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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씨가 사망한 평택항 현장.
 이선호씨가 사망한 평택항 현장.
ⓒ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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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씨가 사망한 평택항 사고 현장.
 이선호씨가 사망한 평택항 사고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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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항 준수 부족.'
'장비결함 인지 부족.'
'작업장 내 발생 가능한 위험요소에 대한 부주의.'


지난 2019년 경기도 평택항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사망사고에 대해 한국항만물류협회가 2020년 발표한 '항만하역재해통계 및 사례'를 통해 원인으로 지목한 요소다.

2019년 3월 정비기사인 스물한 살 여성노동자 A씨는 하역장비 정비 중 H-빔 버팀목이 균형을 잃고 무너지면서 하역 장비에 깔려 사망했다. 같은 해 8월 평택항에 발생한 사고 역시 굴삭기 선적 후 결함이 있는 굴삭기가 작동해 하역작업을 하던 39세 남성 B씨가 선박 기둥과 굴삭기 사이에 머리가 협착돼 사망했다.

이 두 건의 사망사고에 대해 한국항만물류협회는 ▲하역장비 정비 시 위험요소 대비 철저 ▲안전교육 및 관리감독 강화 등의 재해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평택항에서는 안전관리 미흡 및 장비결함 등의 이유로 스물셋 청년 이선호씨가 사망하는 사고가 재발했다.

지난 4월 22일 평택항에서 300kg 무게의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한 스물셋 청년 이선호씨는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 불량 ▲원청의 무리한 작업지시 및 업무 통폐합 ▲전반적인 안전관리 미흡 등을 이유로 사고를 당했다. 당시 이씨 위쪽에 있던 날개는 불량상태였고, 현장에는 안전관리자와 신호수가 부재했다. 이씨에겐 안전모를 비롯해 안전장비도 일체 지급되지 않았다.

항만노동자 재해율, 평균치 크게 웃돌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2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만공사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평택항 부두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다가 숨진 고(故) 이선호 씨의 사고 현장을 찾아 안전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2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만공사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평택항 부두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다가 숨진 고(故) 이선호 씨의 사고 현장을 찾아 안전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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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12일 평택항만공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송영길 대표는 "제대로 된 안전관리와 안전책임자 배치 없이 준비가 안 된 일용직 노동자들이 소모품처럼 쓰러져가는 현장을 더이상 대한민국에서 방치할 수 없다"면서 "이런 죽음의 사슬을 끊어내는 건 그냥 단순한 안전이 아니라 이 속에 하청·원청, 하청·재하청과 인력 파견이라는 자본의 구조가 놓여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앞서 살폈듯 이미 항만노동자가 다른 분야의 노동자들보다 훨씬 큰 재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보고는 꾸준히 이어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2018년 9월 작성한 '항만근로자 안전관리 거버넌스 재구축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항만노동자 재해율(종사자 1000명당 재해발생자 수)은 2017년 기준 9.46명으로 확인됐다. 이는 국내 전체 산업 평균 4.84명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철도(1.94)와 항공분야(1.68), 운수관련서비스업(1.97) 등에 비해서도 항망노동자들의 재해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에 대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항만 내 하역·보관·운송 작업을 수행하는 노동자의 안전사고는 대부분 작업자의 안전 부주의가 단독 원인이기보다 장비운전자, 선사, 감독 부재 등 상대가 있는 사고"라면서 "항만 하역 분야 중대재해사고 예방과 안전관리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업과 이들 이해관계자를 직접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통제체계의 정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전국에 있는 항만하역장에서 최근 10년 꾸준히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2012년 2명,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매해 4명, 2016년과 2017년에는 각 1명, 2018년 5명, 2019년에는 3명이 공식통계로 잡힌 사망자 수다. 2020년에도 인천항과 부산항 등에서 이미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2018년 발생한 5건의 사망사고 중 3건(제주항, 온산항, 군산항에서 발생)이 안전관리 항만하역 관련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협력업체 근로자의 안전관리는 협력업체의 책임하에 있으나 대부분 항만하역 관련 협력업체가 영세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며 중점적인 안전관리가 안 되는 실정"이라면서 "운영사의 경우 당일 하역 관련 작업 등을 시행하기 전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나 간단한 언급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질적 효과를 얻기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항만 안전관리' 권한 없는 해수부
  
지난 6일 평택항 앞에서 고 이선호씨의 친구들이 진상규명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지난 6일 평택항 앞에서 고 이선호씨의 친구들이 진상규명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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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만 23세 청년 이선호씨가 평택항 부두에서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던 도중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지난달 22일 만 23세 청년 이선호씨가 평택항 부두에서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던 도중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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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고 이선호씨의 아버지 이재훈씨는 지난 6일 아들의 빈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원청회사 동방뿐 아니라 안전관리감독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해수부의 책임도 매우 크다"라고 주장했다.

"회사의 모든 안전관리감독은 해수부 평택지청에서 관할하도록 돼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사업장에서 눈만 뜨면 벌어지는 온갖 편법을 동원한 불법 탈법 말도 안 되는 이 산업공간, 심지어는 사람이 죽어 나오는 이 작업 공간에서 안전관리감독을 철저히 했더라면 이번 사고는 절대 일어날 수 없었을 거다. 관리감독선상에 있던 해수부 공무원들한테 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항만분야 안전관리업무는 고용노동부가 담당하되, 현장 책임은 사업주가 부담하며 항만시설 주무부서인 해양수산부는 위탁교육훈련 외에 특별히 관여하고 있지 않다"라고 적시됐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도 1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항만 현장에서의 안전과 관련해 해수부에서 직접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며, "건설 현장을 관리하는 국토부도 마찬가지다. 안전을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안전공단이 따로 있다"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관련 법이 부재해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인정한 것인데, 지난 2020년 8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양수산부에 항만안전감독관을 두어 항만운송사업자와 항만운송관련사업자를 지도‧감독할 수 있도록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해양수산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본 결과, 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노동부 근로감독관과의 중복 역할' 등의 이유로 소위원회 내부 반대에 막혀 계류 중에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해수부도 법이 빨리 통과돼서 (구체적인) 역할을 찾아줬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고 이선호씨의 빈소는 21일째 평택 안중 백병원장례식장에서 유지 중이다. 유가족들은 원청인 동방의 진정어린 사과와 당국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오는 13일 오후 7시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는 '고 이선호님 추모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태그:#이선호, #해수부, #항만, #평택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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