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해 겨울이었다. 한파가 며칠째 이어졌다. 그 서슬에 노동문학관 주변의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어 가고 있었다. 아주 많이 추웠던 그날은 엄동 바람이 세차게 불어 몸은 물론 마음까지 더욱 움츠러들게 했다.

밤은 깊어졌지만 바람 소리에 심란해진 나는 잠 못 들고 자꾸 뒤척였다. 그 순간, 스산한 바람 소리에 묻혀 미약하게 아기 울음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귀 기울여 들어보니 길고양이의 울음소리였다. 숙소 창밖에서 들려온 그 소리는 점차 멀어져 가더니 이내 끊겼다.

다음날 이른 아침, 지난밤 끊겼던 창밖의 그 울음소리에 잠을 깼다. 창문 블라인드를 올리고 밖을 내다보니 피골이 상접한 까만 털옷을 입은 길고양이가 보였다. 그 모습에 '까망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추위에 떨고 배고픔에 시달린 '까망이'의 몸은 바싹 말라 있었다. 마주친 눈망울이 내게 먹을 것을 간절히 요청하고 있었다. 요기할 음식과 물을 주고 서둘러 읍내로 나가 마트에 들러 사료를 구입해 왔다.

이후로 현관 앞 신발장 옆에 사료와 물을 놓아주고 있다. 그릇이 비워지면 다시 사료를 채워주고, 수시로 깨끗한 물로 교체해 주고 있다. 언제든 배고프면 와서 먹고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까망이'를 위해 놓아주기 시작한 먹이를 이제는 형편이 같은 길고양이 '누렁이', '얼룩이', '점박이' 등도 먹고 간다.

그들이 먹을 것을 두고 서로 부딪히는 갈등을 피하려고 조율한 결과인지는 모르나 식사하러 오는 시간이 각각 다르다. 노동문학관 인근을 자신의 구역으로 확보한 '누렁이'만 식사와 상관없이 수시로 보이지만, 나머지는 하루에 한 번 정도 편한 시간에 와서 먹고 간다.

그들의 식습관은 인간과 전혀 다르다. 인간은 이미 알맞게 배가 불렀는데도 맛에 매료되어 과식을 일삼지만, 그들은 절대로 그리하지 아니한다. 알맞게 배가 부르면 미련 없이 먹이를 남겨두고 자리를 떠난다. 먹이를 앞에 두고 '욕심欲心'과 '사욕私慾'을 함부로 부리지 않는다. 그 덕분에 다른 개체가 남은 먹이를 먹을 수 있다.

어떠한 것을 정도에 지나치게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을 '욕심'이라 하며,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이나 만족만을 탐하는 욕심을 '사욕'이라 한다. 몸으로 살아가기보다 머리로 살아가는 것에 더 치중하기에 우리 인간에게 '욕심'과 '사욕'이라는 낱말이 필요해졌을 것이다.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그들이 그 먹이를 먹는 모습을 곧잘 지켜보았다. 잘 먹고 가는지 지켜보았다. 매번 보이던 개체가 보이지 않으면 불행한 일을 당했는지 걱정되었다. 걱정되는 마음에서 먹이를 주고 지켜보았다.

그러나, 1년 가까이 지난 현재 혹시 내가 그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고 있다. 먹이 주는 것이 걱정을 내세워 즐기기 위한 행동이라면 그것은 분명 나의 '욕심'이고 '사욕'일 것이다.

"욕심이 많아 설치는 거지." 내가 노동문학관 건립을 위한 건립위원회를 조직할 때 몇몇 주변 사람들이 나를 향해 한 말을 누군가가 전해준 말이다. "명예 사욕을 위해 지은 거지." 노동문학관 건립 후 몇몇 주변 사람들이 나를 향해 한 말을 누군가가 전해준 말이다.

노동문학관은 일제강점기 카프 시점부터 현재까지 우리사회의 노동과 노동문학의 참된 얼과 가치를 현대는 물론 후대에 전하고 심어주기 위해 건립했다. 지자체 등 공적 시스템을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기에 부득이 사적으로 추진 건립했다.

그러나 공공성 확보를 위해 건립위원회를 조직해 건립했다. 건립 후, 추진할 때부터 세운 계획에 따라 현재 지자체 등에 기부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건립 목적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 운영예산 등의 문제로 난색을 표하며 선뜻 받아주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현실이 이러하다. 나 죽기 전에, 내가 살아있는 동안 이러한 내 뜻이 성사되길 간절히 바란다.

내가 노동문학관을 죽을 때까지 소유하다가 자질과 능력이 안 되는 자식들에게 상속한다면, 그것은 틀림없는 나의 '욕심'이며, '사욕'이다.

덧붙이는 글 | 정세훈(시인, 노동문학관장)


태그:#사는 이야기, #칼럼, #길고양이, #욕심, #사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