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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활동가와 녹색당 활동가들은 2021년 10월 포스코 국제회의장에서 포스코를 비롯한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는 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150만원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상현 활동가는 포스코의 기후위기 책임을 고발한 직접행동에 대한 유죄 판결에 불복하여 벌금 납부를 거부하고 4월 18일~5월 2일 15일동안 노역을 수행했습니다. 이에 기후재판 시민불복종에 연대하는 사람들이 기후정의와 시민불복종·직접행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기자말]
쿠팡이츠의 배달기본료 일방적 삭감, 불성실 교섭에 맞서 진행했던 ‘쿠팡이츠 공동교섭단’의 집회 중 촬영 사진
▲ 쿠팡이츠 집회 쿠팡이츠의 배달기본료 일방적 삭감, 불성실 교섭에 맞서 진행했던 ‘쿠팡이츠 공동교섭단’의 집회 중 촬영 사진
ⓒ 포스코 기후재판 시민불복종 연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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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플랫폼 중심으로 오늘날의 자본주의가 재편되고 있다. 한국의 '네카쿠라배'로 대표되는 플랫폼 기업들의 영향력은 코로나19 시대를 지나오며 더욱 커졌다. 이번 기고문의 운을 떼며 떠오르는 한 가지 질문은 이들 기업이 과연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에 얼마나,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20세기에 크게 성장한 석유기업, 제조기업 중심의 자본주의는 의심의 여지 없이 기후위기의 가장 큰 주범이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문제에 있어 '포스코'와 '카카오'는 과연 다를까? 그리고 자칭 '혁신'의 아이콘 플랫폼에 노동자들과 기후 운동은 일말의 희망이라도 걸어 볼 수 있을까?

첨단기술, 새로움, 혁신. 플랫폼 기업의 속성이라고 일컫는 이 모든 것은 기존 자본주의의 대안과 미래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플랫폼 기업은 탈탄소화에 힘을 보태는 것은 고사하고 노동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회피함으로써 얻는 차익, 정부와 법 규제의 공백 속에서 발생한 사회적 비용과 책임을 공공에 전가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노동 운동과 기후 운동은 플랫폼이 불평등과 파멸적 자본주의를 더 이상 가속하지 못하도록 오히려 새로운 대응책을 마련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자본의 노골적인 탐욕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지난 역사동안 수많은 투쟁으로 기초를 쌓아 올린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플랫폼 노동자들의 이러한 현실이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고, 사회의 주요한 이슈로 언급되어 왔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의 무책임한 태도와 제도의 공백 속에서 지금도 노동자들은 적절한 입직 제한이나 일감 수요가 통제되지 않아 생활 안전망의 불안, 과잉 고용으로 인한 교섭력의 약화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또한 앞서 언급된 문제들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비용, 도로 위의 안전 문제는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지에서 플랫폼 경제가 기술과 사회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플랫폼 경제는 최저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만 혁신이었다. 앞으로도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플랫폼은 정의로운 전환을 역행하는 고용 불안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현재의 시스템을 바로잡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 중랑구 면목B마트 앞 ‘찾아가는 이동 노동자쉼터 캠페인’에 연대하고 있는 이상현 활동가
▲ 이동 노동자쉼터 캠페인 연대 서울시 중랑구 면목B마트 앞 ‘찾아가는 이동 노동자쉼터 캠페인’에 연대하고 있는 이상현 활동가
ⓒ 포스코 기후재판 시민불복종 연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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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플랫폼 기업에 대해 정부는 '자율규제' 하라며 무책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사회 안전망에서 밀려나고, 자본의 탐욕으로 작동하는 알고리즘의 지시로 다치고 죽어가고 있다. 정부는 이때까지 계속 '노동약자보호'와 '노동안전보장'을 이야기해왔지만, 이를 위해 대체 어떤 일을 했는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정부가 한국사회에서 '노동약자보호'를 외치며 불평등과 맞서고 있는 노동운동을 '기득권노조'라며 죄인으로 만들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임기 1년이 지난 지금, 윤석열 정부는 정의로운 전환의 흐름과는 정반대로 거슬러 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시기, 사회운동의 역할과 책임이 무겁다. 단 한 시간의 노동이라도 그 가치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투쟁을 계속해나가자. 

"9월 22일 JTBC 보도에 따르면 5년 전에는 순위에도 없었던 배달 노동자가 올해 산재 신청을 가장 많이 한 직군으로 나타났다. 우아한형제들, 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플랫폼 사를 통해 일한 노동자가 각각 산재 신청 순위 1위, 9위를 차지함으로써 조선, 자동차 등의 중공업에 속한 노동자들의 산재 신청 수를 압도하는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보도에서 드러난 것은 여전히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다. 다양한 지역 배달대행사를 통해서 일하는 배달 노동자의 산재 신청 수까지 고려하면 전체 배달 노동자 산재 신청 규모는 대표 플랫폼 사로 집계되는 수준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 22. 9. 23. 라이더유니온 공식 성명 내용 中

마지막으로 기후 재난으로 인한 플랫폼 이동 노동자의 산재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최근들어 국내 산재 1위 직군으로 플랫폼 배달 노동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후 재난'에 대한 리스크가 배달 노동자들에게 더해지고 있다.

플랫폼이 코로나 팬데믹, 악천후, 폭염/한파와 같이 배달 수요가 급증할 때 더 많은 배달료를 지급하기 때문에, 배달노동자들은 위험한 상황에 오히려 노동 현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장에 적절한 쉼터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많은 배달노동자들이 한적한 골목, 편의점 의자에서 또는 길 위를 정처 없이 떠돌며 대기시간을 보내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사회안전망 보장과 함께 새로운 안전망 확충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기후가 이동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나날이 커져가는 가운데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쉼터'가 더욱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게 설립되어야한다. 또 기후재난 또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안전과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재난보험'의 개념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라이더유니온에서 활동하는 김지수 활동가가 작성했습니다.


태그:#라이더유니온, #플랫폼노동, #노동권, #전환, #기후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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