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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이 지난 20일 일주일 만에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촉구하며 지난해 12월 3일부터 시작된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는 이날로 서른 번째를 맞았다. 

이들이 지하철 이동권 시위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계기를 찾아 나서려면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1년 1월, 수도권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장애인 노부부가 설 연휴를 맞아 이동하는 길에, 휠체어 리프트의 철심이 끊어지며 7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아내 박아무개씨가 사망하고 남편 고아무개씨는 중상을 입었다. 

휠체어 이용자들에게 리프트는 '공포'의 대상이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21년까지 수도권 지하철 휠체어 리프트 사고는 총 17건으로 이로인해 5명이 사망했다. 안전 문제뿐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 집중, 긴 소요 시간 등이 휠체어 리프트의 문제로 지적된다.

승강기 설치… 지켜지지 않는 약속
 
지난 6일 남영역 휠체어 리프트가 고정 장치의 고장 및 부품 수급 문제로 펼쳐져 있다.
 지난 6일 남영역 휠체어 리프트가 고정 장치의 고장 및 부품 수급 문제로 펼쳐져 있다.
ⓒ 민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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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윤두선 대표는 "남영역 근처에 살고 있지만 남영역은 나의 역이 아니다. 역 주변에 살면서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고 다른 이동 수단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써야 하는지 모른다"라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서울 용산에 있는 남영역은 승강기가 없어 휠체어 이용자들은 리프트를 이용해야 한다. 일 평균 2~3명이 리프트를 이용하는데, 계단을 올라 승차하는데까지 약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비장애인은 1분이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리프트가 계단의 일부 공간을 차지하는 형태다 보니, 유동 인구가 많은 시간대에는 이용이 더 어렵다.

지하철 승강기 확보는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지난 4월 MBC <알고보니> 팀이 가양 지하철역에서 1시간 동안 집계한 결과, 이용객 중 장애인은 7명, 비장애인은 34명 뿐이었다.

지난 13일 남영역 인근에 거주하는 민경희(85)씨는 "남영역을 이용해야 할 때면 겁난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나 같은 노인은 평지도 걷기 힘들어서... 계단은 손잡이를 잡고 겨우 올라가야해요. 숨도 차고 너무 힘들죠. 선거 때면 (공약으로) 남영역 승강기 설치하겠다고 하는데, 7년 살면서 바뀐 게 없어요."
 
남영역 이용자가 손잡이를 잡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남영역 이용자가 손잡이를 잡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 민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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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3일, '남영역 남쪽 출구 신설과 승강기 설치 촉구하는 용산 주민 모임'(이하 용산 주민 모임)의 이원영 위원장은 "남영역 출구 신설과 승강기 설치는 10년 전부터 선거때마다 나오는 인기 공약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작년 초부터 모임을 구성했는데, 현재까지 4천 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출구 신설과 승강기 설치 촉구 서명에 참여했다"라고 전했다. 

지난 1월 서울시는 2024년까지 모든 역에 승강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서울시는 올해까지 승강기 설치율 100%을 약속했지만 2년 미뤄진 것이다. 올해 1월 기준 서울 지하철 1~8호선 275개 역사 중 254개 역(92.3%)에만 승강기가 설치되어 있다. 1호선과 3호선, 5호선이 지나는 종로3가역과 같이 승강기가 있어도 환승을 하려면 리프트를 이용해야 하는 역도 있다.

승강기 설치하면 끝?... 1역사 2동선 필요

교통약자들이 지하철 출입구부터 승강장까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동선 하나를 '1동선'이라고 한다. 장애인 단체들은 교통약자가 안심하고 지하철역을 이용하려면 '1역사 2동선'은 확보돼야한다고 말한다. 승강기 하나가 고장나도 역을 이용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승강기가 부족하여 비장애인과 우선 탑승 논쟁도 자주 발생한다.

역마다 다른 구조도 휠체어 이용자들에게는 큰 어려움이다.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찾아 헤매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장애인이동권콘텐츠제작 협동조합 '무의'는 서울·인천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 서울 6개 궁과 공원의 휠체어 경로 지도 등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무의'는 장애가 무의미한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로 2016년 설립된 협동조합으로, 장애인 이동권 증진 콘텐츠를 제작한다.
 
'무의'에서 배포한 서울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를 이용하여 환승 경로를 알 수 있다. (www.wearemuui.com)
 "무의"에서 배포한 서울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를 이용하여 환승 경로를 알 수 있다. (www.wearemuui.com)
ⓒ 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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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이용자들이 편하게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지하철 승강장부터 지상까지 한 번에 연결된 승강기가 있는 것이 가장 좋다. 비장애인과 겹치는 동선이 적을수록 안전사고 위험이 낮고,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찾기 위해 헤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무의'의 이영지 연구원은 "2시간을 설명하는 것보다 당장 10분 직접 타보면 더 많은 걸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휠체어 이동이 막혀 헤매거나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휠체어 이용자들은) 이동 거리의 2배 이상의 시간 여유를 두고 출발하는 것이 일상이에요. 명동역은 승강기 설치 공사를 이유로 리프트마저 운영을 중단했어요. 휠체어 이용자들은 올해 4월까지 1년이 넘도록 인접역을 이용하라는 안내를 들어야만 했죠."

이 연구원은 "장애인이 안전한 세상은 비장애인에겐 더 큰 편안함과 안전함을 선물해 줍니다"라며 장애인의 안전은 모두의 안전을 위해 꼭 확보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그:#장애인 이동권, #남영역, #휠체어 리프트, #무의, #교통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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