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메디치미디어)을 쓴 임은정 검사.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메디치미디어)을 쓴 임은정 검사.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오는 3월 2일 검사적격심사위원회 출석을 앞둔 임은정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각계 시민사회의 격려와 위로에 "감사하고 흐믓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27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임은정 검사에 대한 검사적격심사 철회 요구' 기자회견 소식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최근 본 영화 <영웅>에서 도마 안중근 의사가 법정에서 '누가 죄인인가'를 부르던 대목이 떠올랐다"라며 "적격심사를 준비하는 지금 속상하기보다 감사하고 흐뭇하고 행복하다"라고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2007년 광주 인화원 사건을 담당하며 인연을 맺은 김용목 목사님 등 대책위원회분들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흔쾌히 저와 함께 검사적격심사위원회에 가주시겠다고 하셨다"라며 "탄원서들이 계속 쌓이고 있다. 적격심사위원회에 저와 함께 갈 마음들"이라고 전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지난 27일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 부장검사의 검사적격심사위원회 출석과 관련해 "그동안 검사적격심사는 그 제도 자체가 소신 있는 검사들을 찍어내리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라며 "법무부는 임은정 검사에 대한 부당한 심사를 즉각 철회하기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사제단은 또 "진짜 부적격자들은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면서 용기 있는 내부 고발로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했던 임은정 검사를 부적격 검사로 몰아간다면 우리 사회와 역사는 분명 법무부를 '부적격'으로 판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지난 20일 임 부장검사에게 오는 3월 2일 검사적격심사위에 출석하라고 통지했다.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는 임명 후 7년마다 적격검사를 받는다. 2001년 임관한 임 부장검사는 지난해 적격심사 대상이었다. 

앞서 임 부장검사는 지난 2015년 심층적격심사 대상이 됐으며 2016년 2월 적격 판정을 받았다. 지난 2012년 12월 윤길중 진보당 간사의 반공법 위반 재심사건에서 검찰 수뇌부의 '백지 구형' 지침을 무시하고 '무죄 구형'을 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 일로 임 검사는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검사적격심사를 통한 퇴출 위기까지 겪었다. 5년 소송 끝에 2017년 대법원에서 징계 취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임 검사는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다시 한번 퇴직 명령이 가능한 '심층 적격심사' 대상자로 분류됐다.

"바람은 결국 지날 것... 계속 가보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임 부장검사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3월 2일 검사적격심상위원회 출석을 앞두고 소식을 접한 분들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연락하고 있다"며 "2013년 2월 무죄구형으로 잘릴 뻔할 때 그때는 너무 무서웠고, 2016년 2월 적격심사로 잘릴 뻔할 때 그때는 너무 억울했는데 2023년 지금은 좀 화나기는 해도 무섭거나 억울하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임 부장검사는 "누가 검사인가, 검사란 무엇인가, 개념 정의가 정면 충돌하는 상황에서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에서 저를 부르지 않는다면 이상하다(생각했다)"며 "검사 게시판 글로 찍혀 2015년 김강욱 의정부지검장으로부터 받은 검사 부적격 F 평정이 2016년 2월 적격심사 때도 족쇄가 되더니 2023년 적격심사 때도 또다시 족쇄가 되는 이 황당한 현실이 어이없다. 하지만 부적격한 검찰로부터 받은 F 평정은 검사 적격 평정이라는 생각에 담담하게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윤석열 총장님은 정직 2개월 징계를 받고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복귀한 후 사표 쓰고 정계에 투신하셨다"며 "만약 퇴직명령을 받는다면 저도 당연히 집행정지 신청을 하여 복귀할 테고 윤석열 총장님과는 달리 퇴직명령취소 소송과 국가배상소송이 끝날 때까지 검찰에 굳건히 남아있을 각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 부장검사는 "바람은 결국 지날 것이고, 씩씩하게 계속 가보겠다"라고 강조했다.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메디치미디어)을 쓴 임은정 검사.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메디치미디어)을 쓴 임은정 검사.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한편, 임 부장검사는 지난해 8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인사가 만사다. 사람의 그릇을 좀 제대로 보고 임명했으면 좋겠다. 비전도 좀 가져주시고. 스스로에게 좀 더 엄격하셨으면 좋겠다"라고 공개 메시지를 남긴 바 있다. 

임 부장검사는 "'검사선언'이 검사한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인 지금도 적용된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그 자리에서 발생하는 불행은 본인에게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한때 속했던 검찰을 비롯해 대한민국 전체가 위험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제발 지금이라도 스스로 돌아봤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임 부장검사가 말한 '검사선언'은 아래와 같다.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두움을 걷어내는 용기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듯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이해와 신뢰를 얻어내는 믿음직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기울여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태그:#임은정, #윤석열, #한동훈
댓글4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