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살면서 꿈을 꾼다. 거리가 단정하고, 시끄럽지 않으면 좋겠다. 공기가 산골만큼은 아니어도 곳곳에 작은 마을숲, 학교숲이라도 있어 풀과 나무 향을 맡을 수 있으면 기쁘겠다. 산보할 때 불법으로 세워둔 차 때문에 걸음이 안 막히면 좋겠다.
거리에 덕지덕지 광고 문구와 간판으로 도배질을 한 상가 빌딩이 늘어섰다. 보고 와달라는 호소일 텐데, 숫제 강요로 비친다. 눈이 어지럽고 불쾌하다. 보고 싶은 맘은커녕 불매운동이라도 벌이고 싶을 지경이다.
번화가 옷, 화장품, 휴대전화기 매장 지나칠 때 귀를 안 막아도 되길 소망한다. 스피커 내달고 뽑아내는 음악은 소음 공해일 뿐이다. 부릉부릉 폭발음 울리며 종횡무진 내달리는 배달 오토바이들, 배기관 불법으로 개조해서 엔진 소음 높이는 어설픈 스포츠카들은 고막을 찢을 정도다. 아무데서나 담배 피우고 꽁초 내던지는 사람들, 플라스틱 종이컵 휴지조각 내던지고도 태연한 사람들, 그만 좀 봤으면 좋겠다.
큰 범죄에 비하면야 별것 아닐 수도 있다. 사람 많은 도시라 그러려니 문제 삼을 것까지 있을까 싶지만, 관행으로 굳어진 불법 무질서를 언제까지 참아야 할까? 담배꽁초, 플라스틱이나 종이컵 휴지 따위를 함부로 버리면 경범죄처벌법 위반이다.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 처분 대상이다.상점의 시끄러운 음악 소음도 법에 정한 '인근소란'에 해당하니 단속 대상이다.
오토바이 소음과 과속 난폭운행 문제는 누구라도 참기 어려울 지경이다. 한밤중 주택가 골목까지 누비며 굉음을 울려서 시민들 잠을 깨울 정도다. 소음진동관리법, 자동차관리법, 도로교통법이 있어도 운전자들은 거의 지키지 않는다. 정부와 지자체, 경찰은 이따금 기간을 정해 단속에 나설 뿐 엄정하게 법을 집행한다고 보기 어렵다. 어지러운 불법 광고물도, 먼지 펄펄 날리는 공사장도, 도시 변두리의 쓰레기 무단 투기, 쓰레기 불법 소각도 누가 신고하지 않으면 넘어가고 만다.
얼핏 사소해 보이는 법규 위반 행위의 바탕엔 남이야 어찌 됐건 나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이기심이 깔렸다. 주택가 이면도로의 무단 주차는 공공의 공간을 훔치는 짓이다. 소방차 통행할 공간을 막았으니 이웃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한다. 불법 주차한 틈새로 아이들이 뛰어 나가다 차에 치어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어린이의 생명과 가정의 행복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
소음 높이며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모는 것은 시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정신 건강을 짓밟는 짓이다. 교통법규 무시하고 달리다 사고를 내면 의료비, 보험금을 비롯해서 결국 국가 사회 공동체에 부담을 끼치게 된다. 흡연의 즐거움을 누리고 던져 버린 꽁초, 시원함을 즐기고 내던진 음료수 컵은 바다로 나가 미세 플라스틱으로 부서져 환경을 더럽히고 물고기 몸에 들어갔다가 결국 우리네 밥상에 올라 인체 건강을 위협한다.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즐거움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와 지역사회의 법과 질서를 유지할 책임을 가졌다. 바늘 쌈지에서 도둑이 난다고 했다. 작고 사소한 법규 위반을 내버려두면 질서가 흐트러지고 사회 기풍이 바로 서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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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 오른쪽 에어컨 상단에 "21도"로 표시돼 있다(빨간색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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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쌈지는 도처에 보인다. 최근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회의장 냉방기 온도가 21℃를 가리키는 보도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은 양복과 넥타이 차림이었다. 장, 차관급 참석자들도 비슷했다.
법규는 아니지만 정부가 고시한 공공기관 냉방 온도 28℃ 기준에 맞추고 대통령 스스로 전기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모두 상의 벗고 넥타이 풀자고 나섰어야 마땅하다. 에너지와 자원 과소비로 기후위기가 닥쳤다. 정부와 정치 지도자가 자연과 환경을 망가뜨리며 대책없이 온실가스 내뿜는 대규모 개발 정책에 앞장서는 것은 미래세대가 살아갈 기반을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짓밟는 짓이다.
서울 지하철 1호선 대방역에서 여의도 동쪽과 서쪽으로 가는 두 노선의 시내버스가 있었다. 아침 출근시간대에 승객들은 흩어져 기다리다가 버스가 오면 달려가 서로 먼저 타겠다고 다투며 북새통을 벌였다. 여성들은 떼밀려 구두가 벗겨지거나 넘어지기도 했다.
한 시민이 나섰다. '동쪽 노선은 이쪽, 서쪽 노선은 저쪽, 줄 섭시다, 앞에 서신 분, 기준 하세요, 기준!' 버스 회사에 노선 표지판을 세워달라고 요청하고 사흘 줄서기 캠페인 끝에 질서가 잡혔다. 전철역에서 나와 줄을 서면 다투지 않아도 수월하게 버스를 탈 수 있게 됐다. 1995년 10월 중순의 일이다.
법과 제도는 질서를 세워 시민이 안전하고 쾌적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틀이다. 기초 생활 환경부터 기후 대응까지 법규 지키는 시민이 이익과 보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공동체와 미래 세대의 것을 가로채려는 자에겐 염치를 알게 해야 한다. 대통령, 그리고 경기 고양시장 등 지자체장의 책무다.
박수택 생태환경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