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강한 자가 승리한 자라기 보다 끝까지 버티는 자가 승리한 자라는 격언에 고개를 끄떡이는 경우가 있다. 재능보다는 불굴의 노력으로 프로에서 살아 남은 투수 전유수의 이야기다. 전유수가 KT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으며 길었던 프로 생활을 마감했다. 그의 억척스러웠던 프로 생활을 기억해 보자.

전유수는 현대 유니콘스가 2005년 거의 끝 순위로 뽑은 카드다.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았던 전유수는 경찰청으로 입대하기 전까지 2군 무대 중간 계투 투수로 버티고 버티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의 가능성을 알아 본 것은 경찰청이었다.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2군 세이브왕에 올랐다. 2012년 이름이 바뀐 넥센으로 돌아온 후에도 2군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를 달구던 전유수는 5월 SK 최경철과 트레이드 되면서 SK 유니폼을 입었다. 전유수는 SK로 팀을 옮기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전유수는 SK의 허리를 맡아 전천후로 뛰었다. 2014년에는 67경기에 나와 84.2이닝을 소화했다. 성적도 7승 4패 5홀드의 성적을 올렸다. 2015년 역시 2014년과 마찬가지로 66경기 77.2이닝을 소화하며 3승 6패 1세이브 5홀드의 성적을 거두었다. 2년 동안 전유수는 SK의 마당쇠로 전력을 다했다. 전유수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동안 233경기 마운드에 섰다. 평균적으로 매년 60경기 가까운 경기를 소화했으니 매년 SK 40% 경기에 투입된 꼴이다.

2016년까지 너무 많은 경기를 소화한 전유수는 30살이 되며 직구의 구속이 뚝 떨어졌다. 한때 포심 최고 구속이 150km에 달하는 전유수였지만 140km 초반까지 급격히 떨어지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구위가 떨어지자 1군에 머무는 시간 역시 급격히 적어지며 2017년과 2018년 별 다른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2018년 시즌이 끝나고 KT의 남태혁과 트레이드 되며 선수 생활의 전기를 맞았다.

전유수는 KT 이강철 감독을 만나 제 2의 투수 인생을 맞았다. 포심을 버리고 투심만 던지는 투심볼러로 전향하면서 다시 불펜의 중심으로 돌아 왔다. 투수 최고참으로 KT 젊은 투수들의 맏형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 전유수는 KT에서의 원년인 2019년 62경기 66.1이닝을 소화하며 3승 1패 1세이브 7홀드를 거두었다. SK시절 전성기로 돌아온 것이다. 2020년에도 47경기에 나오며 5승 4패 2세이브 3홀드를 수확하며 건재를 확인했지만 2021년부터는 뚝 떨어진 구위로 경기 출장이 많이 줄었다. 2021시즌이 끝난 후 처음 실시한 퓨처스 FA를 신청했지만 상처만을 남기며 연봉이 삭감되며 KT와 재계약했다. 

올 시즌 전유수는 선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구위는 떨어졌고 KT 1군 불펜에는 틈이 없었다. 나지완 은퇴 경기가 있었던 10월 7일 나지완을 상대하기도 했다. 나지완 은퇴 경기 10월 11일 전유수는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을 뿌린 전유수가 이렇게 프로와의 이별을 선언했다.

전유수는 양지에서 뛰었던 화려한 투수는 아니었다. 팀을 위해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을 아끼지 않는 투수였다. 다른 불펜투수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가능하면 본인이 더 던질 수 있도록 코칭스태프에게 부탁하는 투수가 전유수였다. 어떻게 보면 전유수는 머리가 좀 나쁜 투수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을 돌보지 않고 희생하는 투수가 있었기에 그가 뛰었던 SK와 KT는 단단한 불펜 투수진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화려하지는 않지만 팀에 꼭 필요한 투수가 바로 전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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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 '남선생의 야구이야기'를 통해 국내 프로야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적인 날카로운 비평보다는 오랜 야구팬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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