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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설명회장에 모인 주민들. 평일 낮시간에 200여 명의 주민들이 모였다.
 주민설명회장에 모인 주민들. 평일 낮시간에 200여 명의 주민들이 모였다.
ⓒ 장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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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대구 수성구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 대강당에서는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주민설명회가 열렸습니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연 이번 주민설명회에는 200여 명의 주민들이 몰려 대강당이 꽉 들어찰 정도였습니다. 참가자들은 주로 수성구 고산동과 만촌동 주민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일 낮에 이렇게 많은 주민들이 모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그런데 주민설명회 분위기는 초입부터 좋지 않았습니다. 대강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한 주민이 "미꾸라지보다 인간 안전이 우선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입구에는 누군가가 주민들에게 나눠주려고 한 듯한 피켓들도 보였습니다. 문구는 '주민의 행복을 위해 원안대로 실시하라' 등이었습니다. 
 
주민들에게 나눠주려고 주문 제작해온 피켓으로 보인다.
 주민들에게 나눠주려고 주문 제작해온 피켓으로 보인다.
ⓒ 류병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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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이 된 주민설명회

개인적으로 '오늘 주민설명회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는 기우가 아니었습니다. 설명회가 시작되자마자 한 인사가 신분을 밝히지도 않고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그는 고성을 지르며 "이런 설명회를 들을 필요가 없다. 아까운 시간에 왜 우리가 이런 설명회를 들어야 하냐?"고 했습니다.

이어 또 한 인사가 거칠게 단상으로 나서더니 역시 신분을 밝히지도 않고 고함을 지르면서 낙동강유역환경청을 비판했습니다. 급기야 설명회에 나온 수성구의회 의원들을 향해 "주민대표들인 당신들은 뭐 하느냐. 이런 거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세비 받을 자격 없다"는 발언을 하는 등 주민설명회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렀습니다.
 
일부 주민들에 의해서 거친 언사가 난무하며 파행으로 치달은 주민설명회
 일부 주민들에 의해서 거친 언사가 난무하며 파행으로 치달은 주민설명회
ⓒ 장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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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유역환경청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주민설명회는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에서 보도교 설치를 빼는 수정 사업 계획을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였습니다.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의 구간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얼룩새코미꾸리가 발견되는 등의 이유로 보도교를 설치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가 그 근거였습니다. 

이 주민설명회는 수성구청의 요구로 시작됐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보도교 설치 공사(산책로)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사업을 빼버리면 난감하다. 주민들에게 설명이 필요하다"는 구청 측의 요구로 마련됐다고 합니다. 
   
주민설명회 행사장인 행정복지센터 강당 입구에 설치된 보도교 사업 조감도
 주민설명회 행사장인 행정복지센터 강당 입구에 설치된 보도교 사업 조감도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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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마련된 설명회가 시작부터 파행을 맞아 결국 환경단체 자격으로 참가한 '금호강 난개발 저지 공대위' 일행은 자리를 떴습니다. 이후 설명회는 계속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돼, 정말로 사업설명회가 궁금해서 찾아온 주민들 또한 자리를 뜨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미꾸라지보다 내가 못 하냐"는 당신에게

한 인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설명회장에서 나오는 우리 일행을 어떻게 알았는지 따라오면서 환경단체를 비난했습니다. 그는 "내가 미꾸라지보다 못하냐"고 항의하면서 우리 일행의 앞길을 막아서기도 했습니다.

이후 실랑이 비슷하게 진행된 그 인사와의 대화에서 그를 비롯한 이번 주민설명회에 나온 일부 사람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대략 짐작하게 됐습니다. 그는 "이미 예산까지 집행된 사업을 왜 못 하게 하느냐? 사업을 막으려면 사업이 착공되기 전에 막았어야지, 사업이 착공된 후 예산까지 마련된 사업을 못하게 막으면 어떻게 하냐"고 말했습니다. 

이에 필자도 답을 했습니다.

"이 사업이 시작될 때는 대구지역을 대표하는 환경단체인 대구환경운동연합도 이 사업이 시작된 지도 몰랐다. 이후 사업이 착공된 후 본격 공사가 시작되기 직전에 현장에 가서 깃발이 꽂힌 것을 보고서야 알게 됐고, 대구의 3대 습지인 팔현습지에 토목공사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고 급히 문제제기를 하게 됐다.

