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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몸에 적신호가 하나둘 찾아든다. 비켜갈 수 없는 세월의 나이 앞에 예외 없이 누구나 찾아드는 불청객이라고 인정을 하면서도 왠지 서글픈 마음이 먼저 앞서는 것은 무엇일까. 치아가 세월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아버지는 날씨가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이면 유난히도 팔다리 통증을 호소하셨고 어머니는 딱딱한 음식을 마음 놓고 자유롭게 씹어 내질 못해 늘 치아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다. 그때는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했다.

위쪽에 있는 양쪽 어금니가 약속이나 한 듯 동시 다발적으로 통증을 호소한다. 잇몸이 부어 올라 마치 왕사탕을 물고 있는 느낌이다. 의사 선생님은 한숨을 크게 내 쉬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발치입니다." 치아의 사형 선거가 내려지는 순간이다.

예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었다. 의사 선생님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발치라고 했고 나는 진료를 포기하고 병원을 뒤돌아 나왔다. 결국 치과를 몇 군데 발품 판 대가로 발치 대신 인공 잇몸뼈를 이식해서 십 년 넘게 치아의 생명을 연장했다.

지금 상황이 그전에 상황과 별반 다른 것이 없다. 오늘도 예전의 생각만을 가지고 희망의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발치에서 더 이상 발전할 그 무엇도 없었다. 치아를 혹사시킨 관리 소홀의 대가이다.

발치를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는 환자의 행동에 의사 선생님은 난처한 표정인 듯하다. 결국에 발치에 대해서는 며칠 더 상태를 지켜보기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잇몸 부분 염증 치료로 마무리했다.

캐나다에서의 치과 치료비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싸다. 다행히 직장 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어 일정 부분 커버가 되기는 하지만 치료 허용 부분이 극히 제한되어 있어 웬만한 진료는 자부담으로 지불해야 한다.

진료가 끝나고 의사 선생님은 잠시 치아 관리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임플란트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 중 한국이 세계 2위라고 한다. 순위를 듣고 나니 2위보다는 1위가 어느 나라인지가 흥미진진해간다. 극장에 가 보면 서양인들은 햄버거나 팝콘을 먹고 있는 반면 한국인은 딱딱한 땅콩과 오징어를 씹고 있다고 한다. 

서양인들에게 김치를 씹어 보라고 하면 힘겹게 한참을 씹는다고 한다. 한국인들에게 김치는 질긴 섬유질이라는 생각보다 최고의 야채 중에 하나라는 인식을 가지고 섭취해왔다. 나는 김치를 식탁에 올릴 때에는 칼로 썰어 올려놓는다. 간혹 김치 잘게 먹을 일이 있으면 손으로 세로로 찢어내어 먹게 된다.

한국의 강한 음식물로 인해 치아가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생겨나고 치아의 생명력이 단축된다고 한다. 결국엔 음식 습관으로 40대 정도가 되면 임플란트가 시작되고 서양인들 경우에는 60대 이후부터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

강한 섬유질과 딱딱한 음식물을 섭취하는 한국인보다 더 강적인 나라가 어딜까.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식용으로 조리해 먹는 중국 정도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1위는 이탈리아였다. 그들은 육류를 먹어도 뼈 부분까지도 씹어 섭취를 한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은 수십 년 동안 딱딱하고 질긴 섬유질 음식물을 씹어 왔는데 발치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치아를 좀 더 치료로 고쳐서 쓰려는 노력보다는 가진 치아에 좀 더 신경을 써서 유지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지금 나이에 가장 적절한 치아 관리 방법이라 전해주고 자리를 떴다.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흔히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아쉬움과 미련을 가지고 산다. 우리는 늙어가는 시간에 대한 두려움만 집중해서 살아간다. 사소한 부분까지도 애정으로 살펴가지 못한 지나간 시간을 후회한다. 지금부터라도 소홀했던 치아에 좀 더 애정을 가지고 못다 한 사랑을 듬뿍 담아 줘야겠다.

태그:#치아, #치과병원, #발치, #치과,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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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Daum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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