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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치유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입니다. 20대(Z), 30대(M), 40대(X)까지 총 6명의 여성들로 이뤄진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편집자말]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지 벌써 6년이 다 되어 간다. 아직도 나는 책을 고를 때, 읽으려고 책을 펼칠 때, 갑자기 나의 머리 속에서 온갖 다양한 핑곗거리들이 떠오른다.

왠지 책상 정리를 지금 해야 할 것 같고, 옷 다리미질을 미리 해야 할 것 같고, 카톡 문자에 지금 답장을 꼭 해야할 것 같다. 그래도 지금까지 그 유혹들을 이겨내고 책을 읽은 게 6년이 되어 버렸다.

2017년 겨울은 나에게 어느 겨울보다 춥고 외로웠다. 나는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마흔이 넘으면서 뒤돌아보니 이루어 놓은 것이 하나도 없고, 내 청춘을 바쳐 열정을 쏟았던 일마저도 공허하게 느껴질 때였다. 마흔이라는 무게가 나에게 버거웠던 것 같다.

사회복지분야에서 책을 출간한 동료가 있었는데 강연를 한다고 함께 가자고 해서 합정의 작은 카페에 가게 된 게 내 첫 독서 생활의 시작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고,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는 작가의 말에 나도 내 삶을 변화시키고 싶어 책을 읽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만권 읽기는 부담스러우니 천권 읽기부터 시작해 볼까!' 하며 당차게 2018년 신년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어릴 때는 교과서, 지금은 업무 서류 외에 일생 책을 안 봤던 나인지라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못할 때가 많았다.
 
사람들이 모여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혼자 읽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책에 대한 호감과 애정이 생겨났다.
 사람들이 모여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혼자 읽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책에 대한 호감과 애정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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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한번 읽어보자 생각하면 그날 생각하지 못했던 모임이 잡히거나 야근을 하거나 평상시에는 재미없던 TV프로그램이 그날따라 너무 재미 있었다. 그러면서 책을 안 읽는 것이 아니라 못 읽는 것이라고 위안을 삼았고, 내 안에서 독서에 대한 저항 운동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독서는 내 취향이 아니라고 포기하려고 할 때 사회복지사 대상으로 독서모임을 모집하는 홍보물을 보게 되었다. 강제라도 한 달에 한 권은 읽어보자라는 생각으로 독서모임을 신청했다.

사람들이 모여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혼자 읽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책에 대한 호감과 애정이 생겨났다. 다음 책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독서모임에서 다음 단계로 매일 책읽기 인증하기를 추가하면서 80일, 100일, 200일 책읽는 날이 늘어났다. 그러다 작년에 300일 정도 읽으면서 80권을 완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독서가 남의 옷 입은 것처럼 아직도 불편하다. 이정도가 되면 끼니를 챙기듯이 매일 독서하는 습관이 생겨야 하는데 미루는 습관이 몸에 콕 박혀 있어 새로운 습관이 생기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좋은 습관은 의식을 해야 실천하게 되고 나쁜 습관은 의식하지 못할 때 이미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나마 독서인증을 하면서 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져 6년 동안 읽을 수 있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읽어야 내 스스로 독서습관을 가질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과정이 나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아직은 독서가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실천을 하고 있지만 이제 생활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책을 읽는다.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
태그:#습관, #독서,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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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가득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24년차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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