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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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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의정부갑)이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소방관 출신으로 21대 국회 때 정치에 입문한 그는 10일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국회가 국민께 안정과 신뢰를 드렸는지 이제는 돌아봐야 할 때"라고도 지적했다. 

오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은 제22대 총선을 1년 앞둔 날이다.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긴 고민 끝에 이 자리에 섰다"며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소방관으로서의 경험에 비춰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정치에 투신했고 많은 의정부 시민분들의 선택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며 "의정부 시민 여러분 그리고 정치가 저에게 기회를 줌으로써 이룰 수 있던 값진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연이은 소방관의 순직... 제 한계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오영환 의원은 지난 3년간 순직한 소방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울컥해했다. 그는 "한 달 전인 3월 9일 '주택 안에 사람이 있다'는 말 한 마디에 주택 화재 현장에 뛰어든 만 29세, 또 한 명의 젊은 소방관 유골을 현충원에 묻어야 했다"며 "그 자리에서 저는 더 이상 버텨낼 여력이 없는 저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였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제 저의 부족감을 인정하고 내려놓을 용기를 낸다"며 "제가 계속 역할을 해야 한다는 오만함도 함께 내려놓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21대 국회는 낯선 감염병,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삶과 희망을 지켜내야 하는 의무 속에서 출발했다"며 "그러나 국회가 이후 과정 속에서 사회적 갈등을 담아 녹여내는 용광로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해 국민께 안정과 신뢰를 드렸는지 이제는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짚었다. 그는 "오늘날 우리 정치는 상대 진영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오염시키는지를 승패의 잣대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민생경제와 국민의 고통 속에서 현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는 것조차 '방탄'이라는 이름으로 매도하고 모든 문제가 전 정부 탓이냐, 현 정부 무능 탓이냐의 극한 대립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은 양보와 타협조차 쉽게 이루지 못 하고 있다."

오 의원은 "대화를 거부하고 오로지 수사와 감사의 역할부터 들이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 고집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도 "2020년 이후 국민이 바라본 국회 역시 국민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봤다. "상대를 악마화하기에 바쁜, 국민들께서 외면하는 정치 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결국 아무 것도 바꾸지 못했다"며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이들을 설득하고 조정해낼 정치적 역량을 제 안에서 찾지 못했다"고도 고백했다.

오 의원은 "오늘날 또다시 정치개혁이 화두로 떠올랐다"며 "그러나 책임져야 할 이가 책임지지 않고, 잘못한 일을 사과하지 않고, 오로지 기득권과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이 우리 정치사회에서 가장 먼저 개혁돼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그는 "책임을 인정하는 의미 없이 말만 앞세운 개혁이 무슨 힘이 있는지 국민 여러분께서 묻고 계시다"며 "저는 그 물음에 '내려놓음'이라는 답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저는 지금도 정치의 힘을 믿는다"... 정치개혁 호소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5호 오영환 전 소방관이 2020년 1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영입행사에서 스포츠 클라이밍 국가대표이자 그의 아내인 김자인 씨 등과 함께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오 전 소방관, 김자인 선수,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조종묵 전 소방청장.
▲ 민주당 영입된 전직 소방관 오영환, 그의 아내는 국가대표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5호 오영환 전 소방관이 2020년 1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영입행사에서 스포츠 클라이밍 국가대표이자 그의 아내인 김자인 씨 등과 함께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오 전 소방관, 김자인 선수,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조종묵 전 소방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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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 의원은 끝으로 "윤석열 대통령께 한 말씀 고하고 싶다"며 "진정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이제 그만 손에 든 칼을 내려놓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 역시 집권 전후의 시간 동안 갈등 치유와 국민 통합에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반성해야 될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전 집권세력에게 모든 책임을 돌린다고 오늘날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고통받는 민생경제와 첨예한 국제 정세 속에 백척간두에 놓인 오늘날 대한민국은 이런 분열과 갈등에서 헤어나오지 않으면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은 마땅히 국민의 고통과 국가의 앞날을 두려워하고 이제는 지도자가 결단해야만 한다. 상대를 비난하고 혐오하는 시위소리를 우리 아이들이 따라부르는 이 사회의 참담함을 멈출 수 있는 것은 결국 오로지 국민 통합을 위해 권력을 손에 쥔 이가 먼저 내미는 화해의 손길일 수밖에 없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금도 정치의 힘을 믿는다. 정치를 통해 이 세상에 가장 소중한 생명과 안전을 지켜낼 수 있고, 국민의 깊은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며 통합과 화해의 길로 이끌 수 있다. 정치를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더 깨끗하고 회복된 환경을 돌려줄 수 있고 부강한 경제대국을 만들 수도, 휘청이는 가계경제에 신음하는 우리 국민들께 희망을 선물할 수도 있다. 정치의 힘이 더욱 신뢰받을 수 있도록 저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킬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오 의원은 "국민을 위해 헌신하던 제가 있던 곳이자 제가 있어야 하고 저의 소원, 저의 사명인 국민 곁의 소방관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한다"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와 함께 민주주의, 평화, 인권, 복지, 평등 그리고 국민 안전의 가치를 대변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할 수 있어 제 삶의 가장 큰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정치적 이유나 상황은 전혀 관계가 없다"며 의정활동을 잘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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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오영환, #총선 불출마, #정치개혁, #민주당,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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