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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노동자, 시민들은 자본의 이익이 중심인 사회가 아니라, 상호 돌봄하며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소망하고 있지만, 현재 대선 국면에서는 상호 돌봄은 커녕 또 다시 성장 중심, 자본 중심의 경제를 구축하겠다는 공약들만 난무한다.

노동자도, 여성도 보이지 않는 대선을 앞두고 여성노동자회는 기획기사 <성평등노동 없는 대선, 여성노동자가 말한다>를 통해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7회의 기획 연재 기사를 통해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고,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대선 의제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자 한다.[편집자말]
박정숙씨가 봉제노동자로 일하며 지냈던 시절
 박정숙씨가 봉제노동자로 일하며 지냈던 시절
ⓒ 박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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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 코로나가 3년째 일상이 될 줄 몰랐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우리 주변의 가치를. 그리고 몰랐다. 당연한 듯 그리고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필수노동자들의 삶을.

돌봄을 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존재가 이토록 중요하게 와닿았던 시기가 있을까? 하지만 이들은 언제나 있었고, 언제나 가장 중요한 노동을 담당하고 있었다. 코로나19는 돌봄이 왜 모두에게 중요하고, 필수인가를 알려주었다. 간호조무사, 간병사, 요양보호사, 활동보조사 등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노동자들. 그들은 필수노동자이지만 여성의 노동이라는 이유로 저평가되면서 비정규직으로, 과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이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어느 노동자는 가족과 여행을 다녀온 후 집으로 가지 않고, 요양병원으로 바로 가야만 했다고 한다. PCR검사를 일주일에 두 번 필수로 해야만 다음날 출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일에도 검사를 받으러 간다고 해서 힘들겠다고 했더니, 오히려 무료로 검사해주니 얼마나 다행이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부당함보다는 혜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느껴져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노동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살아가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노동자회는 대선의제 중 제1과제로 '성평등 노동가치 실현을 위한 사회적 전환: 탈성장, 돌봄 중심사회'를 외친다. 돌봄노동의 저평가를 해소하고 돌봄노동의 공공성 강화를 요구한다.

인천여성노동자회에서는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정숙 회원을 인터뷰했다. 원래는 대면 인터뷰를 하려 했지만, 갑자기 근무지에 확진자가 나오면서 비상이 걸렸다고 하여 부득이하게 지난 2월 20일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첫 직업 봉제일... 보조에서 시작해 20년 넘게 일해"

- 안녕하세요. 오랫동안 인천여성노동자회 회원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살아오신 과정을 포함하여 자기소개를 해주시겠어요?
"저는 인천여성노동자회 회원 박정숙입니다. 저의 삶을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간단히 말씀드리면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배움이 짧았고 어린 나이에 저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시작한 봉제일은 첫 직업이 되었고 보조에서 시작해 미싱을 20여 년이 넘도록 했습니다.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항상 저임금에 시달리며 먹고 살기 바빴기에 바꿀 기회도, 여력도 없었습니다."
       
- 여러 노동의 경험이 있으시다고 알고 있는데 요양보호사를 선택한 이유엔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요?
"내가 어렵게 살아서 그런 건지, 우리 사회가 어려운 사람에게 기회를 안 주는 건지 내 주변 상황은 늘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는 어려운 사람을 잘 돌봐 주지 못한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되었고, 어려운 사람에게 힘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일은 내 나이 50이 넘어 찾아 왔어요.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우리 사회가 초고령화 되어가면서 돌봄의 손길이 절실함을 느꼈습니다. (돌봄은) 이전의 단순노동과는 달리 감정과 인격, 한 개인의 인권까지도 존중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의지하고 격려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라고 생각하기에 요양보호사의 역할에 막중함을 느낍니다."

- 하루 일과를 설명해 주시겠어요?
"저는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한 지 딱 1년이 되었어요. 현재 주간보호센터에서 아침, 저녁 어르신 송영하는 업무와 센터에서 어르신들 식사부터 화장실 이동, 신체기능 체조, 정서적 지원, 인지기능 보조, 전반적인 신체적 돌봄 등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일과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오전 7시 50분부터 9시 30분까지 어르신들 센터로 모시는 송영 업무
- 10시에 오전 간식 돌봄 후 10시 30부터 11시까지 치매 및 관절, 혈액순환 신체 체조 진행
- 11시 40분 어르신 점심 식사 돌봄, (어르신 휴식~ 안마, 마사지 등)
- 12시 40분 ~ 1시 40분까지 요양보호사 점심시간
- 1시 45분 ~ 2시 30분 워커로 걷기 운동 진행
시~ 4시까지 오후 인지프로그램 도움시 30분 ~ 5시까지 저녁식사 도움시부터 오후 송영 업무 (퇴근 시간 상관없이 끝날 때까지)"

- 하루 일과를 보면 쉴 틈이 없어 보이는데요. 현재 근무환경은 어떠세요?
"근무상황은 매우 열악하다고 봅니다. 점심시간은 1시간으로 정해져 있지만 제대로 못 쉬고 있으며 하루종일 종종거리며 걸어 다니기 때문에 항상 다리가 부어있어요. 급여는 항상 최저임금에 맞추어져 있으며 노동에 비해 너무 열악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요양원에 입사해서 2교대로 주야간근무를 했어요. 주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7시까지, 야간은 오후 7시에서 다음날 오전 9시 교대인데 근무시간에 비해 급여는 적었고 오전, 오후 30분씩 쉬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노동강도도 엄청 셌어요.

그 후 주간노인보호센터에 취업했지요. 1인당 5~6명을 담당하는데 케어 일지 쓰고, 센터에서는 6명의 요양보호사가 함께 돌봄을 하고 있습니다. 오전 송영은 6명, 오후 송영은 8명인데 한 번에 못해서 1, 2차로 나누어서 하고 있습니다. 모두 집까지 가서 모셔오고 집안까지 모셔다 드리는 업무인데 이를 송영이라고 합니다."

