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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 25일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정치분야 방송토론회에서 인사를 한 뒤 이동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 25일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정치분야 방송토론회에서 인사를 한 뒤 이동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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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도 공감도 감동도 없는 야권 단일화 협상이 결렬 수순에 들어간 모양새다. 오만한 국민의힘과 갈지자 국민의당이 보여준 그간 행태를 감안하면 예견된 결과다. 이들은 그동안 단일화를 국민의 뜻을 받들기보다 '권력 나눠먹기' 차원에서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했다. 이 때문에 단일화 명분은 희석된 지 오래다. 과반을 넘었던 정권교체 여론이 추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협상이 결렬된 뒤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비공개로 진행해온 그동안 협상 내용을 공개하며 국민의당을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일방적이며 모순된 행동"이라며 국민의힘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20여 일 동안 진행된 단일화 협상 경과를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협상을 맡았다. 두 사람은 11일‧18일‧26일‧27일 네 차례 만났고 수시로 전화통화도 했다. 전권을 위임받은 이들은 문구까지 조율한 뒤 후보 간 회동만 남겨뒀다는 게 윤 후보 측 주장이다. 장 의원도 '정치교체, 정권교체, 시대교체를 내건 공동선언'에 합의하고 두 후보에게 보고했다고 거들었다. "과학강국, 디지털플랫폼 정부, 부패 척결, 공정한 나라, 변화와 혁신, 통합 등 (공동 선언문에 담길) 키워드까지 합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 후보가 완주를 철회할 명분'을 추가로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윤 후보는 "저는 '안 후보 자택을 방문해 정중한 태도를 보여 드리겠다'고 전달했다. 이후 양측 대리인이 추가 협상에 나섰지만 안 후보가 일방적으로 결렬을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은 "윤석열 후보 주장은 일방적이며, 진정성을 부정하는 모순된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안철수 후보 또한 "전해온 내용을 듣고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내가 제안한 국민경선에 대해서는 어떠한 답변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국민경선을 통한 단일화 제안에 응답하지 않은 '무성의'가 결렬 원인임을 분명히 했다.

서로 주장이 맞서고 있지만 이렇게 정리된다. 안철수는 13일, 100% 국민경선을 통한 단일화를 제안했고 이후 단일화 협상이 시작됐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윤석열은 적극성을 보이지 않은 채 시간을 끌다 결렬에 이르렀다. 국민의힘이 국민경선을 거부한 이유는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갤럽 여론조사는 오판에 불을 질렀다. 갤럽 여론조사(18일) 결과 윤석열 41%, 이재명 34%로 7%p 격차를 보였다. 전날(17일) 4개 업체 공동조사에서도 윤석열은 9%p 차이로 앞섰다. 이는 단일화 없이도 집권할 수 있다는 교만을 키우는 단초가 됐다. 흐름은 1주일 만에 뒤집어졌다.

25일 갤럽 여론조사는 이재명 38%, 윤석열 37%로 오차범위 내지만 1, 2위가 뒤바꿨다. 1주일 만에 윤석열은 4%p 하락한 반면 이재명은 4%p 올랐다.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단일화 결렬에 따른 실망감을 빼놓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안철수가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날은 20일이다. 지난 일주동안 여론 흐름을 뒤바꿀만한 사안이 있었다면 '단일화 결렬' 폭탄이다. 18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이 이재명을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린 배경에는 정권교체를 기대하는 중도층이 단일화 가능성에 호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에 대한 지지로 착각했다. (*위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애초부터 야권 단일화 명분은 빈약했다. 단일화를 대하는 지향점도 달랐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 실정을 심판함으로써 변화를 기대한 반면 국민의힘은 정권교체와 권력 확보로 접근했다. 권력에 목적을 두었으니 나눌 마음 또한 없었다. 민주당에 비판적인 이들이 국민의힘과 윤석열에게 지지를 보낸 건 그들이 정권교체 가능성이 있는 제1야당이기 때문이었다. 국민의힘은 정권교체 열망을 자신들에 대한 지지로 착각한 나머지 오만했다. 그리고 획득하게 될 권력을 '공동정부'라는 이름 아래 거래를 시도했다.

안철수는 단일화 국면에서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졌다. 그는 정치에 입문한 뒤 줄기차게 양당 독식구조 해체를 주장해 왔다. 바른정당, 바른미래당, 국민의당 창당은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다양한 정치세력이 국회에 들어가야 양당 독식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단일화 시도는 그동안 신념과 배치되는 퇴행적 행보이자 민의 왜곡과 다르지 않다. 유권자 입장에서 필요한 다양한 선택지를 봉쇄한 독단이기도 하다. 인위적인 야권 단일화가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일 국민의힘과 윤석열이 자신들에 대한 지지를 정권교체를 바라는 열망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했다면 단일화 결렬은 있을 수 없다. 진정성을 담보로 하지 않았기에 지지율 변화에 따라 단일화 협상은 춤췄다. 높을 때는 외면하고, 하락할 때는 애를 태웠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생각했다면 국민들이 선택한 사람이 단일 후보가 되는 건 당연하다. 한데 얄팍한 계산을 하다 실기했다.

야권 단일화 싸움에 비해 민주당 정치개혁안은 주목된다. 국민통합을 견인하고, 양당 독식구조를 깰 수 있는 진전된 방안이다. 명분 없는 단일화보다 한국정치에 미치는 효능감은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27일 다당제 연합정치 구상을 담은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결선 투표제 ▲ 지방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권역별 비례 대표제 ▲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 여야정 정책협력위원회를 구성한 국정기본계획 수립 등이다. 정의당과 국민의당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정치 공학적 단일화 시도보다 낫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이 제안한 나눠먹기 '공동정부' 안에 비해 정치개혁안은 한국정치가 안고 있는 병폐를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소수당 목소리까지 폭넓게 반영한다는 점에서 한국정치 대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 관건은 실행 의지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을 실행 의지를 담보하기 위한 후속 절차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깨고 위성정당을 설립한 전과가 있다. 핵심은 종이와 잉크가 아니다. 민주당이 뒤늦게라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개혁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면 여기에 표를 던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입니다. 이 글은 아주경제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단일화 협상 결렬, #대통령 결선 투표제, #갤럽 여론조사, #공동정부, #대통령 4년 중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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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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