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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선 내내 작동하지 않더니 수리점에 가자마자 잘 작동한 선풍기
▲ 선풍기 집에선 내내 작동하지 않더니 수리점에 가자마자 잘 작동한 선풍기
ⓒ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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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한바탕 쏟아진 뒤 무더위가 찾아왔습니다. 창고 깊숙히 넣어 두었던 선풍기를 꺼내 먼지를 닦아냈습니다. 드디어 콘센트에 코드를 꼽고 전원 버튼을 눌렀지만 어라,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원에 불이 켜진 걸 보면 전기는 흐르는 게 분명한데 무슨 이유인지 날개는 가만 있습니다. 

켜기와 끄기, 바람 세기 버튼들을 달리하여 여러 번 눌러 보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선풍기가 고장 난 게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이튿날 아내가 버튼을 눌러보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야속하게도 선풍기는 바람 한 점 내놓지 않았습니다. 구입한 지 불과 일 년 남짓밖에 안 된 선풍기라 속상하였습니다.

작년 여름 주로 아들이 자신의 방에 놓고 쓰던 선풍기입니다. 혹시 아들이 고장 내놓고는 그동안 모른 체 하였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아니랍니다. 작년까진 이상 없이 잘 썼답니다. 이 선풍기는 주인이 자신을 찾기까지 창고에서 오래 기다리는 동안 바람을 일으키는 작동법을 잊어버린 걸까요? 

오늘 오후, 여천시내 A 가전수리점에 맡기고자 선풍기를 챙겼습니다. 혹시나 해서 다시금 코드를 꼽고 버튼을 눌러보았습니다. 그대로였습니다. 두세 차례 다시 해봐도 똑같았습니다. 수리점에 맡기기 전 다시금 작동하는지 점검한 까닭이 있습니다. 약 석 달 전에 진공청소기가 먹통이 되어 수리를 맡겼습니다. 

수리를 맡기고 돌아온 지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수리점 주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방금 진공청소기를 시험해 보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더랍니다. "그럴 리가 있느냐, 정말 잘 되느냐?"라고 거듭 확인하였더니 "잘 작동하니 가져가라"라고 하였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선풍기를 수리접에 맡기기 전 다시 점검해 본 겁니다. 

수리점에 가져가자 마자 주인은 코드를 꼽고 버튼을 눌러보더니 "잘 돌아가는데요?"라고 말했습니다. 놀랍게도 선풍기 날개는 마치 나를 약 올리는 듯이 쌩쌩 잘만 돌았습니다. "선풍기가 기술자를 알아보는 걸까요?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수리점 주인은 "전자식 선풍기들은 가끔 버튼이 작동하지 않고 먹통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코드를 빼었다가 다시 꼽고 해 보세요. 일종의 리셋을 해 줘야 됩니다"라고 친절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번에도 아무렇지 않은 선풍기를 수리점에 가져간 격이었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수리점 주인이 고마웠습니다. 지난 번 진공청소기 수리를 맡겼을 때 설령 아무 이상 없이 잘 작동하였다 해도 맘만 먹는다면 자신이 고쳐 놓은 것처럼 수리비를 청구하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선풍기가 작동하지 않을 때 어찌해야 하는지 꿀팁을 일러 주며 전혀 수리비를 받지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각종 전자제품 전문서비스센터가 곳곳에 있기에 전자제품 수리점 하나 찾기도 어려워졌습니다. 가전제품이 고장 나면 고쳐서 쓰려하기보다 내버리는 사람들마저 적지 않습니다. 이런 때에 정직하고 성실히 전자제품 수리점을 운영하는 그 주인이 고마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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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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