이 좋다. 비닐은 잡초 걱정도 없고 수분증발도 막을 수 있어서다. 이렇게 준비를 해 놓고 채소를 심을 시기를 기다린다. 

언제 무엇을 심을까? 이웃에 농사 전문가들이 살고 있어 전혀 걱정이 없다. 이웃이 먼저 이야기한다. 상추 심지 않느냐고. 고추 심을 시기가 되었는데 안 심느냐고. 늘 고마운 이웃들이다. 모종이 남았다고 울 너머로 건네준다. 한 번 심어 보라고 씨도라지를 주고, 옥수수 몇 포기를 준다. 넉넉한 이웃덕에 시골살이가 즐거운 하루다. 채소 심을 시기가 되면 모종을 사서 심어 놓는데, 종류는 대부분 같은 것을 택한다. 

시골에서 상추는 빠질 수 없다. 상추도 다양해서 종류별로 택하고, 케일과 쌈추도 빼놓을 수 없다. 겨자채와 쑥갓을 심어야 상큼한 맛을 볼 수 있다. 상추 종류는 대략 30여 포기 정도면 채소의 맛을 충분히 볼 수 있고, 이웃과 친구도 충분히 나눠 줄 수 있다.  

손녀를 위한 토마토도 빠질 수 없다. 방울토마토와 일반토마토를 대략 열 포기 정도 심는다. 여기에 보랏빛을 자랑하는 가지도 심어야 한다. 언제나 보랏빛을 자랑하는 꽃과 가지의 맛을 보기 위해서다. 다시 고추를 포기할 수 없는데, 청양고추와 아삭이 고추를 합하여 20여 포기를 준비하면 농사준비가 끝나게 된다. 

아내와 함께 정성스럽게 채소를 심고,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며 잡초를 뽑아 준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채소밭은 아침과 저녁의 소일거리로 충분하다. 자연이 주는 신비함에 늘 감사하며 순응해야 함을 알게 한다. 

서서히 봄이 무르익을 무렵에 만나는 채소밭의 모습은 언제나 신비롭다. 서서히 자리 잡고 커가는 모습은 신기하다. 작은 모종을 심었을 뿐인데 서서히 자라는 모습, 자연은 늘 위대하다는 생각이다. 어떻게 저런 모습으로 자라 날 수 있을까? 농부가 농사를 짓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전원이다. 아침, 저녁으로 찾아가는 이유이다. 

자연의 신비에 또 놀란다

싱싱한 녹음이 가득한 텃밭이다. 한쪽에선 초록과 붉음이 가득한 상추가 자라난다. 서서히 쑥갓이 몸집을 불리며 향기를 쏟아낸다. 지난해에 심었던 곰취도 모습을 드러냈다. 채소밭이 서서히 모습을 갖춰 나가는 모습은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아름다운 동산이다. 서서히 여름이 익어 갈 무렵엔 토마토가 존재감을 보여준다. 
 
아침을 맞이한 방울 토마토가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한 알을 따서 입안에 넣자 터져 나오는 짜릿한 맛은 어디서도 맛볼 수 없다. 자연이 주는 고마움이며 전원에서 살아가는 재미이다. 오늘도 자연에 감사해하는 이유이다.
▲ 아침 이슬이 맺힌 방울 토마토 아침을 맞이한 방울 토마토가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한 알을 따서 입안에 넣자 터져 나오는 짜릿한 맛은 어디서도 맛볼 수 없다. 자연이 주는 고마움이며 전원에서 살아가는 재미이다. 오늘도 자연에 감사해하는 이유이다.
ⓒ 박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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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꽃으로 단장한 토마토가 작은 알을 달고 있다. 여기에 맑은 이슬이 떨어지고 햇살이 찾아왔다. 이슬에서 튀어 오른 햇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어디서 이런 그림을 볼 수 있단 말인가? 먹고 싶어 심는 토마토가 아닌 구경삼아 심는 토마토다. 붉음과 초록이 적당히 섞인 밭엔 가지가 만든 그림도 무시할 수 없다. 

보랏빛 꽃으로 장식했던 가지가 크게 기지개를 켰다. 이슬을 먹고 바람에 흔들리며 열매를 달았다. 짙은 보랏빛이 가득한 가지가 주렁주렁 열렸다. 한 나무에서 이렇게도 많은 가지가 달렸다고? 이해할 수 없을 만큼의 가지가 열려 줄기가 힘겨워한다. 하룻밤이 지나면 몰라보게 달라지는 크기에 또 찾아가는 가지 밭이다. 서서히 가지와 토마토가 밭고랑을 가들 메우는 사이에 고추밭도 무시할 수 없다. 20여 포기가 자리 잡은 고추밭은 하얀 꽃으로 치장을 했었다.

하얀 꽃이 피었던 가냘픈 고추 줄기, 어느새 검푸름으로 갈아입었다. 작은 고추를 달고 바람결에 흐느끼던 알맹이가 몸집을 불렸다. 볼품없이 흔들거리던 고추가 한껏 몸집을 불린다. 아삭한 아삭이 고추를 따서 투박한 된장에 찍어 먹는 맛, 시골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신기한 맛이다. 여기에 상추가 맛을 거들고, 쑥갓이 향을 뿜어 내는 시골의 정취다. 

전원에서 잔치가 벌어진다

서서히 고추가 가지를 불리고 열매를 달았다. 서서히 밭이 가득해지는 날, 토마토와 가지밭도 가득해졌다. 작은 텃밭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자연의 힘에 힘을 얻는다. 농부가 농사를 짓는 기쁨을 작은 텃밭에서 찾는다. 언제나 존경해야 할 농부들의 발걸음이다. 가끔 찾아오는 손녀는 방울토마토에 깜짝 놀란다. 골짜기의 잔치가 이루어지는 날이다. 

친구들이 찾아오고 손녀가 찾아온다. 삼겹살을 굽고 상추를 뜯어 온다. 상추가 있고, 쑥갓이 있으며 겨자채가 불쑥 자랐다. 여기에 청양고추가 깜찍한 맛을 주고, 아삭이 고추가 풍성한 초록의 맛을 건넨다. 안개가 가득 드리운 산에서 불어오는 아름다운 바람은 거역할 수 없는 신비함이다. 여기에 친구들이 있고 시원한 소주 한잔이 곁들인다.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신비한 맛에 그간의 시름은 술 한잔에 녹아든다. 

전원에서 맞는 텃밭의 풍성함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작은 텃밭이 내어주는 싱그러움에 조금의 고단함과 노력은 비할 바가 아니다. 노력한 만큼 내어주는 자연의 맛에 오늘도 작은 텃밭을 서성이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전원에서 텃밭을 가꾸며 살아가는 골짜기의 이야기다. 자연이 주는 신비함에 늘 감사해하고, 이웃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다.


태그:#전원주택, #텃밭, #전다벝,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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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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