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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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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는 '윤석열 정부 노동시간 유연화의 문제점과 과제'라는 주제로 정흥준 시간센터 연구위원(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의 발제로 6월 월례토론을 열었다. 정 교수의 발제를 정리했다.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주단위에서 월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대로 최대 92시간까지 일하는 것이 가능해져 노동자의 건강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방안이다. 또한 이는 연장근로시간은 1주에 12시간까지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한 영역인데, 정부에서 사전논의도 전혀 없던 내용을 졸속적으로 이슈화하면서 기업들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의 경우, 기본급이 낮고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의 비중이 높은 한국 임금 체계에서 다른 보완 없이 곧바로 적용될 경우, 노동자들의 실소득이 감소될 수 있다. 심지어 악용될 경우 노동자는 실소득도 감소하고 실제 휴가는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2019년 기준 노동자의 연차휴가 소진률은 72.4% 수준으로 현재의 연차휴가조차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한국 일터에서 저축된 휴가를 다 쓰지 못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오히려 실근로시간이 늘어나게 되는데, 정부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가 노동시간 단축 방안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어 문제이기도 하다. 

 
노동시간 유연화는 과로 유발, 노동자의 노동시간 선택권 축소를 낳는다.
 노동시간 유연화는 과로 유발, 노동자의 노동시간 선택권 축소를 낳는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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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근로시간제는 1개월 단위로 정해진 총 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업무의 시작과 종료, 1일 근로시간 등을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로, 이를 3개월로 확대한다는 것이 정부 발표다. 그런데 정부도 인정한 것처럼 이 제도의 실제 도입률은 6.2%로 낮아,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보기가 어려운데 이 단위 기간을 연장하려는 의도는 실질적으로는 연장근로 관리기간을 최대 3개월까지 확대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크다. 

스타트업 등 연장근로 확대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급증하고 있던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늘리겠다는 것이고, 이는 사실상 스타트업이라는 특정 업종에 한해 주 최대 52시간을 적용하지 않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 스타트업 및 IT업종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것은 노동자 권리에 대한 과도한 침해다. 

이번에 새롭게 논의되고 있는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의 폐지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문제라기보다는 일부 노동자에 대해 법정근로시간제도를 아예 무력화하는 것에 가깝다. 이 제도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는 것을 제도화한 것이 아니라 법정근로시간 주 40시간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 그나마 미국에서는 CEO 등 고위 관리직을 주 대상으로 한다면, 한국에서는 일반적인 '관리직 노동자'까지 대상을 높이려고 할 가능성도 있어 더욱 우려된다. 

이렇게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설계는 과로 위험을 증가시키고, 실소득 감소와 '공짜 노동' 증가를 낳을 우려가 크다. 게다가 노동조합 가입률이 낮고 노동조합 없는 현장이 많은 한국 사회에서는 이들 제도가 사용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악용되어 활용될 가능성이 크고, 상대적으로 미조직 노동자들의 권리가 더 많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하여 노동조합은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 중앙정치의 시간이 아니라, 현장의 시간임을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탈법에 맞서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내는 활동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특히 윤석열 정부 초기 2년 동안의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 초기 2년간 노동조합은 정책역량과 투쟁역량을 최대한 집중하여 노동개악 시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노동시간 유연화와 관련해서는 국민적 반응도 뜨거운 편으로, 노동운동이 좀 더 공세적으로 대응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민주노총과 거리를 두겠지만 한국노총과는 적극적인 타협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럴 때일수록 양 노총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지난 성과를 잘 지켜내고 정부로부터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노동개악들은 끈질지게 논의하고 조합원과 국민(미조직 노동자)들을 설득하여 정부 스스로 폐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어진 토론과 질의 응답 시간에서 참여자들은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고 유럽 대부분의 나라보다 연간 500~600시간 더 일하는 상황에서 노동시간 유연화는 사실상 장시간 노동을 편하게 강제하는 방침일 뿐이라는 데 공감했다. 노동자들의 시간 선택권을 보장하는 형태의 노동시간 유연화는 다른 효과를 가질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노동시간 특례제도 폐지, 노동시간 규정 적용 제외 업종과 사업 폐지나 축소, 노동 사이 11시간 휴식 등 후방규제 도입 등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과제를 적극 제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시간 축소는 임금체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조직된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의 이해관계나 우선순위가 다른 것처럼 드러나는 순간도 많다. 그럴 때 특히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권리,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동운동, 사회운동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다짐과 함께 토론회가 마무리되었다. 

노동시간센터는 매달 월례토론을 열고 있다. 7월은 '가전 판매노동자의 노동실태'를 주제로 7월 28일 저녁 7시에 열린다. (발표 자료 보기 : http://kilsh.or.kr/?p=5438)

[관련기사]
논의도 없이... 윤석열정부 노동정책 끼워넣기는 국민 '기망' http://omn.kr/1zj7k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최민 상임활동가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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