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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일부 언론이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와 관련한 기사를 일제히 쏟아냈다. 24일 전격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하여 허경영 대표가 지난 1월 유튜브 방송인 '이봉규TV'에 출연, 관련 발언을 했던 게 적중했다는 내용이다.

허 대표의 1월 발언을 예언이라 지칭하는 등 기사 제목은 누가 보아도 자극적이다. '한국경제'는 '허경영 예언 소름 "박근혜·이석기 석방하고 한명숙 복권"', 그리고 '서울경제'는 '허경영, 예언 적중···"박근혜·이석기 석방·하고, 한명숙 복권"'이라는 거의 유사한 제목으로 기사를 뽑았으며, 이는 해당 언론사들이 주요기사로 채택하면서 한동안 포털 메인 자리를 차지, 수많은 이들에게 노출됐다.

허 대표는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 등을 통해 수 차례 후보로 나선 경력이 있고,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가끔 답답한 현실 정치를 향해 쓴 소리를 내뱉거나 공약을 통해 대중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속 시원하게 긁어주어 제법 친숙한 인물로 다가온다. 자신의 아이큐가 430이고, 공중부양을 한다거나 그의 집을 120억 광년 떨어진 하늘궁이라고 주장하는 등 믿거나 말거나 한 어록과 기행은 별개로 삼더라도 말이다.

물론 그의 독특한 이력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그가 국가혁명당이라는 정당을 만들어 대표로서 활동하며 선거에도 참여하고 구체적인 공약도 내놓고 있지만, 그를 현실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다. 대중들은 그를 그저 재미 있고 기행을 일삼는 사람으로 소비할 뿐이다.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연예인쯤으로 치부하는 격이다. 일부 언론은 허경영과 대중 사이에 형성된 이러한 특수한 연결고리를 교묘히 활용, 점잖은 정치 뉴스인 양 포장한 채 실제로는 가십거리를 양산 중이다. 

정치는 우리의 삶과 가까이 맞닿아 있고, 삶을 변화시킨다. 우리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선거 때마다 한 표 행사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건 바로 이러한 연유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치가 갈수록 희화화되고 있다. 진실을 보도하고 올바른 여론을 형성해야 할 사회적 책무를 망각한 일부 언론의 행태가 이러한 분위기를 조장하고 부추기기까지 한다. 

20대 대통령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 이번 선거는 정책보다 네거티브가 부각되면서 일찌감치 진흙탕 싸움으로 인식된다.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이러한 경향은 여실히 드러난다. 부동층이 점차 증가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이번 주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지지 후보가 없다'와 '모름/무응답'의 합이 8.8%로 지난 주 7.7%보다 1.1%포인트 늘었다. TBS-KSOI 조사에서도 '지지 후보 없음'과 '잘 모름'이 10.0%로 지난 주 8.3%보다 1.7%포인트 증가했다.

신념보다는 이권을, 정책보다는 네거티브를 지향하는 작금의 현실 정치인들을 바라보며 정치가 대중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가는 현상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열을 올리는 언론의 허경영 띄우기는 도를 넘은 느낌이다. 이는 정치의 희화화를 통해 정치 무관심층을 늘리고, 더 나아가 정치혐오를 키우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치가 희화화되면 가뜩이나 어렵고 멀게만 느껴온 대중들은 정치를 더욱 등한시하게 될 테고, 더 나아가 정치혐오증을 낳게 할 개연성이 큰 탓이다. 

단순한 가십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실을 자극적으로 부풀려 조회수 늘리기 경쟁에 혈안이 된 일부 언론들. 이들의 그릇된 행태로 인해 생활 속에서 활짝 꽃을 피워야 할 우리 정치가 꽃봉오리조차 제대로 맺지 못 할 처지로 내몰릴까 봐 우려스럽다.

허경영의 예언이 소름 돋는가? 난 언론의 허경영 띄우기가 더 소름 돋는다.

태그:#허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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