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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청년 대표'. 37세 이준석과 26세 박지현의 앞날이 확연히 갈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9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까지 당을 2연속 승리로 이끌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확고하게 굳혔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요청을 받고 '구원투수'로 파격 등판한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약 석 달 만에 선거 패배 책임론을 맞이하게 됐다.

[이준석] '선거 전략가'로 인정받다... 안정적 당내 입지 구축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를 지켜보며 기뻐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를 지켜보며 기뻐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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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보수정당을 대표하는 청년 지도자 위치를 확고히 굳혔다. 특히 오세훈 후보 캠프의 뉴미디어본부장을 맡았던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3.9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까지 주요 국면마다 이슈와 여론을 장악하는 '선거 전략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당의 선거 전략으로 '세대포위론'을 내세우면서 이를 위해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이슈화 하면서 '이대남(20대 남성)'을 공략했다. 이 대표의 이러한 '젠더 갈라치기' 전략이 오히려 대선 당시 2030 여성의 민주당 지지로 이어졌다는 당내 비판도 있지만, 그간 보수정당에 등장하지 않았던 '대(對)청년전략'의 기초를 만든 것으로 평가받았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과의 충돌이나 '젠더 갈라치기' 전략의 역풍 등으로 당내 일각의 비판을 받았던 것과는 달리 이번 지방선거 활동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그는 이번 지방선거 때 역대 최초로 PPAT(공직후보자 역량강화)를 도입해 공천 과정부터 이목을 끌었다. 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출마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는 당 일각에서 나온 '자객공천론'을 일축하고 2016년·2020년 총선 당시 해당 지역에 출마한 윤형선 후보 공천을 관철했다. 이는 선거기간 내내 이 후보를 괴롭혔던 '지역 연고' 논쟁의 출발점이었다. 이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통합' 공약에 대한 여론전을 주도했던 것도 역시 이 대표였다. 

이로써 이준석 대표의 당내 입지가 한층 더 견고해졌다. 무엇보다 2024년 총선 전까지 전국단위 선거일정이 없는 만큼 내년 6월까지인 당대표 임기도 무난히 채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무성·황교안·홍준표 등 전임 대표들이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기 사퇴했던 점을 감안하면, '임기 2년을 채우고 명예롭게 물러나는 30대 대표'라는 타이틀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실 선거 전엔 이 대표 조기 사퇴설도 제기됐다. 성상납 의혹에 대한 당의 징계 등 난관을 피해 '박수 칠 때' 떠난 뒤, 당이 자신을 필요로 할 때 다시 '흑기사'로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당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이 대표가 향후 미국 등 해외 곳곳을 방문하며 정치적 스펙트럼과 정책 역량을 넓힐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 승리로 안정적인 당권 구축이 가능한 만큼 조기 사퇴보다는 2년 임기를 채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2일로 예정됐던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에 대한 당내 징계 절차는 이달 말로 미뤄졌다. 이 또한 이 대표의 변화된 당내 입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지현] '사퇴' 요구 나오기도... 선거 직전 '단독 플레이'로 입지 좁아져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1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1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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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위원장은 지난 대선 당시 0.73%p라는 역대 최소치 격차 승부를 이끌어 낸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과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당 안팎에선 '추적단 불꽃' 활동으로 온라인 성착취물 사건, 이른바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그가 당에 합류한 덕분에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한 2030 여성들의 집단적 지지를 이끌어냈다고 봤다. 이는 이재명 후보가 대선 후 20대 여성인 그에게 사실상 당을 대표하는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제안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선 후 석달이 지난 지금, 민주당 내에선 벌써부터 박 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 총사퇴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본래 그의 임기는 8월 전당대회 전까지였다.

박 위원장은 '조국 사태'를 사과하고 박완주·최강욱 의원 등의 성비위 및 성희롱 의혹에 엄정 대응하는 등 당 쇄신 노력을 했다는 점에서 당 안팎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선거 막판 '586 용퇴론' 단독 플레이 이후 당내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는 평가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송영길 후보 등 이번 지방선거에 나선 얼굴들 대부분이 586 세대 정치인들이었다는 점에서 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분열'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수도권 지역 광역단체장 캠프 관계자는 박 위원장의 586 용퇴론에 대해 "선거를 이끄는 수장이, 그것도 선거 직전에 자신의 후보들을 싸잡아 공격하는 게 말이 되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당내 쇄신파인 김해영 전 최고위원마저 1일 밤 출구조사 이후 SBS 뉴스에 출연해 박 위원장의 586 용퇴론을 두고 "내용도 내용이지만, 선거 끝난 뒤 제기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당 중진인 우상호 의원은 "지도부가 선거 막판에 여러 가지 잡음을 낸 것은 큰 실책"이라며 "광역단체장 7석 이하면 비대위가 총사퇴해야 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하는 내내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의심을 받았던 것도 정치적 부담이다. 박 위원장은 당내 분란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인천 계양을 공천, 송영길 전 당대표의 서울시장 공천에 앞장섰다. 특히 컷오프 됐던 송 후보를 다시 공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박 위원장이 이후 586 용퇴론을 꺼내든 것 역시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밖에 박 위원장은 5월 31일 서울 용산에서 열린 마지막 집중유세에서도 지지자들의 거센 항의와 사퇴 요구를 받기도 했다.

박 위원장이 소위 '검수완박(검찰수사권재조정)' 국면과 정치개혁 공약이 좌초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팬덤 정치 등에 맞서는 박지현 위원장의 용기는 상당히 높이 평가하지만, 혁신의 핵심은 정치 교체"라며 "혁신을 요구한 박 위원장 입장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대선 때 기초 중대 선거구를 대폭 늘리겠다고 했는데, 이번 지방선거부터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어야 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태그:#박지현, #이준석, #6.1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총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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