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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장안대학교 총장(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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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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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국민의힘 세력이나 이른바 '윤핵관(윤 당선인의 핵심 관계자를 이르는 말)'을 존중해야 하지만, 동시에 넘어서야 한다. (자신의) 반대쪽 의제를 과감하게 들고, 실천해야 윤석열 당선인도 성공할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정치분과위원장에서 자진 사퇴한 김태일 장안대 총장이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남긴 조언이다.

중도개혁 성향의 김 총장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설득으로 '윤석열 인수위'에 합류했지만, 내부 반발에 직면하자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자진 사퇴했다. '페미니즘'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탓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김 총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의 추천을 받아 KBS 이사로 임명됐을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 이사들과 '같은 편'으로 행동하지 않았던 점도 이유로 꼽았다.

김 총장은 자진 사퇴 배경에 대해선 "인수위를 같이 하자고 한 것도 김한길 위원장이었고, 그런 기류가 있다는 걸 얘기해 준 사람도 김한길 위원장이었다"라며 "어떤 일인지 짐작했지만, (누가 어떤 비토를 하는지) 자존심 상해서 구체적으로 안 물어봤다"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런 거(반대 목소리 포용을) 못 하는 건 그쪽 능력"이라면서도 "다만 아쉽기는 아쉽다"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에서 중도 개혁 성향으로 활동하며 '통합'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그다. '중대선거구제' '대선 결선투표제' 등의 설계로 이분법적인 충돌과 진영 갈등을 넘어서길 기대했다고 전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 건 윤 당선인을 향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이루어야 할 가치"라며 "페미니즘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개인의 내면에서나 사회적으로 다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걸 확대시켜서 정치적으로 갈라치기를 하는 것을 질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오마이뉴스>가 31일 그와 전화 통화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요약한 것이다.

"KBS 이사 활동 때 한국당 추천 이사들에 동조하지 않은 것도 원인일 듯"
 
김태일 장안대학교 총장(자료사진).
 김태일 장안대학교 총장(자료사진).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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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위에서 나온 것이 여가부 폐지 반대 목소리를 낸 것과 관련 있다고 보나.

"직접 확인한 바는 없다. 대체로 반발하고 뜻이 강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구체적으로 뭐를 문제 삼았는지 하는 것은 확인하지 않았다. 정치적인 문제라면 그동안 <경향신문>에 정동칼럼을 정기적으로 썼던 터라서 그게 문제가 될 순 있겠다. 선거 기간 중에 페미니즘에 관한 글을 쓸 때 제가 조금 뾰족하게 얘기를 한 건 있지만,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이루어야 할 가치다."

- 칼럼을 통해 페미니즘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의제라고 봤다. 

"나는 아주 보수적인 동네에서 태어났고, 집안도 보수적이다. 전통적인 가부장주의로 내면화돼 있다. 페미니즘은 대학 와서 학습으로 머리로 받아들인 가치다. 하지만 '이것은 옳은 가치다, 우리의 규범으로 삼아야 된다'는 당위를 갖고 공부했다. 그래서 머리가 가슴을 잘 지배하고 있을 땐 괜찮은데 그렇지 않을 땐 힘들어진다. 사회적으로도 이러한 개인적 내면과 같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기존 사회적 흐름에 자연스럽게 섞일 순 없다. 반드시 갈등을 일으키게 돼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그 갈등의 균열을 이제 파고 들어서 갈라친다. 그 균열을 넓혀서 정치적으로 동원하고 강화시켜 나간다. 페미니즘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생길 수밖에 없는 갈등을 확대시켜서 정치적으로 갈라치기 하는 것, 난 그에 대해서 좀 질타를 한 것이다."

-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제가 KBS 이사를 3년 정도 했다. 바른미래당 추천으로 됐다. 당시 자유한국당 추천 이사들이 야당으로 행동을 통일하자고 하는 거를, '우리가 어디서 추천됐건 KBS 강령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독립적으로 양심에 따라 행동하자' 이렇게 선언해버렸다. 자유한국당 추천 이사들은 굉장히 섭섭했을 거다. 그것도 한 원인이겠다 싶다."

- 인수위에 들어가서 당내 반발 기류가 있었다고 했는데, 누구에게 어떤 얘기를 들었나

"인수위를 같이 하자고 한 것도 국민통합위원회 김한길 위원장이었고, 그런 기류가 있다는 걸 저한테 얘기해 준 사람도 김한길 위원장이었다."

- 김한길 위원장이 뭐라던가.

"김한길 위원장이 (나의 인수위 합류) 발표가 나간 이후에 '당 쪽에서 비토 여론이 나오고 있고, 생각보다 강하다'라고 얘기했다. 거기까지 얘기를 듣고 이게 어떤 일이구나 하는 걸 직감적으로 짐작했다. (누가 어떤 비토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안 물어봤다. 그건 나도 자존심이 상해서 안 물어봤다. 그러면 좋다, 정리를 하는 게 좋겠다고 그렇게 말씀을 드렸다."

- 사의를 표명했을 때 김한길 위원장은 뭐라던가.

"김한길 의원장은 송구스럽다고 그랬다. 내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뜻하는 걸 거다. 길게 말 안 했다. 왜냐하면 이게 뻔하다."

