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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라는 인터넷 밈이 있다. 예전에는 존재했지만 어떤 이유로 사라진 것, 또는 존재하지만 의미 없는 것을 이야기할 때 주로 쓰이는 표현이다. 노동법 상담을 하다 보면 법이 가진 한계 때문에 서로 답답할 때가 많은데, 특히 '작은 사업장'에서 더욱 그렇다. 노동법이 있었는데, 없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1] '안 지킬 수 있는 방법 알려드려요'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법, 시간 외 수당을 주지 않고 시간 외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법 등을 설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어떤 방법을 컨설팅하는지는 알고 있으나 굳이 반복해서 언급하지는 않겠다). 주로 작은 사업장에서 그런 세팅이 이루어진다.

그 나름의 전문적인 영역이며, 개인의 자유라고 존중해야 하는 문제일까? 법이 설정한 예외 범위를 활용해서, 안 지켜도 되는 방법을 고안해서 전파하는 것은 노동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등, 실제와 거리가 먼 편법을 '세팅'하는 것은 법률 전문가라는 이름에도 걸맞지 않은 행위라는 뼈저린 자각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2] '5인 미만은 영세하고, 정부가 감독하기도 어려우니까'

근로기준법은 헌법에 따라, 노동자의 존엄성과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고 향상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왜 근로기준법이 일부만 적용되고, 헌법이 정한 노동자의 존엄성 보장이 안 지켜지는 것일까? 그런 질문을 던진 헌법소원 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영세 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하고, 국가의 근로감독 능력의 한계를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는 입법 정책적 결정으로서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 중소 영세 자영업자의 현실은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어렵고 사회적 보호와 해결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향과 방법이 잘못되었다. 위에서 본 듯 가짜 5인 미만도 많을뿐더러, 실제 5인 미만이라 하더라도 영세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즉, 단순히 사업장 규모로 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다.

설령 정말 영세하다 하더라도,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노동자에게 책임과 부담을 넘기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애초에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근본적 처방이 될 수 없다. 이런 사안에서 늘 전면에는 중소 영세 자영업자의 현실을 앞세우지만 진짜 이해관계는 다른 곳에 있다.

대기업 재벌은 다양한 프랜차이즈를 거느리고, 소규모 사업장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초단시간 근무하는 노동자들을 이용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직접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늘 경영계가 노동법과 최저임금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사업장 규모에 따른 차별 적용은 최선이 아니며, 우리나라에서 유독 고집하고 있는 패러다임이라는 비판이 계속 있어 왔다. 법의 예외를 설정하면 이를 이용해 편법을 세팅하는 왜곡된 현실만 늘어날 뿐이다. 영세 자영업자의 현실에 진심이라면, 이보다 훨씬 적극적인 해결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3] '아득한 별과 별 사이 같은, 법과 현실 사이'

작은 사업장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열심히 수년간 뛰어온 활동가가 얼마 전 지친 얼굴로 고민을 이야기한 적 있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한계도 큰 고민이지만, 노동조합이 있어도 제한된 영역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초기업 노조를 만들 권리는 있으나, 여전히 기업별 노조 중심의 법체계이기 때문이다.

업종별 노조의 교섭 상대방 문제가 막혀있고,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제도) 역시 활동가가 속한 사업장과 해당 활동가의 몫으로 남겨져 있는 현실 속에, 서서히 지쳐가는 활동가들이 많다. 현실을 바꾸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늘 법보다 앞서 나가는 것이 역사의 합법칙이라고, 그러니 다시 힘을 내자고 그에게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없었다. 노동법이 너무 강하게 변화를 거부하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은 이미 법으로 포괄할 수 없는 형태가 훨씬 더 많다. 우리가 하루를 보내면서 만나는 무수한 노동자들 중에 현재의 노동법이 포괄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택배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초단시간,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 이들이 이미 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대다수가 되었는데, 이들의 노동을 규율하는 법은 어디에 있는가.

한 발자국씩 묵묵히 변화를 만들어온 사람들에 비해, 세상을 책임지겠다는 대통령 후보들은 노동의제에는 당당한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왜 사회 구성원을 위한 제도를 정비하는 것에 이토록 당당하고 게으른가.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법을 만들자는 것, 노동조합이 진짜 노동조합답게 조합활동도 하고 교섭도 할 수 있게 만들자는 것이 과도한 요구인가.

노동자의 노동만이 모든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진실과 법칙은 간단히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바꿔주는 것이 아닌, 더딜지언정 우리가 반드시 바꿀 것이다. 조금 지쳤지만 다시 힘내고야 말 당신을 믿는다.

덧붙이는 글 | 매일노동뉴스, 노노모의 노동에세이에 중복 게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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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오월 공인노무사. <세상을 바꾸는 2022 대선공동행동>, <사라진 노동찾기 대선행동단>에서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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