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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동되지 않은 콘트롤타워

국가는 하나의 유기체다. 두뇌가 있고 몸통이 있고 손과 발이 있다. 유기체가 하나의 신경망으로 연결되어 상호 정보를 감지하고 판단하여 외부환경에 대응하듯 국가 또한 두뇌와 몸통, 손과 발이 통신망이라는 신경세포를 가지고 전쟁과 범죄, 재난안전에 관한 정보를 획득하고 판단, 분석하고 대응한다. 

그런데 유기체가 대응에 실패했다. 곧 죽음이 뒤따른다. 유기체가 대응에 실패했다는 것은 유기체의 특정 부분이 어떤 이유로든 작동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국가 유기체가 작동되지 않았다는 데는 대개 두 가지 원인을 들 수 있다.

첫째는 신경조직인 통신망이 망가진 경우다. 두 번째는 콘트롤타워인 지휘부가 제역할을 하지 못한 경우인데, 거의 모든 국가대응 실패의 원인이기도 하다. 세월호 때 그랬고 이번 이태원 참사 또한 콘트롤타워의 무능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압사 사고로 이어지기 몇 시간 전 벌써 현장으로부터 위험 신고가 11건이 있었다 한다.

적어도 10만 명 이상의 군중이 예상된다는 보도가 며칠 전부터 있었고, 현장에서 위험 112 신고가 들어오고 있었다면 지휘부는 어떤 보고를 받았고 또 어떤 지시를 했는지가 조사의 핵심 대상이 되어야 한다. 위험신고가 연이어 들어왔던 그 시각 경찰지휘부는 어디에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반드시 밝혀야 하는 이유다.

제도의 미비, 매뉴얼의 부재 탓하지 마라. 무능을 국민에게 밝히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또 전 정부에서 못했던 것이라고 전가할 텐가. 

무엇이 문제인가

윤석열 정부는 책임 회피, 책임 전가의 정부인가. 행사의 주최 측이 있고 안전을 의뢰하는 장소에만 경찰과 소방을 배치해 왔다는 말인가. 주최 측이 없는 축제나 경기, 콘서트의 안전은 외면해도 된다는 뻔뻔스러운 변명이 아닐 수 없다.

과거 주요 행사장의 경찰과 소방 동원 실태를 살펴보라. 무엇보다 10만 명 이상 군중이 모일 것으로 추정되는 축제의 장을 개최하는 데 행사 주체가 없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용산구청은 축제와 관련하여 이태원 상인연합회와 아무런 교감이 없었다는 것인가. 주최 측 없이 행사를 개최하는 것을 알고도 시민안전대책을 외면했다면 직무유기와 다름없다.

소방 또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자유로울 수 없다. 소방은 재난안전관리법을 수행하는 핵심 대응기관이다. 따라서 과거부터 주요행사장에는 시민의 안전을 위하여 사전에 대규모의 인원을 차출하고 현장에 배치해 왔다. 뿐만 아니라 행사 현장에 지휘소와 응급의료소를 설치-운용해 온 관례가 있었다. 왜 이번은 아니었나. 이 점 또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정부는 수사를 받아라

직무를 소홀히 하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망각한 정부는 사고 원인 수사를 할 것이 아니라 피고의 입장에서 국민의 엄중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 현 사태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로 답해야 한다. 

태그:#이태원 참사, #콘트록타워, #경찰, #소방, #유기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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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소방공무원으로 33년을 근무하고 서울소방학교 부설 소방과학연구소 소장직을 마지막으로 2014년 정년퇴직한 사람입니다. 주로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현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과거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방전술론' '화재예방론' '화재조사론' 등을 집필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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