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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의 하나인 영축산 정상.
 영남알프스의 하나인 영축산 정상.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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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한국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취서산장은 한국에서 보존해야 할 문화라 생각한다. 등산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와 추억을 주고 있다."

영축산(靈鷲山, 해발 1081m, 일명 취서산)에 있는 취서산장이 보존되기를 바라며 한 외국인이 쓴 글이다. 산장 입구에 "전국 산악인 여러분, 철거 반대 서명에 동참 부탁드립니다"는 글귀와 함께 놓여진 수첩에는 이 외국인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보존을 염원하며 글을 써놓았다.

이들이 취서산장 지키기에 나선 이유는 울산광역시 울주군이 산장 철거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울주군은 산장이 불법 시설물이라며 자진 철거 계고장을 보낸 상태다.

1999년에 생긴 취서산장은 올해로 22년째다. 울주군은 산장지기 이아무개(65)씨한테 지난 9월 1, 2차 계고장을 보냈고, 지난 20일 3차 계고장을 통해 자진철거하도록 했다. 울주군은 "산지에 불법으로 설치한 시설물로 산지관리법 위반"이라며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울주군은 11월 중순까지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한다는 계획이다.

영남알프스 아홉(9) 봉우리 가운데 하나인 영축산은 가지산도립공원 구역 안에 있고, 울주 삼남읍 방기리와 경남 양산시 하북면‧원동면의 경계다. 취서산장은 영축산에 있는 유일한 쉼터다.

울주 쪽에 있는 취서산장은 울산 시가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어 등산객들은 꼭 들리는 곳으로 인기도 높다. 지난 6월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이 산장에서 들러 컵라면을 먹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가 됐다. 

산장 측은 등산객들이 문 전 대통령이 앉은 자리를 많이 물어봐 의자에 알림 표시를 해놓기도 했다. 의자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님 앉으신 자리입니다. 6월 8일, 7월 27일"이라고 적혀 있다. 산장지기는 "하도 물어 보는 등산객이 많아서 일일이 대답하기도 그래서 적어 놓은 것이지 다른 뜻은 없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퇴임‧귀향 이후 네 차례 취서산장에 들렀다. 
  
영축산 취서산장 의자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앉았던 자리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영축산 취서산장 의자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앉았던 자리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 이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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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축산 등산을 한 김아무개(39, 창원)씨는 "산장이 철거된다고 해서 사람들이 아쉬워하더라. 풍광도 좋고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곳인데 어떻게든 보존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장이 거기에 오래 전부터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산장은 단순히 등산객들이 잠시 머무르며 음식을 먹는 장소뿐만 아니라 조난사고나 산불이 나면 연락하는 등 역할을 하게 된다"고 했다.

산장 측은 철거 반대 서명을 받아 울주군에 전달할 예정이다.
  
산장지기 이아무개씨는 "산장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쉬어가는 길목이다. 구조 활동이 여기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구조에 필요한 준비를 하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지만 산불이 나면 빨리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영남알프스에 등산객이 많이 오는데 봉우리마다 산장이 하나씩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전국 다른 유명 산들도 거의 대부분 산장이 있다"며 "구조 활동과 준비 도움 등 여러 역할을 배제한 채 철거만 이야기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철거를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산악인들은 절대 철거는 안 된다며 탄원이라도 해보자고 해서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며 "조만간 모아서 군청에 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울주군청 관계자는 "지난해 불법 시설물이라는 신고가 있어 처리를 하려고 한다"며 "자진 철거 계고장을 보냈고 안 되면 행정대집행을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철거 반대 서명에 대해 그는 "행정은 법령에 따라 처리할 수 밖에 없고, 법령을 어기면서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태그:#영축산, #취서산장, #울주군, #영남알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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