- 정치적으로 원한을 샀다거나 인수위 내 역학관계가 작동했다고 보진 않나.

"원한 산 일은 없다. 제가 중도 개혁으로 스탠스가 돼 있어서 어디 가서 모진 소리는 사실 안 하는 편이다. 인수위 내의 폴리틱스(정치적 역학관계)는 어떨지 모르겠다. 조금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다. 예를 들면 보수 본류들하고 이제 윤석열 당선인을 매개로 한 새롭게 합류한 세력들이 있을 거 아닌가. 그룹들의 힘들이 통합이 된 건 아니잖나. 그건 안철수도 마찬가지고 김한길도 마찬가지다. 그런 맥락 속에서 내 이야기가 좀 소재거리가 됐을 수는 있지 않을까 추측한다. 내용을 알 순 없다."

- 아쉽진 않나.

"김한길 위원장도 곤혹스러웠을 거다. 계속 안 하겠다고 사양했는데, 계속 권유를 하셔서 내가 인수위에 합류한 거다. 그걸 너무 잘 아는 김한길 위원장으로서는, 이제 당의 반발이 있다는 걸 나한테 말하는 것도 민망스럽고 곤혹스러웠을 거다. 이걸 내가 쟁점 삼고 싶은 그런 생각은 없다. 이런 거(반대 목소리 포용) 못 하는 건 그쪽 능력이다. 다만 아쉽기는 아쉽다. 왜냐하면 좀 하고 싶은 게 있었다."

"전향·투항 통한 통합 몇 걸음 못 가... 지방선거에 중대선거구제 도입해야"

- 어떤 걸 하고 싶었나.

"대구에서 개혁적인 입장을 갖고 살면서 통합에 대해 절실히 체감하면서 살았다. 지역주의 때문에 나처럼 조금 개혁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거의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다. 호남의 보수적 입장 가진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다. 내겐 지역 통합 또 국민 통합이 굉장히 중요하고 절실한 것이었다.

학자적으로 보면 이승만부터 문재인까지 모든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기치로 내걸었는데 예외 없이 다 실패했다. 그래서 국민통합은 굉장히 어려운 거다. 비판이나 반대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전향과 투항을 통한 동질 집단을 만드는 걸 통합이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이런 통합은 실패하게 돼 있다.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고 서로 상생하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통합이다. 전향과 투항을 통한 통합은 몇 걸음 못 가서 깨지게 돼 있다."

- 통합을 위해 구체적으로 구상했던 것이 있나.

"승자 독식 체제 정치 제도를 없애야 한다. 현재 소선거구제와 이것과 결합한 지역주의, 또 이것과 결합한 분단 체제, 이거는 이분법적 틀을 이제 넘어설 수 없게 만드는 질곡이다. 승자 독식 체제를 넘어서는 제도 설계를 한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면 지방선거 제도도 지금 중대선거구제를 해야 이제 영남과 호남에서는 그나마 정치적 다양성이 실현된다. 국회의원 선거도 마찬가지다. 대선도 결선투표제를 해야 된다. 그러니까 소수 의견이 표출될 수 있는 통로를 열고 구체적으로 존재론적 의미를 갖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이분법적인 충돌과 진영 갈등을 좀 완충하고 넘어설 수 있지 않겠나. 이런 설계를 좀 하고 싶었다. 

- '윤석열 인수위'에 들어오면서 가졌던 기대도 있을 것 같다.

"국민의힘이야 뻔하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이 기존 보수 진영을 좀 유연화할 수 있는 돌파력을 갖고 있지 않나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좀 있었다. 그 기대가 없었으면 아마 합류를 안 했을 거다."

- 정치적으로는 신인이라는 점에 기대한 건가.

"그렇다. 기존의 여의도 문법에 매몰돼 있지 않은 윤석열이라는 존재가 뭔가 한 번 꽂히면 그냥 돌파하는 스타일이라고 그러더라. 그래서 이 체제를 좀 재구성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 수 있지 않겠나 생각했다."

- 윤 당선인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국민의힘을 넘어서는 새로운 인적 자원들을 네트워킹하고, 또 국민의힘을 넘어서는 의제를 좀 발굴하고 확대해서 소통과 협치를 해야 한다. 기존 국민의힘 세력이나 이른바 윤핵관이라 부르는, 그런 전통적인 위치에서 윤 당선인을 서포트하는 사람들을 존중해야 하겠지만, (윤 당선인은) 그걸 넘어서야 된다. 그렇게 해야 본인도 하고 싶은 일 할 테고 또 나라에도 기여할 수 있다. 어쨌든 기존 보수로부터 새로워야 한다.

난 '보수는 진보를 개혁하고 진보는 보수를 개혁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노태우가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 보수 대통령이니까 할 수 있었던 거다. 진보 대통령이 했으면 아마 나라가 뒤집어졌을 거다. 한미FTA도 노무현 대통령이 했으니깐 덜 시끄럽게 정리가 됐다. 보수대통령이 한다고 했으면 나라가 두 쪽이 났을지도 모른다. 의제를 구별하지 않고, 반대쪽 의제를 과감하게 들고 실천을 하고 그래야 윤석열도 성공할 것 같다."

태그:#김태일, #윤석열, #자진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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