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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길어지고, 낮에는 기온이 영상을 유지하는 것을 보니 봄이 오기는 온 것 같습니다. 절기상 입춘은 지났지만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아직 차가워 봄이 오려면 멀었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봄이 '나 여깄지' 하며 슬그머니 고개를 내미는 것 같네요.

봄이 되면 세상은 마치 흑백 텔레비전에서 컬러 TV로 탈바꿈하는 듯 보입니다. 마른 나뭇가지에는 연초록의 잎이 돋아나고 샛노란 개나리들이 마치 별빛처럼 쏟아집니다. 사람들의 얇아진 옷차림에도 채도가 낮은 어두운 색상 대신 밝은 컬러가 돋아납니다. 벚꽃을 닮은 연분홍, 목련을 닮은 아이보리. 저 멀리 아이들을 태운 쨍한 노란색의 유치원 버스도 보이네요. 마친 긴 겨울을 지나 봄의 햇살 속으로 들어오는 것만 같습니다.

산책을 하다 보면 세상의 다양한 컬러를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습니다. 자연은 물론 인공물과 사람들의 옷차림 등 색은 어디에나 존재하는데요.

특히 여성의 옷차림에서 뛰어난 색감각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명암과 채도가 조금씩 다른 자주색 톤으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꾸민 중년의 여성, 검은색 외투에 밝은 청록색 스카프로 포인트를 준 의상을 마주할 때면 눈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즐거운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실제로 여성들이 색채지각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여성들의 색조 화장품을 보면 립스틱의 빨간색은 다 같은 빨강이 아니라고들 이야기하죠. 반면 남성들은 왜 똑같은 컬러의 립스틱을 여러 번 사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채로운 컬러의 세계
 다채로운 컬러의 세계
ⓒ Un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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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의 가설에 따르면 색의 지각능력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원시시대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원시생활에서 주로 사냥을 담당하던 남성은 멀리 있는 형상을 더 잘 보게 되었고, 수렵과 채집을 하던 여성은 나무에 달린 과일이나 덤불 속 먹을거리를 찾아내기 위해 가까운 곳에 있는 색의 차이를 쉽게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요.

더불어 패션과 뷰티 등 외모를 가꾸는 문화가 여성을 중심으로 발달했기에 여성의 색감각능력이 더 발달하게 된 것이겠지요. 몇몇 소수의 여성들은 색채를 지각하는 눈의 추상체를 무려 4종류나 가지고 있어서 무려 수백만 가지의 색을 인식할 수 있다고도 하네요.

흑백의 스케치 위에 물감으로 컬러를 하나씩 더한다고 상상할 때, 컬러가 덧입혀진 그림을 보면 기분이 더 좋아지곤 하는데요. 이건 단순히 기분 탓일까요? 색채심리이론에 따르면 색은 감정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부분에서도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붉은 계열의 색을 보면 식욕이 생기고, 푸른 숲을 보면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색채는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컬러를 자주 접하는 화가는 장수한다는 속설도 있다고 하는데요. 샤갈이 97세, 피카소가 91세, 달리 84세, 모네 86세로 당시의 사람들보다 장수한 걸 보면 단순히 속설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해요.
 
분홍색 의자
 분홍색 의자
ⓒ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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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저기, 한 여자아이가 분홍색 패딩을 입고 걸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이의 걸음마다 마치 딸기우유가 뚝뚝 흐를 것만 같은 달달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핑크입니다. 실제로 따뜻한 분홍은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효과가 있어 아이들과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보호욕구를 자극하고 여성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도록 해서 데이트룩의 컬러로도 좋습니다.

반대로 분홍은 부족하고 연약한 느낌도 가지고 있어서 남성의 경우 주변에 분홍이 너무 많을 때 무기력해진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1980년대 초반의 미국 아이오아 대학의 한 축구 코치는 원정팀 탈의실을 분홍색으로 칠하는 심리적 전술을 취했다고 합니다.
 
뛰어 노는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노란색
 뛰어 노는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노란색
ⓒ Un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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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봄이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색은 노란색인데요. 봄꽃으로 대표적인 개나리나 유채꽃도 모두 환한 노란색이지요. 특히 새 학기의 아이들을 연상하면 노란색이 떠올라요. 마치 병아리 같기도 하고, 오후의 따뜻한 햇살과도 같은 느낌이랄까요?

노란색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노란색을 대할 때 사람들은 행복한 기분을 받는다고 해요. 그렇지만 노란색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짜증이나 불안, 우울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니 색채를 사용하는 데에도 균형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나무의 초록색
 나무의 초록색
ⓒ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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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숲 속을 산책하다 보면 고조된 마음이 가라앉고 평온해지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초록은 색 스펙트럼의 가운데 부분에 위치해서 초록을 보기 위해서는 눈을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보는 일에서조차 피로를 감소시키는 색인 것이죠.

초록의 나무들을 이용한 플랜테리어가 유행하는 것도 다양한 자극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안정과 균형을 찾기 위해 본능적으로 초록을 찾게 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중국에서 초록은 불륜을 상징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초록색 모자를 쓰면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하네요.
 
공원에서 만난 파란색
 공원에서 만난 파란색
ⓒ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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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곳에 푸른 하늘이 있습니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보면 마치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볼 때와 같이 가슴이 탁 트이며 안정감을 얻을 때가 있습니다. 밝은 파랑은 정신을 안정시키고 어두운 파랑은 정신을 자극하여 주의집중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때로 파랑은 슬픔과 우울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파란색은 사고의 논리성과 명료성에 관여하고 지적능력을 자극한다고 하니 책상 근처에 파란색을 두는 것도 좋겠습니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굽어진 고개를 들어 자주자주 파란 하늘을 바라보아야겠네요. 

우리 주변에 펼쳐진 이렇게 수많은 색들이 우리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느껴집니다. 색채에게서 감정을 느끼고, 현재의 기분 상태에 따라 컬러를 선택하는 것이 우연이 아니었네요. 색을 잘 이해하고, 이용하다 보면 감정을 다루는 일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일도 집 밖을 나서 다양한 컬러의 세상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야겠습니다.

오늘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내일도 함께 산책해 주시겠어요?

덧붙이는 글 | *참고한 책들: 색채심리도감(성안당), 마음을 치유하는 컬러테라피(한국경제신문), 컬러의 힘(윌북)


태그:#산책, #걷기, #동네, #컬러, #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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