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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아주 좋아하는 여름의 꽃 '수국(水菊)'이 피는 걸 보니 곧 장마가 시작되려나 봅니다. 수국은 장마와 함께 여름을 알리는 꽃으로 이 꽃이 피면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

수국의 한자 이름은 '수구화(繡毬花)'입니다.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은 둥근 꽃이란 의미입니다. 작은 꽃송이들이 뭉쳐서 큰 공처럼 둥그렇게 하나를 이루고 있는 모습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수구화에서 수국화를 거쳐 수국으로 변한 것으로 보입니다.
 
 산성 토양에서는 청색 계통의 꽃이 피어나고
 산성 토양에서는 청색 계통의 꽃이 피어나고
ⓒ 임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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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칼리성 토양에서는 붉은 꽃이 피어납니다
 알칼리성 토양에서는 붉은 꽃이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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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은 자라는 토양의 성분에 따라서 산성이 강할수록 진한 푸른색 꽃이 피고 알칼리성이면 붉은색, 중성이면 하얀 꽃이 피게 됩니다. 또한 한 나무에서 피어난 꽃이라도 처음엔 연보라색이던 것이 파랗게 변했다가 연분홍으로 시들어 가는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꽃입니다.

땅의 특성과 개화시기에 따라 변하는 수국의 여러 꽃말 중에는 '변덕'이 있습니다. 무시로 꽃의 색깔을 바꾸는 수국의 성질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국의 한자어 이름은 수구화입니다. 비단으로 수놓은 둥근 꽃이라는 뜻입니다
 수국의 한자어 이름은 수구화입니다. 비단으로 수놓은 둥근 꽃이라는 뜻입니다
ⓒ 임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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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수국은 진짜 꽃이 피기 전에 가장자리에 진짜보다 크고 화려한 가짜 헛꽃으로 벌과 나비를 유인합니다
 산수국은 진짜 꽃이 피기 전에 가장자리에 진짜보다 크고 화려한 가짜 헛꽃으로 벌과 나비를 유인합니다
ⓒ 임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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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산에서 자라는 산수국은 벌과 나비를 유혹하기 위해 진짜 꽃의 가장자리에 크고 아름다운 가짜 꽃을 먼저 피웁니다. 가운데 있는 진짜 꽃이 벌이나 나비를 유혹할 수 없어 가장자리에 진짜보다 크고 예쁜 '헛꽃'을 달아놓고 곤충들을 유인합니다.

수국의 학명(學名)은 Hydrangea macrophylla for. otaksa입니다. '물을 아주 좋아하고 큰 잎을 가졌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학명 끝에 'otaksa'란 일본 여인의 이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 듯합니다.
 
 작은 꽃송이들이 하나로 뭉쳐서 큰 공을 이루고 있습니다. 각각인 것 같지만 '큰 하나'를 이루고 있습니다
 작은 꽃송이들이 하나로 뭉쳐서 큰 공을 이루고 있습니다. 각각인 것 같지만 "큰 하나"를 이루고 있습니다
ⓒ 임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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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 네덜란드 청년 주카르느(Zucarnii 1797~1848)는 당시 약관 28세의 나이에 국제 식물 조사단의 일원으로 일본에 와 있다가 '오타키'라는 기생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는 말처럼 오래지 않아 오타키는 다른 남자에게 가 버립니다. 한동안 상심의 바다에 빠져 있던 주카르느는 수국의 학명에 변심한 애인 오타키의 이름을 서양식 높임말로 표기한 'otaksa'를 넣게 됩니다.
 
 
수국 꽃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어린이의 표정이 해맑고 귀엽습니다
  수국 꽃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어린이의 표정이 해맑고 귀엽습니다
ⓒ 임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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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네덜란드 청년은 토양의 성분에 따라 처음 필 때 연한 보라색이던 것이 푸른색으로 변했다가 다시 붉은색으로 색깔을 달리하는 수국을 보면서 변심한 애인에 대한 '애정과 증오의 두 그림자'를 떠올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변심과 변덕이 죽 끓듯 하는 험한 세상입니다.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것이 어디 수국뿐이겠습니까. 어쨌거나, 먼 이국땅에서 온 총각을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간 일본 처녀 오타키의 변심은 '유죄'일지 몰라도,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려 애쓰는 애먼 수국의 변덕은 '무죄'입니다.

아 참, 아이러니하게도 보라색 수국의 또 따른 꽃말은 '진심'이라네요. 
      
 보라색 수국의 또다른 꽃말은 '진심'이라네요
 보라색 수국의 또다른 꽃말은 "진심"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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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문화재단 문화재 돌봄사업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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