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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별일'들, 한국에 의미있는 캐나다 소식을 격주로 전합니다. [편집자말]
산불로 전소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 마을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에서 동북쪽으로 153㎞ 떨어진 리턴 마을이 산불로 전소된 모습을 헬기에서 찍은 사진. 캐나다 서부가 최고기온 50℃에 육박하는 폭염 때문에 시련을 겪는 가운데 이날 산불까지 발생해 리턴 마을이 통째로 불타면서 수백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 산불로 전소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 마을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에서 동북쪽으로 153㎞ 떨어진 리턴 마을이 산불로 전소된 모습을 헬기에서 찍은 사진. 캐나다 서부가 최고기온 50℃에 육박하는 폭염 때문에 시련을 겪는 가운데 이날 산불까지 발생해 리턴 마을이 통째로 불타면서 수백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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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 인구 250명밖에 되지 않는 캐나다의 작은 마을 '리턴'이 느닷없이 전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6월 27~29일에 걸쳐 역대 캐나다 최고기온을 연달아 갈아치웠기 때문인데, 29일의 기온은 무려 49.6℃까지 치솟았다. '리턴'이 속해 있는 캐나다 서부의 브리티시 콜롬비아(B.C.)주를 비롯해 알버타주, 서스캐처원주, 마니토바주에까지 폭염주의보가 내려졌고, 태평양 연안 북서부에 위치한 미국 오리건, 워싱턴 등지의 상황도 이와 비슷했다.

그 무렵, 밴쿠버에 사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바깥 기온이 45℃인데 집에 에어컨이 없어 죽을 맛이라고 했다. B.C.주의 집들은 최근에 지어진 게 아니라면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에어컨이 필요 없을 만큼 여름 기온이 그리 높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 지역에 송전선을 녹여버릴 정도의 기록적인 폭염이 닥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곳곳에 '쿨링 센터(cooling centre)'가 급히 마련되고, 에어컨이 설치된 호텔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 마을의 유명세가 여기서 끝났더라면 그나마 다행이었을까? 리턴이 마지막으로 최고기온을 경신한 바로 다음 날, 이번엔 '화마'가 마을을 집어삼켰다. 마을을 둘러싼 산맥이 폭염으로 바짝 말라있던지라 마을은 단 15분 만에 화염에 휩싸였다. 리턴 시장에 따르면, 주민들은 반려동물과 자동차키만을 챙긴 채 급히 마을을 빠져나가야 했다. 90%의 건축물이 파괴돼 마을은 그야말로 통째로 사라져버렸다. 한 주민은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돌아갈 집도 없는데 열쇠는 왜 가지고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했다.

설상가상으로 강풍과 1만2000건 이상의 낙뢰까지 더해져 산불은 B.C.주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7월 중순을 넘긴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300건 넘는 산불이 B.C.주를 태우고 있는 지금, 수많은 주민들이 집을 떠나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상상 이상의 재난
 
 캐나다 벤쿠버에서 기록적인 폭염으로 집단 폐사한 홍합들.
 캐나다 벤쿠버에서 기록적인 폭염으로 집단 폐사한 홍합들.
ⓒ Toronto Star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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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의 '리턴' 만큼은 아니지만 캐나다 서부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더위를 견디지 못한 건 사람들 뿐이 아니었다. 바닷물 정화작용과 함께 바닷새들의 먹이로서 생태계에 공헌하는 수백만의 홍합, 굴, 조개들이 산 채로 요리돼 입 벌리고 바닷가를 가득 메웠다.

체리가 나무에 달린 채 구워지고, 유채와 밀밭은 시들어 갈색으로 변했다. 가축들에게 줄 먹이와 물이 부족해진 농부들에게 남은 선택지란 가축들을 팔아치우는 일 뿐이다. 농부들은 그간 서서히 진행돼 온 기후변화에 대비해왔지만, 천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이번 폭염은 그 어떤 가상모델로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이미 식품생산과 공급망에 압박을 가해온 상황에 기후 스트레스라는 복병까지 더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아니라면 이번 폭염은 일어날 수 없었던 일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치명적인 폭염이 발생한 데에는 여러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기능했다. 하지만 세계 기상 단체가 21가지 기후모델과 통계장치들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이번 폭염의 가능성을 150배 가까이 높인 건 다름 아닌 기후변화였다.

