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공신경망(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로봇 기술의 결합은 우리의 일상을 혁신적으로 바꿀 것이다. 제조라인의 로봇 팔, 물류센터의 운송 로봇으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는 현재의 로봇 기술이 인간처럼 두뇌 활동을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게 되면 매년 수십억대의 스마트폰이 팔리듯 로봇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AI 기술 가운데 딥러닝 방식은 인간이 로봇에게 일일이 명령을 내리는 과거 방식이 아닌 로봇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면서 스스로 인지능력을 갖추고 능동적으로 실제 세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움직이며 일하는, 능동적으로 실제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로봇이 공존하게 되면 우리의 삶은 더 편안하고 안전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없으면 불편한 존재로 AI 기능을 장착한 로봇이 우리의 일상과 만날 때 인간이 수행하는 집안일이나 업무의 지형은 송두리째 바뀔 것이다. 그러한 변화의 흐름이 건설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은 타 산업에 비해 노동력 대비 생산성이 매우 낮다. 수작업과 재활용도가 높지 않은 공정 과정과 옥외 작업 및 생산현장이 이동되는 특성으로 인해 다수의 공사 참여자가 비 반복적인 사업을 현장에서 수행한다. 당연히 노동력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고 균일한 환경 확보가 쉽지 않아 자동화나 로봇 도입이 늦어지고 현장 적용성도 떨어진다.

종사자 수는 136만 명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제조업이 자동화와 로봇 기술의 도입으로 생산성, 효율성, 경제성에서 높은 성장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로우테크(Low-Tech) 이미지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건설업에서의 생산성 저하는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이다.

페리 다네쉬가리(Perry Daneshgari)와 헤더 무어(Heather Moore)는 지난 100년간 제조업의 생산성이 400% 향상되는 동안 건설업의 생산성은 변화가 거의 없거나 약간 떨어졌다고 진단한다. 2017년 맥킨지(McKinsey)는 지난 20년간 건설부문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연평균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체 산업에서 가장 적게 디지털화된 업종 중 하나가 건설업이라는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건설 산업에서 로봇을 이용하면 24시간 작업이 가능해서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오류와 재작업도 줄이면서 시공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복잡한 형상과 모양을 생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사고 위험이 높은 공정에 투입해 안전사고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노동력 대비 생산성이 타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건설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건설 로봇은 단일 작업 위주로 발달 되어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로봇 팔 모듈로 용접이나 드릴로 구멍 뚫기, 레이저 커팅, 미장 작업, 벽돌 쌓기 등 다양한 작업이 가능한 로봇이 건설 현장에 투입되어 있다. 팔 길이는 1m이며 정밀도는 오차 1mm 미만으로 500kg까지 건축 자재를 실어 계단을 오르고 내릴 수 있고, 플라즈마 커터로 금속 절단도 가능하고 스프레이 페인트로 도장 처리나 벽돌을 쌓고 벽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가동 시간은 8시간이며 이동 최고 속도는 시속 3.2km로 보통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하다. 모든 조작은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다.

호주에서는 시간당 200개 벽돌을 쌓는데 성공한 로봇이 있다. 레이저 가이드 방식 장치를 이용한 강력한 기계 팔로 일반 벽돌보다 12배 큰 벽돌을 사람보다 20배나 빨리 벽을 쌓는다. 28m짜리 거대한 팔은 무거운 벽돌을 옮길 뿐만 아니라 진동을 감지하고 벽돌 위치가 어긋나지 않게 수정하는 기능도 갖추었다. 전자동 로봇으로 방 3개, 욕실 2개의 단독주택을 사흘 만에 지어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일본은 자동 주행 기능과 주변상황을 판단하는 센서로 단차나 바닥에 있는 물, 분진의 양 등 현장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여 청소를 하는 자율청소 로봇(Cleaner)과, 작업자의 개입 없이 레이저로 형상을 측정해서 작업 부위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여 정확하게 자동 용접을 하는 철골주 용접 로봇(Robo-Welder), 화상 센서와 레이저 센서로 BIM(빌딩정보모델)으로 시공 부위를 인식 한 후 기초 자재 조립, 천장 보드 설치, 볼트 삽입, 나사 고정, 바닥 패널 설치 등의 바닥과 천장 마감 시공을 하는 로봇(Robo-Buddy) 등이 활용되고 있다.

자동 덤프트럭이 지시된 위치까지 이동한 뒤 적재된 토사 등을 쏟아 내고, 퇴출 신호를 받으면 불도저가 투입되어 내려놓은 토사를 지면에 고르게 분산하고 이후 자동 롤러가 땅 다지기 작업을 하는 이 모든 과정을 단 한명의 작업자가 태블릿으로 내린 지시로 자동 시공하는 쿼드악셀 시스템도 도입되어 있다.

