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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철회'를 내걸고 724일간 투쟁을 벌인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 조합원들.
 '폐업 철회'를 내걸고 724일간 투쟁을 벌인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 조합원들.
ⓒ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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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으로 폐업한 일본자본에 맞서 "질긴 놈이 이긴다"고 외치며 끝까지 투쟁해 웃은 노동자들이 투쟁보고회를 열었다.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안에 있었던 한국산연(산켄전기) 노동자들이다.

공장 폐업에 맞서 투쟁한지 724일 만인 지난 7월 6일 사측과 합의했던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지회장 오해진)가 4일 늦은 오후 창원노동복지회관 강당에서 보고대회를 열어 연대투쟁 성과를 나누었다.

1973년 한국산연을 설립했던 산켄전기는 2020년 7월 9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산연의 해산‧청산을 발표했다. 이후 노동자들은 한국산연 공장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온갖 투쟁을 벌였다.

위장폐업이라 주장했던 조합원들은 부산 일본영사관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선전‧농성을 벌였다. 지역에서는 '한국산연 투쟁을 지원하는 경남대책위'가 결성되어 이들의 투쟁을 도왔다.

2020년 12월에는 윤미향 국회의원을 비롯한 13명, 경남도지사(김경수), 창원시장(허성무)뿐만 아니라 경남도의회와 창원시의회가 일본 후생노동성‧경제산업성과 산켄전기 본사에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조합원들은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노동위는 화해권고를 했지만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최종 결렬됐다. 이후 조합원들은 상경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원정투쟁을 할 수 없게 되자 일본에 있는 노동‧시민단체들이 '한국산연노조를 지원하는 모임', '한국산연을 지지하는 사이타마 시민모임'을 만들어 연대투쟁했다. 이 모임은 매주 산켄전기 본사 앞에서 선전전을 비롯해 투쟁했다.

이 과정에서 이 모임 오자와 사무국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후 석방된 오자와 사무국장은 오는 9일 일본 법원에서 첫 공판을 연다. 민주노총은 올해 2월 정기대의원대회를 열면서 오자와 사무국장한테 감사패를 수여하기도 했다. 일본 시민모임은 2022년 7월까지 매주 한 차례 연대투쟁 소식지를 냈고, 그 횟수가 무려 88회에 이르렀다. 이 소식지에 보면, 연대투쟁의 활동들이 사진과 함께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한국산연지회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 운동도 함께 벌였다. 일부 외국인투자자본은 온갖 특혜를 받으며 기업활동을 하다가 법‧제도망을 피해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일방적인 자본 철수와 노조탄압을 일삼아 고용불안과 지역 경제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어 외투자본을 규제하는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이들은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 토론회를 열기도 했고, 서명운동을 벌여 국회에 법률 개정을 요구했다.

724일 동안 집회와 1인시위, 선전전, 천막농성에 이어 단식농성(14일)을 비롯해, 안 해본 방법이 없을 정도로 온갖 투쟁해온 이들은 올해 7월 6일 사측과 합의했다. 이들은 한국산연 청산을 받아들였다. 합의 사항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산연지회 조합원은 한때 500여명(2010년 전후)이나 되었지만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던 노동자는 12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2명은 다른 업체에 취직을 했고,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이선임 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은 계속 투쟁현장에 있다.
그동안 투쟁에 지쳤던 노동자들은 몸을 추스르거나 건강을 회복해 이날 보고회를 연 것이다. 한국산연지회는 그동안 연대투쟁해온 단체에 고마움으로 시계를 선물했다.

한국산연지회는 724일간의 투쟁을 기록한 자료집을 냈다. 그동안 나온 보도자료와 선전물, 언론보도, 토론회자료, 일본 시민모임의 소식지 등 자료를 한데 모아 총 800여 쪽에 담은 것이다.

오해진 지회장은 "그 기나긴 투쟁의 하루하루는 참으로 처참하고 비통한 시간이었고, 자본과 정권의 탐욕과 비열함에 고통받는 나날이었다"며 "그러나 그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견딜 수 있게 했던 것은 지역 동지들과, 말 한 마디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일본 현지에서 연대투쟁을 해주신 일본 동지들이 있었기 때문에 700일 넘는 그 긴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우리는 '단결한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다시금 할 수 있었다"며 "지역과 일본에서 연대 투쟁을 지원하고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서면 인사말을 통해 "한국산연지회는 단결력과 조직력, 연대투쟁에서 모범적인 사업장으로 손꼽힌다"며 "일본 시민들의 연대투쟁은 국제노동자연대투쟁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석태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노동자에게 국경이 없다는 연대투쟁의 정신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노동자들의 사상을 실천으로 보여준 것이었고, 한국사회 노동자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실천이었다"고 했다.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한국산연 노동자들이 긴 싸움을 할 수 있었던 힘을 말할 때,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사회의 성원을 빼놓을 수 없다"며 "한국산연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하원오 전 한국산연위장폐업철회‧노동자생존권보장 경남대책위 상임대표(현 전농 의장)은 "한국산연 동지들의 투쟁은 무엇보다 단결이 모든 투쟁의 승리의 열쇠임을 입증한 사례였다"며 "시작과 끝을 자체로 계획하고 집행하며 연대의 요구와 선도적 실천은 노동자들의 사회대개혁을 개척하는 소중한 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 투쟁자료집.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 투쟁자료집.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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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산켄전기, #한국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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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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