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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카다로그, 카페 카다로그' 대표 조형준
 "공간 카다로그, 카페 카다로그" 대표 조형준
ⓒ 조은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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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고 사람을 만나는 카페에서 전시를 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문화와 여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갤러리 카페는 이제 당연한 문화 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이곳은 디저트를 전시하고 손님이 이용한 잔을 구매할 수도 있다. 을지로 갤러리 카페, '카다로그 Catalog'.

아티스트는 자신이 기획한 컵과 잔을 카페에 전시하고 손님은 그것으로 음료를 마신다. 뿐만 아니라 케이크을 비롯한 디저트의 모든 구성도 함께 기획한다. 작품을 먹어볼 수 있는 카페라니. 찻잔을 손으로 들어 커피를 마시고 디저트를 포크나 스푼으로 떠서 먹는 과정, 이 모두가 전시의 연장선에 있다. 관객은 시각은 물론이고 촉각, 미각을 동원해 예술을 경험한다. 예술이 진짜 일상으로 들어온 것이다.

작가 입장에서도 전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작품 활동'과 '꾸준한 작품 유통', 이 두 가지는 작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창작 활동을 하는 모든 이들의 사회적 고민이다. 작가들은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그 결과물로 관객에게 다양한 예술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곳. 카다로그는 그렇게 탄생했다. 

지난 3월 말, 카페 사장이자 갤러리 대표 조형준을 만났다. 그는 전시 큐레이터, 도슨트까지 도맡아 1인 4역을 하고 있다. 그와의 만남 이후, 서면 인터뷰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다음은 그 내용을 정리한 것. 

"카다로그는 카페 손님이 관객이 되는 곳"

- 카페 이름이 왜 카다로그인가요? 
"저는 원래 일상에 우리가 다니는 곳을 전시 공간으로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았어요. 호텔이라든가 일반 음식점, 펍도 전시 공간과 동떨어진 곳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전시 공간 프로젝트를 하고 싶었어요. '카다로그(Catalog)'라는 이름은 카페 전시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구상하기 전부터 정해졌어요. 카다로그는 상품을 판매할 때 소비자가 보기 쉽게 잘 설명해 놓은 책자잖아요. 그림도 있고 글도 있죠. 저는 카페를 안내 책자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손님이 관객도 되고 예술 작품을 체험하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카다로그입니다."

- 공간을 열고 전시를 하려면 작가 섭외를 해야 할 텐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제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사실 인맥 덕분이에요. 주위에 미술 작업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갤러리를 열기 전부터 작가들의 고민을 많이 알고 있었어요. 우리야 전시회에 가면 작품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달라요. 작품을 통해 관객을 만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전시 공간 확보도 어렵고 돈도 꽤 많이 드는 일이죠. 

게다가 관객이 전시를 보고 작품을 산다는 건 더 어려운 일입니다. 일반 관객이 갤러리에서 작품을 구매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해요. 작품 판매가 짧은 전시 기간 동안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구매 결정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와 관객이 만날 기회가 그만큼 적어요. 미술 작품 유통면에서도 쉽지 않습니다. 아트페어 같은 큰 유통망을 통해서 주로 판매되는 상황이라 어렵습니다. 작가 입장에서 아트페어의 부스를 빌리고 전시하는 것도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드는 일입니다."
    
심래정, <당신의 안구에 건배를>, 2022. 포트와인과 생크림, 바닐라 아이스크림
 심래정, <당신의 안구에 건배를>, 2022. 포트와인과 생크림, 바닐라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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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위댄스, <VOID HYMN> 오브제, 2022. 아크릴
 쉘위댄스, 오브제, 2022. 아크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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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위댄스, <VOID HYMN> 오브제, 2022. 아크릴
 쉘위댄스, 오브제, 2022. 아크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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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에서 작가와 함께 기획한 디저트를 판매하는데 손님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디저트를 가져다드리면 이쪽저쪽 사진도 찍으시고 좋아하세요. 그런데 저희는 한발 더 나아가고 싶어요. 손님이 독특한 콘셉트라고 인식하는 데 그치기보다 작품과 연계된 디저트라는 것을 알고 공간과 디저트를 즐겼으면 해요. 저희 디저트는 전시에 따라 3개월마다 바뀌어요. 전시 전에 작가랑 여러 번 미팅하면서 디저트를 어떻게 할지 정하거든요.

심래정 작가 전시 때는 작가의 작업이 흑백의 러프한 드로잉과 비정형의 컵이기 때문에 그 분위기에 맞는 다소 기괴한 느낌의 디저트를 선보였어요. 컵오브제들은 전시 중에 카페에서 판매하고, 온라인으로 예약판매도 해서 거의 다 팔렸어요. 반면에 '쉘위댄스' 작업의 경우 투명한 아크릴을 이용해 자연의 심미적인 요소를 조명오브제로 만드는 작업을 했지요. 그래서 그 물성에 맞는 투명한 푸딩과 작은 투명 트레이를 함께 구성해 디저트를 선보였어요. 분위기가 완전 달랐죠."

- 지나간 협업 디저트는 다시 판매 안 하는 건가요? 
"그러니까 돈이 안 돼요(웃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때 꼭 와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그거를 노리고 한 건데, 3개월이 소문이 나기까지 조금 짧긴 하죠. 그래서 못 오시는 거 아닐까요? 그런데 조금만 더 버텨서 사람들 사이에 '3개월밖에 안 한대, 가보자' 이런 소문이 나게 만들고 싶어요."
 
