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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행 비행기에서 40대 남성이 아이를 동반한 부부에게 폭언을 하는 모습
 제주행 비행기에서 40대 남성이 아이를 동반한 부부에게 폭언을 하는 모습
ⓒ MBC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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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김포에서 출발해 제주로 향하는 에어부산 BX8021편에서 40대 남성이 승무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기내에서 난동을 피웠다. 아기가 울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40대 남성은 연신 죄송하다는 아기 부모에게 "애XX가 교육 안 되면 다니지 마! 자신이 없으면 애를 낳지 마! 이 XX야"라며 폭언을 퍼붓고, 급기야 승무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기내에서 마스크까지 벗었다.

이 남성은 아기가 울어서 피해를 봤다고 하지만 목격자에 따르면 "장시간 오래 운 것도 아니고, 다 합쳐도 두세 번 울었을까 말까"라고 한다.

아기가 운다고 욕설을 한 40대 남성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아기가 장시간 울고 부모가 방치한다면 승객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다만, 아기가 비행 내내 계속 운 것도 아니고 부모가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마스크까지 벗고 욕을 한 것은 지나쳤다.

이 사건을 보면서 과거 일이 떠올랐다. 제주에 사는 기자는 딸이 태어나고 한 달 만에 비행기를 탄 적이 있다. 제주에서 출산했지만 추운 겨울 날씨에 난방비를 감당하지 못해 서울 부모님 댁에 가기 위해서였다.

갓난아이를 비행기에 태울 경우 울어서 다른 승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탑승 시각을 아이가 가장 오래 자는 시간대로 예매했다. 처음에는 계획대로 아이가 잘 잤다. 그러나 폭설로 비행기가 김포 공항에 착륙하지 못하고 청주 공항으로 간 뒤 활주로에서 대기를 했다. 

처음 1시간은 잘 잤던 아이가 2시간이 넘으니 깨서 울기 시작했다. 폭설로 오랜 시간 기내에서 앉아 있었던 승객들이 점점 눈치를 줬고, 아내와 나는 좌우 옆자리 승객들에게 "죄송합니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우리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약간 떨어진 좌석에 앉아 있던 어떤 승객이 "에이 XX 시끄럽네"라며 혼잣말 비슷하게 내뱉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또 다른 승객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어른들도 좁은 기내에서 몇 시간 있으면 짜증이 나는데, 아기는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저도 아이를 키운 부모이고, 아기들은 원래 우는 거니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울컥했다. 아기를 낳은 내가 죄인이라는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다가 마치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마음이 풀렸다. 너무 고마웠다. 아기가 울면 부모는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한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계속 울면 입을 틀어막을까라는 생각까지도 한다. 하지만 전쟁터도 아닌 데 그럴 순 없다.

얼마 전 고등학생 아들이 혼자서 비행기를 탔다. 옆좌석에 있던 아기가 비행 내내 울어서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동생이 어릴 때 비행기에서 울었던 생각이 떠올라 참았다고 한다.

비행기를 자주 타는 기자는 옆좌석에서 탄 아기가 울어 미안하다는 부모를 만나면 꼭 이런 말을 해준다. 

"기압 때문에 비행기에서 아기가 우는 것은 당연합니다. 부모가 불안해하면 아기는 더 웁니다. 저는 괜찮으니 아이 먼저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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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미디어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취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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