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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난 가을의 문턱이지만 더위는 아직도 여름이라고 가을의 웃자락을 붙든다. 아마도 여름이 그냥 가기가 아쉬운 가보다. 지난 주말 며칠이면 지고 말 꽃무릇을 보기 위해 남편, 동생과 선운사로 출발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시간은 오묘하다. 꽃들도 피는 시기가 있어 그 순간을 놓치면 절정인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가 없다. 
 
꽃 무릇 꽃이 피어 마치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하다
▲ 선운사 꽃 무릇 꽃 무릇 꽃이 피어 마치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하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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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순간 멈춤을 하면서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가끔 가다 삶이 지치면 기운을 얻는 곳, 나만의 카렌시아를 찾는다. 쉼 없이 달리기만 하면 몸도 마음도 아플 수 있다. 그 장소가 여행이어도 좋고 내가 안식을 얻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좋다. 시간의 흐름은 자꾸 내 삶이 소멸되어 가고 있음을 인지한다. 나에게 주어지는 그날 그날들을 즐기고 싶다. 나이듦은 하루하루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옛날 사찰에 불공 드리러 온 아가씨를 보고 연모한 스님이 사모의 정을 못 잊어 상사병을 얻어 생을 마감한 자리에서 피어났다는 전설을 지닌 꽃무릇. 그 그리움의 크기만큼 눈물을 멈출 수 없어 피를 토하듯 한이 서린 꽃이라서 그럴까? 붉은 꽃이 핏빛으로 피어있다. 꽃의 전설만큼 꽃을 바라보는 마음도 애달프다. 아름다운 꽃들을 바라보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선운사 꽃무릇은 추석을 전후로 절정인 꽃을 볼 수 있다. 올 추석은 조금 빨라서 추석이 일주일 지난 이쯤 꽃이 한참일 것 같아 꽃구경을 나섰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꽃은 지고 말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용기를 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선운사에 피어있는 꽃 무릇
▲ 선운사 꽃 무릇 선운사에 피어있는 꽃 무릇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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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계절이 하나씩 지나갈 때마다 아쉽고 쓸쓸함이 찾아온다. 사람들은 어찌 그리 잘들 아는지, 몇 년 만에 찾아온 선운사는 온통 자동차와 사람들 물결이다. 전국에서 온 버스도 많이 주차해 있다. 겨우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니 뜨거운 공기가 훅하고 온몸을 감싼다. 더워도 너무 덥다. 정말 지금 9월이지만 여름보다 더 덥다. 그래도 참아야지 어쩔  수 없다. 
 
선운사에 피어있는 꽃 무릇
▲ 선운사 꽃 무릇 선운사에 피어있는 꽃 무릇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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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려 몇 걸음 걸어가니 온통 꽃무릇이 마치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천지다. 전국에서 사진을 찍으려 모인 사진가들, 등산객들, 나들이객들로 사람 물결, 꽃 물결이다. 이 아름다운 모습들을 모두 눈에 넣고 추억을 남긴다. 나이 든 어르신들도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자녀의 손을 잡고 꽃들을 보면서 즐기고 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에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꽃무릇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천상의 세상을 걷는 느낌으로 하루를 보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ㅣ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선운사, #꽃 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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