착공을 했더라도 공사가 본격 진행되기 전이라 급하게 이 사업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착공된 사업이라도 문제가 많다면 시정되는 게 맞다. 그것이 국민 혈세 들여 하는 사업이라면 더욱 말이다."


이야기는 평행선을 달렸고 서로의 입장만 확인한 채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그에게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다시 정리해 전해봅니다. 
 
사업 현장에서 목격된 법정보호종들.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조사에서 서식이 밝혀졌다. 좌상단에서부터 얼룩새코미꾸리, 삵, 수달, 흰목물떼새, 원양, 황조롱이.
 사업 현장에서 목격된 법정보호종들.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조사에서 서식이 밝혀졌다. 좌상단에서부터 얼룩새코미꾸리, 삵, 수달, 흰목물떼새, 원양, 황조롱이.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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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설명회에 오신 수성구 주민들에게 드립니다

금호강 팔현습지는 대구의 3대 습지로 거의 전체가 야생동물보호구역입니다. 이 습지에 수성구청의 주도로 대규모 파크골프장이 들어선 것부터가 잘못된 행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또다시 토건 공사를 벌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거기에 지금 보도교라는 다리를 놓으려는 무제부 구간(산지 구간)은 생태 민감 구역이자 핵심 생태 구역입니다. 산과 강이 연결된 공간으로 야생동물들의 이동 통로이자 서식처입니다. 그곳에 산책로가 놓인다는 것은, 산에 사는 야생동물이 물을 먹기 위해 강으로 접근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것으로, 생태계를 단절시켜버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절대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공 시설을 들여서는 안 되는 구간인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팔현습지에는 산책로가 이미 잘 정비돼 있습니다. 제방길도 있고, 습지 안쪽에 만든 정원 쪽으로도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특히 정원 쪽 산책로는 자연을 맘껏 만끽할 수 있는, 주민들 주장인바 "생태 감수성을 맘껏 함양할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이만큼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는 곳이 또 어디 있을까요?

그런데도 이렇게 중요한 생태 민감 구역인 무제부 산지 앞으로, 길이 없던 곳에 다리를 놓아  인위적 산책로까지 만들어달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으로 탐욕으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개발을 하더라도 상식에 맞게 해야 합니다.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자연을 배려하고 그들과 공존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교량형 산책로는 지나친 욕심이란 것입니다.

그리고 팔현습지에는 법정보호종 야생생물이 여러분이 미꾸라지라 지칭하는 얼룩새코미꾸리라는 희귀 물고기를 비롯 모두 6종(수달, 삵, 원앙, 얼룩새코미꾸리, 흰목물떼새, 황조롱이)이나 살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 법정보호종 6종 발견 ... 이 지역에 토목공사라니요?) 그만큼 이곳의 생태환경이 양호하다는 것입니다. 이곳이 이들의 주 서식처로 지킬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것입니다. 이 팔현습지를 자랑스러워해야 할 이유입니다. 이 습지를 지켜도 지켜야 할 분들이 개발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여러분은 이 길이 없더라도  돌아갈 다른 길이 있고,  살  수가 있지만, 이 길이 놓이면 야생동물들은 이곳에서 살 수가 없습니다.  이곳에서 이들 야생의 친구들을 쫓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러지 말고 함께 보행권 확보 운동을 펼쳐나갈 것을 제안합니다. 시민들이 정말로 산책을 하는 제방길에 차량이 다녀서 보행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차량 통행을 제한해 보행자의 안전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보행권 운동이 아닐까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다니는 길에 차량 통행이 웬 말이란 말인가요? 꼭 이 길을 이용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농민들 핑계를 대지만 이 제방길 말고도 농로가 다 있습니다. 그곳으로 다니면 됩니다. 그리고 이 제방길을 이용하는 이들은 대부분 농민들도 아닙니다. 약간의 편의를 위해서 이 길을 고집한다는 것도 지나친 이기심의 발로입니다.

21세기의 화두는 '공존'입니다. 특히 자연과의 공존입니다. 기후위기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그 기후위기 왜 왔습니까? 과도한 개발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필요 이상의 탐욕적 개발 행위로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라는 전대미문의 비상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탐욕적 개발은 중단돼야 합니다. 적정 수준의 합리적인 개발만 진행돼야 합니다. 제발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삽니다. 지구가 불타고 있습니다. 지금 탐욕적 개발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공멸일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15년간 낙동강을 비롯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기적적으로 살아돌아온 금호강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태그:#금호강, #팔현습지, #낙동강유역환경청, #수성구청, #고모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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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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