"퇴근 후 피곤함에 움직이기 힘들 정도... 처우 개선 필요"
   
현재 박정숙씨는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필요하고 보람된 일이자 필수노동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재 돌봄노동자들은 저임금,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음을 토로했다.
 현재 박정숙씨는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필요하고 보람된 일이자 필수노동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재 돌봄노동자들은 저임금,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음을 토로했다.
ⓒ 박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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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양보호사 일을 하며 느낀 제일 큰 고충은 무엇인가요? 또한 하고 있는 일을 제대로 보상받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평소에 생각한 요양보호사는 자부심을 가질만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저 식사 도움, 기저귀 케어, 양치 도움, 화장실 이동 도움 등 단순노동뿐만이 아니라 어르신의 손과 발이 되고 눈과 귀가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정서적으로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고 한 개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막상 접해보니 휴식시간도 없고 점심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직업 특정상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일이 고되고 힘든데 보수는 적고... 솔직히 너무 힘든 노동입니다. 여성노동자에겐 사실 퇴근 후 또 다른 돌봄이 기다리고 있잖아요. 지쳐서 퇴근하면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어요. 정말 돌봄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이 시급하다고 절실히 느낍니다.

꼭 필요한 일이고 보람도 되는 일인데, 일이 너무 고되니 어려움이 많아요. 평생을 일해야 했고, 일하는 나의 삶에 대한 자부심도 큰데, 여성노동자의 노동은 항상 저평가 되니 나의 삶도 저평가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자부심만으로 버티기에는 지치는 부분이 있지요. 좀 달라질 수 없을까요. 이만하면 바뀔 때도 되었는데 선거철을 앞두고 더 답답해집니다."

- 네, 요즘 대통령선거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는데요. 여성노동자로 살아오면서 대선의제 중 제일 중요한 부분을 꼽으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대선의제는 ① 돌봄중심사회 ② 성별임금격차해소 ③ 여성노동자에 대한 일할 권리보장 ④ 사회복지 확대 ⑤ 사회보장확대 ⑥ 젠더폭력에 대한 강력처벌법제정 이 무엇보다도 먼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0년 여성노동자회 회원으로서 선거 때마다 외쳐서 이젠 외울 지경인데 달라지는 게 없네요. 그래도 기운내라고 다음 세대 여성노동자들에겐 얘기하고 싶어요."

"여성노동자의 삶은 나아진 게 없어"
 
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2월 17일, <여성노동자도 주권자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 여성노동자가 요구하는 대선의제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여성노동자들의 현실, 성평등노동 의제가 활발히 논의되지 않는 현 대선정국을 비판하며 탈성장과 돌봄중심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알려냈다.
 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2월 17일, <여성노동자도 주권자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 여성노동자가 요구하는 대선의제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여성노동자들의 현실, 성평등노동 의제가 활발히 논의되지 않는 현 대선정국을 비판하며 탈성장과 돌봄중심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알려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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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대통령선거에 하고 싶은 말씀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대선후보들의 노동공약, 젠더공약을 보면서 한마디 해주시겠어요?
"여성과 남성의 업무형태는 다를지 모르지만 일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합당한 처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남성중심의 사회 속에 살고 있습니다. 많이 달라지고 나아졌다고 하지만 실상 여성노동자의 삶은 나아진 게 없어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군대 다녀온 2030남성에게 가산점을 준다며 남성중심의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여성은 아직도 직장 내에서 지위 차별, 임금 차별, 출산, 육아휴직 등에 자유롭지 못합니다.

법 근거가 마련되어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지요. 눈치 보지 않고, 있는 법이라도 잘 사용하고 권리로 주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많은 공약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만들어서 지킬 수 있는 법적 보호가 중요합니다. 또한 사회 규범을 벗어난, 젠더를 기반으로 하는 폭력에는 강력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요즘 대선토론이 티비에서 나오고 있는데, 말씀하신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이 나오지 않아서 안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늘 항상 열악한 상황에서 일을 하다 보니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또 한편으로는 짜여진 그 상황에 맞춰지는 듯합니다. 알을 깨고 나오기까지 엄청난 인내와 힘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새롭게 시작한 요양보호사로서 돌봄노동자의 새로운 가치를 느끼며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나 응원해주시고, 늘 함께 있는 여성노동자회 파이팅입니다."
  
인정받지 못하고 비가시화되는 여성의 노동 그리고 돌봄. 돌봄은 우리 삶을 지탱하는 기본적인 노동이다. 돌봄에는 여성, 남성이 따로 있지 않다. 평등하고 민주적으로 모두가 서로를 상호 돌봄하는 사회, 그것이 잘 살고 잘 죽는 방법 아닐까. 하고 싶은 얘기를 대면으로 하지 못한 게 아쉽다. 어디 하소연할 데 없는 여성노동자의 삶에 대한 물음에 봇물 터지듯 강한 어조로 어떻게 얘기했을지 평소의 박정숙 회원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다.

돌봄 노동이 저평가되면서 여성노동자로서 살아온 삶도 저평가되는 게 아닌가 한다는 답변에는 먹먹하기도 했다. 정말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만나서 나눌 수 있는 그 순간에 좀 더 생생한 언어로 들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박정숙 회원은 작년에 인천여성노동자에서 발행하는 여성노동자 이야기 두 번째 '나의 삶, 나의 노동'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적이 있다. 그때도 늘 환한 웃음과 긍정적인 에너지로 주변에 좋은 기운을 전해주던 선배 여성노동자다. 그렇게 웃으며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인천여성노동자회 상담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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