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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전경.
 법원 전경.
ⓒ 김대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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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 재판이란 자신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결정적인 중대사이다. 그리고 국가 대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오늘(2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사건 판결이 있다. 이렇듯 중차대한 판결은 당연히 법관의 신중한 숙고와 정확한 판단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법관 정원은 2013년 10월 말 현재 2739명으로서 인구 10만 명당 5.37명에 불과하다. 유럽의 경우, 모나코의 54.5명을 비롯하여 우리와 유사한 법제를 가지는 독일이 24.5명, 스위스 16.5명, 프랑스 11.9명 등이다. 심지어 폴란드나 체코, 러시아도 우리의 4배에서 6배의 수준의 법관을 확보하고 있다.

판사를 소수로 유지해야 할 이유가 뭔가

이러한 현실에서 판사들은 필연적으로 격무에 시달리게 된다. 워킹맘이던 30대 여성 판사가 과중한 업무로 과로사한 사건까지 있었다. 개인이나 국가에 중차대한 판결을 더 이상 지금처럼 격무에 시달리고 시간에 쫓기는 소수의 판사에 맡길 수는 없다.

지금처럼 법관수를 소수로 유지하는 것은 결코 예산을 절약하겠다는 사법부의 거룩한 애국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거꾸로 법관수를 소수로 유지함으로써 법관의 특권을 강화시키겠다는 특권의식에 기인한 것이다.

국민의 사법 접근권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판사를 대폭 증원하여 국민의 사법서비스 수요에 부응하는 공급이 마련되는 체제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최고법원의 권위란 '대법관 숫자의 희소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한편 대법원의 대법관은 14명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재판을 담당하지 않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12명의 대법관이 모든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대법관 수는 총 16명이었던 1970년대보다 오히려 그 수가 줄었다. 전두환 국보위 시절인 1981년 법원조직법이 개정되면서 대법관 수도 축소된 것이다. 결국 대법관 한 명이 1년에 수천 건의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에 반대하고 있다. 그 저변에는 소수 엘리트주의의 고착에 의한 기득권 유지와 강화의 의도 혹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숫자와의 비교라는 경쟁 심리가 깔려 있다고 본다. 법원 존재의 목적은 '국민에 대한 충분한 사법 서비스의 제공'에 있으며, '법관 숫자'는 그 수단일 뿐이다. 최고법원의 권위란 '대법관 숫자의 희소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국민의 신뢰로부터 이뤄지는 것이다.

독일에서 민사와 형사에 관한 상고심에 해당하는 연방(일반)대법원은 2014년 현재 128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행정, 재정, 사회, 노동 등 다른 분야를 합하면 320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독일 연방 최고법원 구성은 전문화와 국민의 재판청구권 구현의 관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렇게 독일 최고법원이 복수로 설치됨으로써 개개 최고법원들은 특정한 영역에 관련한 상고사건을 전문성을 가지고 재판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하여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속한 재판을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행정사건을 제외한 일반사건의 최고법원인 파기원(대법원)은 12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밖에도 이탈리아의 대법관은 250명이고, 오스트리아 50명, 스페인 70여명 그리고 스위스 및 네덜란드도 30여명의 대법관을 두고 있다.

사법개혁은 바로 법관의 대폭 증원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소수 법관의 시스템은 국민과 국가의 이익에 반한다. 판사를 늘리라. 대법관을 대폭 증원하라.
 

태그:#법관, #대법관, #사법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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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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