미국의 건식벽을 화합물로 마감질하는 로봇이나 이스라엘에서의 공사현장 관리자의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로 당초 계획과 진행 중인 작업 간의 불일치를 알아내는 등의 로봇 기술들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건설 숙련공의 업무 패턴을 입력해 사람 손만큼 정밀한 작업이 가능한 '다관절 산업용 로봇'이 자율주행 운반용 기계 차량과 결합하여 접근하기 힘든 현장에서도 작업을 하고 있다. 드릴로 철근콘크리트 기둥에 구멍을 뚫는 '드릴링 로봇'과 360도를 회전하면서 자동으로 배관용접이 가능한 '자동용접 로봇', 페인팅, 조적 등에 로봇을 시범 적용하고 있다.

2026년에는 현장 작업의 20%까지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대형 건설사도 있다.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리프트에 올라가 해야 하는 10m 높이에서의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여 지상에서 조종하기도 하고, 대표적인 고위험 작업인 내화뿜칠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국내 최초로 적용하는 현장도 있다. 내화뿜칠은 건물의 철골 기둥과 보에 내화재를 덧칠해 높은 열에도 견딜 수 있게 하는 필수 작업이다.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에 우선 적용하고 있다.

최대 256개 건설현장을 동시에 모니터링 하는 드론 관제시스템을 갖춘 대형건설사도 있고, 고위험 작업이면서 시간도 오래 걸리는 고층 건물 외벽 페인팅을 하는 로봇이(P-BOT)이 개발되어 아파트 7개동 외벽을 모두 도장하는데 20일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안전하면서도 도장 품질이 균일하고 공사기간 또한 단축되니 앞으로 더 많은 현장에서 활용될 것이다.

원격 제어로 이동하는 '스팟'이라는 로봇은 360도 카메라와 IoT 센서를 무장해 지하 주차장 골조공사와 세대 내 마감공사에 투입되어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경로가 입력되면 센서로 장애물을 피하면서 스스로 이동하여 미리 입력된 지점에서 360도 사진으로 촬영하고 현장을 가상현실로 재구성해 엔지니어들이 이를 보고 작업 진행 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

현장 점검 결과를 문서로 작성해 보고하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입주 전 하자 품질 검토나 교량공사 현장에서 공정 및 품질 현황 검토, 위험구간 유해가스 감지, 열화상 감지로 건설 현장 안전 관리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예정이다.

국내외 건설 로봇은 작업자의 숙련도나 컨디션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아 시공시 균일한 품질을 얻을 수 있다. 24시간 작업이 가능해 숙련공의 고령화와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건설업에 생산성과 경제성 향상을 이끄는 유용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산재에 대한 우려도 줄여 건설 산업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맥킨지는 건설업계가 제조업계의 로봇 기술과 방법론을 채택하면서 향후 10년간 업계 전반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건설업의 로봇 도입은 현장뿐만 아니라 모델 하우스 내 방문객의 비대면 안내를 돕는 '안내 로봇'이나 공동현관까지 배달된 음식을 각 세대로 전달하여서 보안 관리와 전염병 차단 효과를 높이는 '실내 배달 로봇'이 1인 가구의 증가하고 코로나19로 인한 낯선 사람과의 접촉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무선으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층을 선택해 사전 입력된 정보로 이동 동선을 결정하여 음식 배달이 끝내고 주문자에게 휴대전화로 알려 주기까지 한다. 건설사는 배달 로봇 이동을 위해 턱의 단차를 없애고 모든 여닫이문을 자동으로 교체하고 원패스 키를 탑재해 자유로운 이동환경을 구축했다.

정부는 올해 약 2000억 원을 투입해 사회 문제 해결(건설, 농업, 돌봄과 재활, 재난과 안전)을 위한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1700대 이상의 로봇 보급 계획을 밝혔다. 드론과 로봇 등 정보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건설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의 스마트 건설 기술 도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 단축과 인력난 해소를 비롯해 건설 현장의 사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디지털화 노력을 하지만 대부분의 건설 로봇이 작업 속도가 인력시공과 비교해 유사하거나 느리다. 24시간을 가동하면 생산성이 높아지지만 이를 위해서는 로봇 조작인력 배치와 배터리 충전, 부자재 공급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건설 자동화와 로봇 도입은 빠르고 효과적인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 못지않게 궁극적으로 근로자의 안전을 지킨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또한 빠르게 노후화되고 있는 인프라 개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시설물 노후화를 자동으로 점검하는 로봇이나 보수 로봇으로 노후화된 시설의 보수를 보다 저렴하고 쉽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시티 인프라의 지속 가능한 유지와 유지 비용 절감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활용성과 만족도가 높아지는 체감형 건설 로봇으로 건설산업의 생산성과 안전을 높아지는 건설 현장과 건설업의 희망찬 미래를 기대해 본다. 

태그:#건설산업 생산성, #건설 로봇, #스마트 건설 기술, #스마트시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펜실베니아대학교 교육학 석사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경영학박사 한양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박사과정 수료 선원건설(주) 연구개발팀 부장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