박광수,《크래커》전시 전경, 2022
 박광수,《크래커》전시 전경,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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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크래커> 아트북, 2022.
 박광수,<크래커> 아트북,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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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오의 'TOM BOY' 뮤직비디오로 대중에게 알려진, 박광수 작가의 전시 <Craker>가 카다로그의 첫 전시로 좋은 출발을 했어요. 반응을 예상하셨나요? 
"박광수 작가의 전시 <Craker>는 그의 꾸준한 흑백 드로잉을 보여줄 수 있는 집합체였죠. 기존의 전시보다 작은 사이즈의 드로잉과 그것들을 모아놓은 아트북을 선보였어요. 관객들이 "기존에 봐왔던 큰 사이즈 그림과 다른 매력을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아트북이 많이 팔리기도 했고, 전시 이름 'Craker'와 맞게 드로잉이 담긴 크래커 쿠키를 기획했는데 많이들 귀여워 하셨어요. 

사실 박광수 작가와 전시를 약속한 것도 있었는데, 덕분에 결과적으로 초반에 빨리 공간을 알리게 됐죠. 실제로 화제성 있는 작가가 전시하는 게 많이 도움이 돼요. 일단 왔다가는 사람 수가 달라요. 관객이 많이 와야 제가 원했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데 저도 젊은 작가들과 같이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전시하면 사람들이 많이 안 오거든요."

- 갤러리 운영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전시에 보통 어느 정도 기금이 필요한가요? 
"사실 갤러리 공간이 적자는 아니에요. 서울에 있는 예술재단이나 아르코 한국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진행하는 공간지원사업이 있어요. 작가에게 공간 지원이 나가도, 그 작가가 저희 공간에 와서 전시를 하게 되면 직접적이진 않아도 간접적으로 지원받는 부분이 있죠. 재단이 전시공모를 내면 작가들이 지원하고 심사를 받는 방식이에요.

물론 공간이 직접 신청하는 사업도 있어요. 예술인복지재단에서 하는 '예술로'라는 사업이 있는데, 전시업체에 예술인들 팀을 짜서 매칭해주기도 해요. 이렇게 재단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경우가 80~90%고, 나머진 그냥 지원 없이 생으로 하죠. 기금은 작가들마다 다 다른데 전반적인 기금을 기준으로 1천만 원에서 2천만 원 가까이 들기도 해요."

- 전시를 직접 기획할 때 작가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올해까지는 어쩔 수 없이 제 주변 사람 중에 '잘하는 사람'들과 했어요. 미대에서도 수업할 때, 교수들이 '재밌겠네'라고 얘기하잖아요. 사실 학생들은 무슨 말인지 모르죠. 저도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는데, 실은 저도 아직 작가와 소통하는 데 미흡한 점이 많거든요. 그래도 잘하는 사람이랑은 어떻게 이야기해도 의미가 잘 통하고 어느 정도는 제가 신경을 덜 써도 진행되는 부분이 있어요.

바꿔 말하면, 자기가 뭘 하는지 아는 사람. 전문성이 보장된 사람이 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야 외부의 개입에도 흔들리지 않고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제가 어떤 것을 제안했을 때 그 말에 휘둘리면 사실 이도 저도 아닌 게 되어버려요. 그러면 서로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일단 흔들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좋죠." 

"좋은 작품을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기를"
 
심래정, <You’re Slobbery> 오브제 연작, 2022. 세라믹
 심래정, 오브제 연작, 2022. 세라믹
ⓒ 카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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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카다로그'와 '스페이스 카다로그'를 따로 운영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카페랑 전시 공간은 각각의 정체성이 있는데, '지속가능한 미술', '작품 유통', 그 연장선에서 카페를 운영해요. 일반 다른 카페와 운영하는 시스템은 비슷하지만 그 정체성에 차별점이 있어요. 카페를 왔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갤러리로 전시를 보러 가게 되고, 또 전시를 본 사람들이 카페를 찾게 되는 '순환'을 원하는 거지, 금전적인 이득을 원하는 건 아니에요. 물론 돈 벌어야죠. 그런데 그것보다는 이러한 공간이 있음으로 인해 관객이 오고갈 루트가 생기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봤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 더 커요."

- 다른 공간을 또 오픈할 계획이 있나요? 
"'카다로그'는 지금 공간을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일상 공간을 전시장으로 바꾸는 일종의 프로젝트 이름이에요. 전 항상 호텔이라든가 펍, 음식점, 그 옆에 전시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추가로 공간을 만들고 싶지만 코로나19로 어려워졌어요. 지금은 기존에 있던 공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을 하려고 해요. 다른 갤러리처럼 원대한 꿈이 있고, 미술에 대해 무언가를 연구하는 게 아니라 좋은 작업들을 일상에서 자주 접하게 하고 싶어요."

카다로그는 오는 7월, 가구 디자이너 브랜드 OTC(One Two Chachacha)와 협업 전시를 진행할 계획이다. OTC는 철재와 목재를 이용해 다양한 목적에 맞는 가구를 제작하고 공간을 바꾸는 작업을 하는 디자인스튜디오다. 연희동 카페 '미도파'와 한남동 레스토랑 '파이프그라운드'의 가구를 디자인했으며,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 일환으로 최근 대전신세계백화점의 40층 전망대 공간을 기획하기도 했다.

OTC의 이러한 활동은 어찌 보면 전시를 일상에 접목하고 싶어 하는 '카다로그'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지금껏 우리가 자각하지 못했지만, 수많은 미술 작품이 이미 우리의 생활 속에 들어와 있던 것은 아닐까. 당신이 지금 앉아 있는 의자조차도 말이다.

태그:#카페, #갤러리, #전시, #디저트,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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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기자 조은나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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