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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민들레당 나영 당대표. (사진: 정민구 기자)
 은평민들레당 나영 당대표.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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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지역정당을 표방하는 서울 '은평민들레당'이 지난 16일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출범했다. 은평민들레당은 자치구 단위 지역정당을 표방하며 중앙정치에 종속된 지역정치 폐해와 간접민주주의 한계를 극복,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 당대표를 맡은 나영(본명 장나영)씨를 만나 은평민들레당의 창당배경과 목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지난 1월 16일 은평민들레당이 만들어지고 당대표가 됐다. 창당 배경이 무엇인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을 수 있는 당이 없다고 생각해서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고 나섰다. 지금은 거대양당이 지역의 많은 권한을 독점하고 있고 중앙정치에 지역정치가 예속돼 있다 보니 지역정치인들이 주민보다는 공천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피켓팅 정도에 그치는 거 같아 답답하기도 하고 너무 간접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거대양당구조와 맞물린 중앙집권구조에 반기를 들고 우리가 직접 풀뿌리 정치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창당까지 하게 됐다.

그리고 다양한 주민들의 자치활동들,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 기후위기, 차별과 폭력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주민들의 자치활동이 지역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이런 대안적 요구를 받아안을 지역정치가 없다. 그래서 주민들이 직접 나서는 정치, 풀뿌리 정치, 생활정치를 해보자,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 정치인들에게 기대지 말고 우리가 직접 우리를 대표하는 정치를 해보자고 당원들과 뜻을 모았다."

- 강령을 살펴보니 "우리는 국가권력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정당을 만드는 목표가 권력을 잡기 위해서 아닌가?

"그게 지역정당을 만든 이유와 통하는 거다. 우리는 전국에서 어떤 권력을 쟁취하는 게 아니라 은평구 안에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주민들이 삶 속에서 바꾸고 싶은 의제들과 가치들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 은평구 내에서는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를 낸다는 이야기인가?

"당연히 그렇다. 그러기 위해서 당을 만든 거다."

- 올해 지방선거가 있는데 후보를 낼 계획이 있는가?

"이제 창당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 후보자를 출마시킬 계획은 없다."

"지역당 인정 안 하는 정당법, 정당설립 자유 침해"

- 우리나라 정당법에서는 지역당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당을 창당한 이유는 무엇인가?

"법이 잘못됐으면 법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8조에는 '정당의 설립은 자유'라고 되어있지만 정당법에는 '중앙당을 서울에 두어야 하고, 5개 시도에 1천 명 이상의 당원'이 있어야 정당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헌법에서는 정당설립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정당법은 그와 반대로 정당설립을 규제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지역정당은 설립할 수 없고 헌법상의 권리인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현행 정당법의 뼈대는 1963년 박정희 정권 시절에 만들어졌다. 이 법의 목적은 많은 시민들이 정치결사를 하지 못하도록 원천적으로 제약하고, 쿠데타 세력의 집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울러 박정희 군사정권은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제에 기반 한 중앙집권적 국가를 만들고 싶어했고 이런 욕구는 중앙정당만 허용한 정당법 제정과 지방자치제 폐지로 이어진다.

현재 중앙정당, 전국정당 조직이 중앙집권적 국가모델과 비슷한 것은 우연이 아니고 기초의원이 국회의원에게 예속될 수밖에 없는 이 위계적 구조는 박정희의 유산이며 우리는 아직도 박정희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치분권이 시대의 흐름이라면 지방자치법뿐만 아니라 정치에 있어서도, 정당법에서도 자치분권을 도입해야 한다. 즉, 지역정당이 허용돼야 한다. 은평민들레당 창당은 중앙집중적 국가와 정치체제를 극복하고 시민의 자율성에 기초한 분권사회 다원화사회로 나아가는 흐름 중에 하나다. 

