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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무엇부터 먼저 잘할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시간이 지나고 때가 되면 비슷하게 가게 된다.
 아이가 무엇부터 먼저 잘할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시간이 지나고 때가 되면 비슷하게 가게 된다.
ⓒ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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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개월 아들을 키우고 있는 아빠 입장에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을때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분 중 하나는 타고난 부모는 없다는 사실이다. '사랑과 보살핌도 많이 받아본 사람이 베풀줄 안다'는 말이 있다. 어린 시절 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이후 편부가정에서 형제없이 성장했던 나는 일상적인 가정의 모습을 잘 모르고 컸다.

특별히 어긋나거나 비뚤어진 구석은 없지만 보통의 친구들은 진작에 겪었을만한 부분이나 일반적인 가정에서 우당퉁탕 하는 등의 경험이 별로 없다. 때문에 함께 사는 요령, 어린아이를 돌보고 보살피는 등의 생활에 대해서는 몰라도 너무 몰랐다.

그래서인지 아들이 태어나고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도 남들보다 꽤나 느렸지않나 싶다. 아내 옆에 붙어서 함께 하기는 했는데 말 그대로 열심히만 했다. 보통의 좋은 아빠들처럼 잘하지는 못했다.

안아줄 수 있을 때 안아주기를 잘했다

그나마 개인적인 생각으로 처음부터 잘한 것을 꼽자면 많이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는 등 스킨십을 많이 했다는 부분이다. 늘 돌아보면 아들에게 미안하고 아쉬운 것 투성인지라 여러 가지 마음이 담겨있지 않았나 싶다. 처음에는 '스킨십을 많이 하는 것이 좋나?' 싶은 적도 있었다. 주변에서 '자꾸 안아주다 보면 습관이 되어서 계속 안아줘야 하니 적당히 하는 것이 좋다'는 충고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말에 상관없이 안아주고 또 안아준 것은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니까 안아주고 스킨십을 하는데 거기에 무슨 다른 이유가 들어가겠는가. 많은 부모들이 자식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거리를 둬서 낯설다는 말도 하던데, 안아주고 그런 것도 다 때가 있지 않겠는가. 자식이 부쩍 크고 그러면 그때는 실컷 안아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시기도 오지 않겠는가. 안아줄 수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초보 아빠로서 그간 배운 것 중에 가장 크게 무릎을 쳤던 것은 이른바 '기다려주기'다. 무슨 육아관련 프로그램을 보니 거기서 '엄마 아빠들이 아기 나이를 물을 때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는 개월수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던데 거기에는 그 나이 때 못하는 것들에 대한 걱정도 포함되어있다'는 말이 나왔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일정 부분은 공감이 됐다. 늘 남을 의식하고 살지는 않겠지만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나이에 비해서 말이 좀 서투네요', '아직도 기저귀를 떼지 못했어요?' 등 주변의 반응에 민감해질 때가 있다. 비슷한 또래들이 하는 것을 우리 아이가 하지 못하면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데 거기에 다른 부모들로부터 그런 얘기까지 들으면 기분도 나빠지고 걱정이 더 커지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표현은 하지않았지만 또래 친구들이 하는 것을 못하거나 뒤처지는 듯 보여지면 슬며시 걱정이 됐다. 다행히 아내는 육아 쪽으로는 참을성이 많은 편이었다. 강제적인 방법으로 지시하듯 훈육을 하기보다는 '이것은 이렇게 하는게 좋아'라며 틈날 때마다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나갔고 '때 되면 다 하게 되어 있어' 하면서 차분히 기다려줬다.
 
아이가 성장하는 깊이는 부분별로 다 다를 수 있다.
 아이가 성장하는 깊이는 부분별로 다 다를 수 있다.
ⓒ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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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보면서 부부가 배웁니다

나 역시 아내의 육아방식이 현명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기가 저런 말을 제대로 알아듣기는 할까?', '언제까지 기다려야돼?'라면서 조급한 마음도 들었던게 사실이다. 아내와 나는 서로 간에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고 아이와도 붙어서 지내는 쪽이라 그 영향 탓인지 아들은 또래들보다 말은 빨랐다. '저 나이에 저런 표현과 문장을?' 하면서 부모인 우리도 놀랄 정도로 언어구사능력이 좋다.

하지만 몸을 쓰는 쪽에서는 다소 느리게 보였던 것도 있었던지라 이따금씩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 지금 와서 보면 이것은 지극히 욕심이었다. 상대적인 비교로 우리 아들이 느리게 보였던 부분들, 그 비교가 되었던 아이들은 반대로 말이 느리고 소통적인 부분에서 아들만 못했다. 각자가 느리고 빠른 부분이 있는 것이거늘 아들이 덜 올라온 쪽만 집중해서 본 것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보니 확실히 그렇다. 이른바 기저귀를 떼는 부분으로 말을 해보자면 아들이 다소 민감하게 굴어서 또래들에 비해 배변교육을 늦게 시켰다. 정확히 말하면 거의 안 했다고 보는 게 맞다. 그냥 '쉬나 응가가 마려우면 엄마 아빠를 불러. 옷 안에다 싸면 찝찝하고 힘들잖아' 등 아들의 장점인 소통능력에 기대서 반복적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나 쉬 마려워', '응가 나올 것 같아' 등 본인이 적극적으로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밤기저귀까지 한방에 떼버렸다. 아들보다 한두 살 많은 형 누나들도 밤에 잠잘 때는 기저귀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대소변이 마려우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해결을 본다.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외려 빠른 결과가 일어났다.

기다림의 효과를 보게되자 다른 부분에서도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억지로 시키기보다는 아들이 흥미를 가질 때까지 기다려줬고 충분히 지켜보게 했다. 대신 잠깐씩 맞는 행동을 했을 때는 바로 바로 그 자리에서 칭찬을 해줬다. 그 결과 조금 느리지않나 싶던 부분에서도 기저귀를 뗄 때처럼 어느 순간에 한번에 바뀌어버리는 경우가 늘어났다.

퀵보드 같은 경우 7~8개월은 그냥 끌고만 다니다가 얼마 전부터는 정말 능숙하게 코너링까지 하면서 탄다. 덕분에 우리 부부 역시 정말 많은 부분에서 배우고 있다. '조금 늦어도 괜찮습니다. 때 되면 다 하더라고요.' 어디선가 들어본 육아에 관한 이말이 더더욱 확실하게 느껴지는 최근이다.

태그:#초보아빠일기, #성장속도, #기다려주기, #서두르지않기,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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