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산 베어스가 2023시즌 9위를 확정했다. 2010년대를 대표하는 팀으로 불렸던 두산 베어스의 올 시즌과 미래를 진단해 보자.

올 시즌 전 전문가들은 두산의 전력을 6, 7위 수준이라고 평하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여기에 덧붙여 '전력은 6위, 7위권 이지만 두산의 저력으로 보아 가을 야구 진출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아마도 2021년 4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여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던 두산의 재림을 예고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정작 두산이 올 시즌 받아든 성적표는 전체 9위로 초라하기 그지 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어려운 질문같지만 성적 하락의 이유는 명료하다. 두산의 전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주전급 선수들이 꾸준히 유출되었고 선수 외에 선수들을 촘촘히 지탱하고 있던 훌륭한 코치진 역시 많이 팀을 떠났다. 좋은 선수와 지도자 유출이 많았으니 성적 하락은 당연하다. 김재환, 정수빈, 허경민은 여전하고 화수분 야구를 통해 배출해낸 빤짝이는 신인 선수들도 많지만 베테랑과 신인을 연결하는 중간 선수층은 예전 두산과 다르게 얕아졌다. 

올 시즌 두산은 초반부터 꼬였다. 에이스 중에 에이스 미란다가 부상으로 제 기량을 찾지 못하면서 공을 제대로 던져 보지도 못하고 퇴출 당했다. 미란다가 빠져 버리니 꼭 잡아야 할 경기에 대한 예측이 서지 않는 야구를 할 수밖에는 없었다. 타석에서는 전반기 김재환의 부진이 아쉬웠다. 여기에 팀의 쌍포라 할 수 있는 양석환마저 기대에 못 미치니 팀 득점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2021년 팀타율 .268로 전체 2위였지만 2022년 두산의 팀타율은 .255로 7위까지 떨어졌다. 팀홈런은 전체 8위다. 이전 두산 야구에서 최대 강점이었던 수비 역시 아쉬움이 많았다. 팀 수비의 핵심 김재호의 노쇠화에 대한 대안이 아직 없다.

두산이 왕조로 군림수 있었던 데는 김태형 감독의 공도 크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두산 선수층을 완전히 장악한 김태형 감독은 단기전 승부사로 명성을 얻었다. 통합과 화합의 리더쉽이라기 보다는 독불 장군형 리더쉽이기 때문에 꼰대 스타일이라는 비난도 받았다. 하지만 성적은 이런 모든 논란을 잠재운다.

스타일이 이렇다보니 프런트와도 선수와도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스타일이다. 성적이 좋을 때야 아무 문제가 없지만 9위라는 성적표를 받아 드니 이제 경질설이 나오는 것도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4연패 삼성 왕조를 이루어 낸 류중일 감독도 9위라는 한번의 성적으로 경질된 바 있다. 현재로서 김태형 감독의 재계약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두산은 감독 계약에 있어 오너 결정권이 절대적인 팀으로 알려져 있다. 외부 요인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 모시기에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되었던 NC와 삼성의 감독대행들이 좋은 성적을 내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경질 소문이 무성했던 롯데의 서튼 감독은 프런트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꼴찌 한화의 수베로 감독은 팬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김태형 감독의 향후 거취가 어떠할 지 궁금해진다. 

두산은 짠물 구단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정작 구단이 콕 집은 FA 선수들의 대우는 결코 나쁘지 않다. 박세혁을 비롯한 2023년 FA 역시 그런 두산의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시즌 즉시 전력감으로 분류되는 김유성에 대한 처리도 두산의 과제다. 두산은 학폭 사건으로 NC가 지명 철회한 김유성을 올 시즌 드래프트 2순위로 뽑았다. 두산 관계자는 '결국 김유성이 직접 만나 해결해야 한다. 직접 피해자와 합의를 통해 풀어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라며 적극적인 해결을 도모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분위기는 밝지 않다. 피해자가 김유성을 학폭으로 고발하자 김유성 측은 명예훼손으로 상대를 다시 고소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첨예화된 상태다. 2022년 외국인 선수로 뛰었던 투수 로버트 스탁과 브랜든 와델의 재계약 여부는 아직 모른다. 오랜 시간 두산의 타석에서 불방망이를 휘둘렀던 페르난데스는 재계약 불가가 확실시 되고 있다. 2023년 좋은 성적을 위해 두산의 해외 스카웃팀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명문 구단 두산의 9위 몰락은 충격적이다. 지난 수년간 상위권을 차지했다 보니 드래프트 순위가 낮아 좋은 신인 선수를 데려오기 어려웠다. 그런 면에서 내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두산이 자랑하는 신인 팜에서 성장한 알토란 같은 젊은 선수들도 있다.

구관이 명관일지, 새 술은 새 부대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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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조기퇴출 김태형감독재계약여부 두산오너의개입 페르난데스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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