우리는 은평이 생태도시, 인권도시, 노동존중도시, 성평등도시, 가난한사람들이 쫒겨 나지 않는 도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 하지만 주민들은 자신의 선거일 하루만 주권자고 나머지 시간은 우리가 뽑은 대표들이 주인 행세를 한다. 그들은 기득권 세력과 결탁한 채 우리의 바람을, 주민의 바람을 외면한다. 거대양당의 정치는 늘 그래왔다.

중앙정당에 예속된 정치, 거대양당의 계속된 권한독점은 지역정치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고 풀뿌리의 자율적 창의적인 활동, 요구들을 외면해왔다. 은평민들레당은 은평에서 주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창당했다."
 
은평민들레당 나영 당대표. (사진: 정민구 기자)
 은평민들레당 나영 당대표. (사진: 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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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표는 지역을 바꾸는 것"

- 은평 이외 지역의 지역당 창당 움직임은 어떤지 궁금하다.

"지난해 10월 17일 직접행동영등포당이 창당했고 12월 19일에는 과천시민정치당이 창당했다. 은평민들레당은 1월 16일에 창당대회를 열고 18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 등록 서류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진주에서도 곧 창당을 할 계획이다. 현재 지역정당을 설립하고 지원하고 현행 정당법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지역정당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직접행동영등포당, 과천시민정치당의 등록 신청에 대해,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와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정당법에는 지역정당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등록을 반려한 상황이다. 영등포당에서 정당법 위헌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헌재에서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기로 했다. 과거에도 위헌소송이 있어서 합헌이라고 판결을 했는데 이런 사례에도 불구하고 다시 심리를 하겠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의미로 볼 수 있다."

-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를 정당법에서 제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법적 싸움을 펼칠 것인가. 또한 은평에서 어떤 활동을 펼쳐나갈 것인지 궁금하다. 

"선관위에서 반려되면 지역정당네트워크 차원에서 함께 헌법소원을 할 예정이다. 우리보고 지역에서 뭘 할거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은평민들레당은 지역에 집중하는 정당이지 기본소득당이나 여성의당처럼 특정 의제에 집중하는 정당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의 강령도 다양한 의제를 다루고 있다.

집중하는 게 있다면 주민들의 자율적이고 대안적인 활동, 주민들의 직접민주주의다. 강령에는 다양한 의제를 담았는데 어떤 게 다른 것에 우선하고 우리의 한정된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정해 놓는 것은 없다. 작은 정당이라고 역할이 한정적인 건 아니다. 대개 다수가 사회를 바꾸지만 소수가 사회를 바꾸는 경우도 많이 있다. 미투운동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규모와 양이 아니라 강도와 질이다."

- 강령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창당대회에서 '지역에서 세상을 바꿉시다'라는 제목의 강령을 정하고 7개의 비전을 마련했다. 지역정치 활성화와 지방의회 개혁, 도시의 생태적 전환, 지역순환경제 활성화, 성평등, 노동존중 인권도시 실현, 지역 간 연대와 자치분권 실현 등이다. 

이런 비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역, 생활과 만나야 하고 주민들의 삶에서 구체화될 때 의미가 있다. 지역사회, 생활세계를 강령에 담긴 가치와 섬세한 감수성을 가지고 살펴보고 개입할 것이다.

불광천이 도시의 생태적 전환을 위해서는 어떻게 돼야 하는지, 골목에 써진 여성안심길이라는 글자가 정말 여성의 안전한 귀가를 보장해 줄 수 있는지,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협하는 골목길 차량에 대한 대안은 없는지,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는 주민들과 고양이, 주택가격과 전세가 올라서 은평을 떠나는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제대로 이야기되지 않은, 심지어 문제라고 인식조차 되지 않는 너무나 많은 의제가 있다.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약자들, 소수자들의 의제들. 은평민들레당은 이야기 되지 않는 지역의 구체적인 의제들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은평민들레당, #지역정당, #풀뿌리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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