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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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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각양춘(有脚陽春 : 다리 달린 봄볕)."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송수석은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날인 9일 춘추관을 찾아 출입기자들을 마지막으로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 (앞으로) 정치인 한 사람으로 살아가겠지만, 국민에게 희망과 따뜻함 주는 유각양춘(有脚陽春)과 같은 '봄볕 같은 사람'되고 싶다"면서 "제가 그런 정치인이 될 수 있도록 저를 잘 세워주시고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고별사를 남겼다. 

'유각양춘'이란 사자성어는 당(唐) 현종(唐玄宗) 때의 유명한 재상인 송경(宋璟, 663~737)의 일화에서 연유한다. <개원천보유사(開元天寶遺事)>란 기록에 따르면, 송경은 백성을 사랑하고 물건을 아껴 온 나라의 풍속이 아름답게 되었고, 이에 당시 사람들이 모두 그의 훌륭한 인품을 말하기를, '송경은 다리가 달린 따뜻한 봄(유각양춘)이다. 그가 가는 곳마다 봄볕이 만물을 포근히 감싸는 듯하다'고 칭송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대변인이기도 했던 박수현 수석은 2018년 2월에도 대변인 고별 브리핑에서도 출입기자들에게 '유각양춘'이란 글이 새겨진 카드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날도 헤어질 때 기자들에게 유각양춘 카드를 전하며 인사를 나눴다. 박 수석이 건넨 카드에 새겨진 글씨는, 4년 전 문 정부 초대 대변인을 그만두고 떠날 때, 청가회 미사를 맡고 있는 임의준 신부가 그에게 선물한 서예 액자에 담아 선물한 글씨 '有脚陽春'이었던 것. 박 수석은 '안토니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청가회(청와대 가톨릭교우회)' 회장을 맡아 봉사해왔다. 

이에 앞서 박 수석은 "이런 날이 드디어 기어이 왔다. 감사했다"며 1년 전 '국민소통수석'으로 청와대로 다시 돌아와 취임 인사할 때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의 대사를 인용해 했던 약속을 다시 언급했다. 

박 수석은 "(청와대 초대) 대변인, (마지막) 소통수석을 하면서 3가지 약속 영화처럼 드렸는데, '적대감 갖지 않겠다', '추측하지 않겠다', '거짓말 하지 않겠다' 이렇게 약속드렸다"며 "(이는) 제가 대변인 여섯 번을 하는 동안 가졌던 신념이기도 했는데, 마지막 소통수석 임무를 하면서 그 약속을 기자들을 대하면서 얼마나 지켰는지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그는 "정말 부족함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이해해주시고 받아주셔서 진심 감사하단 말씀 먼저 드리고 싶다"면서 "천주교 신자로서 청가회 회장이기도 한데, 고해성사 때 감사하면서 정말 잘못한 점에 대해 용서를 청하겠다"고 고개숙였다. 

또한 불교의 <법망경>에 담고 있는 '인연(因緣)'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춘추관 마지막 출입기자들에게 헤어짐의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박 수석은 "가로·세로·높이 40리 되는 그릇에 겨자씨를 가득 담아놓고 1백 년에 하나씩 꺼내 쓰면서 그 큰 그릇이 겨자씨를 다 소비할 때 걸리는 시간을 1겁이라고 한다"면서 "현실의 시간이 아니고 상상의 시간이겠지만, 부처님은 마지막에 1만 겁의 인연을 한 스승 밑에서 공부하는 인연이라 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런 뒤, 그는 "한 스승을 모시고 동문수학한 사이는 아니나, 청와대라는 공간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로서, 또 대통령을 취재하는 기자로서 따지고 보면 한 스승 밑 동문수학한 제자 연이라고 우겨도 될 법하지 않나"라며 "그만큼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잊지 않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대변인을 그만둘 때 '인연은 스치지만 사람은 스며든다'고 말한 적 있는데, 오늘 역시도 이후의 시간에도 인연으로 이어가면서 서로 그렇게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며 "그러한 정성으로 더 이후에도 같이 교류하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한편, 박 수석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지막 출근길'이란 제목의 글로 소회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5년, 1826일째 마지막 출근길에 나선다. '정말 수고 많으셨다'는 감사를 대한민국과 국민께 온 마음을 다해 올린다"면서 "청와대의 마지막 날, 평소처럼 근무를 잘 마치겠다. 오래도록 기억하겠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겠다"고 적었다.

박 수석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초대 대변인으로 근무했다가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사퇴했다. 이후 2021년 5월 국민소통수석으로 다시 발탁됐으며,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까지 곁에서 함께한다. 

태그:#박수현, #청와대 , #국민소통수석, #고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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