최근 발표된 내츄럴리소스캐나다(Natural Resources Canada)의 보고서에 의하면, 강우 패턴의 변화, 고온, 해수면 상승, 폭염 같은 기상이변은 계속될 것이며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더욱 강화될 것이란다. 그리고 캐나다 경제의 모든 분야, 즉 생산과 공급, 식량 유용성, 무역, 이민 등에까지 기후변화의 심각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기후연구 단체(Canadian Institute for Climate Choices)의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한 경제, 사회, 보건 비용이 2050년까지 수십 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물론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심장질환, 뇌졸중, 고혈압, 당뇨 등 폭염 관련 의료비용은 21퍼센트 증가하고, 사망자도 매년 200~425명가량 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거기에 정신건강 및 산불로 인한 대기오염 등 쉽게 추정하기 어려운 잠재적 영향까지 고려하면 그 비용과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캐나다 공중보건협회 사무총장 이안 컬버트는 기후변화를 "악화 일로에 있는 공중보건의 위급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기상학자인 나탈리 하셀 역시 CTV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더욱 빈번해질 기상이변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구 온난화. 우리는 이미 그 증거를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현실입니다. 불행히도 우리는 이미 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을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므로 더 잘 대비해야만 합니다.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이번처럼 여러 지역에서 기온이 45℃까지 치솟는 일이 5년에서 10년마다 다시 일어날 수 있으며, 앞으로는 더 자주 보다 높은 강도의 폭염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지금 당장 일어나는 극단적인 기후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기후위기 및 생물다양성 위기 대응을 위한 대한민국 헌법 1조 개정안 제안 기자회견'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환경재단(이사장 최열) 주최로 열렸다. 참가자들은 '헌법 1조 개정안 제안서'를 통해 '헌법 제1조 3항에 <대한민국은 기후 및 생물다양성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를 지난다>라고 명문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성낙인 전 서울대총장, 승효상 이로재 대표, 엄홍길 엄홍길휴먼재단 이사장,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조순용 홈쇼핑협회장, 최민웅 민족사관학교 학생,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등이 참석했다.
 "기후위기 및 생물다양성 위기 대응을 위한 대한민국 헌법 1조 개정안 제안 기자회견"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환경재단(이사장 최열) 주최로 열렸다. 참가자들은 "헌법 1조 개정안 제안서"를 통해 "헌법 제1조 3항에 <대한민국은 기후 및 생물다양성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를 지난다>라고 명문화할 것"을 제안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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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캐나다의 기후 전문가들은 다급한 목소리로 동일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제껏 기후변화에 관한 수많은 논의들은 '감축', 그러니까 앞으로 기온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들에 초점을 둬왔다.

그러나 이번 폭염으로 '적응'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촉발됐다. 지금 당장 일어나고 있는 극단적인 기후를 견디기 위해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다. 감축이냐 적응이냐가 아닌 양쪽 모두가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캐나다 기후 관련 단체 연구소장인 라이언 네스의 말을 들어보자.
 
장기적 관점에서 보자면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온실가스를 최대한 많이, 가능한 빨리 줄이는 것은 분명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더이상 피할 수 없는 어느 정도의 기후변화는 이미 다가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은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적응하고, 회복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캐나다의 사회기반시설은 북부의 기후에 맞춰 설계돼 있다. 따라서 변화하는 기후에 맞게 시설을 업데이트 하기 위한 정부의 투자가 요구된다. 특히 폭염이나 홍수, 폭풍의 위험에 취약한 도로, 하수관, 송전선에 대한 업데이트 필요성이 대두된다.

또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빛을 가리는 기술, 옥상 녹화 등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폭염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에 충분치는 않다.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계층이 폭염 같은 기후변화의 영향에 가장 취약하며 그 근본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파악이다.

불행히도, 이번 폭염의 비극은 코로나로 인해 드러난 비극과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폭염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주로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집에서 홀로 살고 있던 노인들 혹은 노숙인들이었다. 코로나 초기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 역시 시설이 열악한 요양원의 노인들이었다. 팬데믹과 마찬가지로 기후변화도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긴다. 그러니 "기후변화는 현존하는 불평등을 배가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보고서의 지적은 타당하다.

이들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방책으로 에어컨 설치 지원, 저소득층 밀집 지역의 녹화, 접근 용이한 쿨링센터 마련 등이 논의되고 있다. 연방정부는 재해 경감, 사회기반시설 개선 등을 위한 수십 억 달러의 투자와 더불어 국가적 적응 전략 개발을 약속했다.

한 리턴 주민의 말을 빌리자면 '지구 종말의 날'처럼 느껴졌다는 폭염과 산불. 이번 폭염의 원인은 기후변화로 상공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뜨거운 공기를 대지에 가두는 '열돔현상'이었다. 이런 현상은 이미 수년 전부터 북미 뿐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어느 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에어컨이 필요 없던 B.C.주가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내는 폭염의 주인공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더욱 뜨거운 미래는 이미 이곳에 와 있다"는 제목의 CBC 기사 말미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세상은 어느 정도의 위험한 기후변화를 피할 수 있는 지점을 한참 지나버렸다. 그 변화가 어떤 모습을 띨 것인지, 어떻게 느껴질 것인지를 상상하기 위해 더이상 미래를 바라볼 필요도 없다. 기후 위기는 이미 이곳에 있다.
 
열돔에 갇힌 서울 중복이자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난 21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붉게 물들어 있다.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이 사진에서 온도가 높은 곳은 붉은색, 낮은 곳은 푸른색으로 표시된다.
▲ 열돔에 갇힌 서울 중복이자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난 21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붉게 물들어 있다.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이 사진에서 온도가 높은 곳은 붉은색, 낮은 곳은 푸른색으로 표시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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