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5-4로 승리한 한화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5-4로 승리한 한화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평균 6개월 정도 이어지는 KBO리그 정규 시즌에선 대개 처음 한 달을 마치고 나면 선두 그룹과 최하위권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5위까지 주어지는 포스트 시즌 티켓을 걸고 경쟁하는 중위권은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했다.

2021년 KBO리그는 5월 2일까지 팀별 25~26경기 씩 도합 126경기를 치렀다. 그런데 처음 한 달을 마친 상황에서 놀라운 결과가 발생했다. 확실하게 앞서 나가고 있는 선두 그룹도 없었고, 멀리 뒤쳐진 꼴찌 그룹도 없었다.

선두 삼성 라이온즈(16승 10패)뷰토 최하위 롯데 자이언츠(10승 15패)까지 승차가 고작 5경기 반 밖에 나지 않는다. 이 5경기 반 사이에 나머지 8팀이 촘촘하게 몰려있다는 뜻이다. 2015년 kt 위즈의 합류로 10구단 체제가 시작된 이래 개막 첫 달의 승차가 이렇게 촘촘한 적은 처음이다.

촘촘한 승차로 드러난 10팀의 평준화

1위 삼성과 2위 kt의 승차가 고작 반 경기고, 2위와 3위 그룹의 승차가 2경기다. 3위 그룹에는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그리고 SSG 랜더스 3팀이 동률을 이루고 있다. 3위 그룹과 1경기 차의 6위 그룹에는 디펜딩 챔피언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가 자리잡고 있다.

6위 그룹을 1경기 차이로 한화 이글스가 추격하고 있고, 8위 한화와 9위 키움 히어로즈 그리고 10위 롯데의 승차는 서로 반 경기다. 1위 삼성도 3연전 스윕을 한 번이라도 당하면 바로 5~6위까지 미끄러질 수 있는 상황이다.

10구단 체제에서 처음 한 달 동안 1위와 10위의 승차는 2015년에 13경기 반, 2016년이 10경기 반, 2017년 13경기, 2018년 9경기 반, 2019년 8경기였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방역 대책을 마련하느라 개막이 한 달 늦어졌던 2020년은 5월 한 달 동안 1위와 10위의 승차가 12경기 반이었다.

8구단 체제에서는 2012년 5월 18일 기준 1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8위 한화 이글스의 승차가 6경기까지 좁혀진 적이 있었다. 10구단 체제가 된 이후로 평균적으로 1위와 10위의 승차는 한 달 동안 11경기 정도 벌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2021년 현재 순위 판도는 1위와 10위의 승차가 예년에 비해 절반 밖에 되지 않고 있다.

신생 팀 NC와 kt의 성장, 하위권이었던 팀들도 선전

10구단 체제에서 선두 그룹과 하위권 그룹의 승차가 다소 많이 벌어졌던 것에는 신생 팀들의 적응 과정도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었다. 디펜딩 챔피언 NC 다이노스도 1군 리그에 처음 참가했던 2013년에는 시즌을 7위로 마감했는데, 처음 한 달 동안의 승률이 많이 부진했고, 그 이후 승률을 많이 올리면서 최종 7위가 된 것이었다.

이후 NC는 2번째 시즌인 2014년부터 2018년(10위)을 제외하고 꾸준히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우승을 향해 문을 두드렸던 NC는 8번째 시즌인 2020년에 정규 시즌 우승과 함께 창단 첫 한국 시리즈 챔피언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2015년부터 참가한 kt는 4번째 시즌인 2018년 최하위 탈출에 성공(9위)했고, 2019년에는 6위로 더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kt는 2020년 정규 시즌 2위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에게 막혀 한국 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하며 최종 3위가 됐다.

막내 팀들인 NC와 kt가 2020년 나란히 정규 시즌 1위와 2위를 기록하면서 이제 10팀 모두가 포스트 시즌을 경험했다. 지난해 최하위였던 한화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영입 이후 리빌딩에 박차를 가하여 11승 14패로 다른 팀들에게 크게 밀리지 않고 있으며, 9위 키움과 10위 롯데도 바짝 붙어 다른 팀들을 추격하고 있다.

각 팀들의 부문별 순위에도 재밌는 요소들이 있다. 선발진만 강하고 불펜이 불안한 팀이 있는가 하면, 타선만 강한 팀도 있다. 투수진과 타격이 골고루 강한 팀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둘 다 안 되는 팀도 없다. 서로의 강점이 작용한 결과 거의 매일 순위가 변하고 있으며, 승차가 벌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한 평준화, 벌어질 여지도 있다

사실 2020년 시즌은 시작부터 여러 가지 변수가 있었다. 2020년 스프링 캠프가 끝날 시점부터 해외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2주 자가격리가 시행되었는데, 이로 인해 각 팀들은 스프링 캠프를 서둘러 끝내고 각자의 연고지로 복귀했다. 뒤늦게 합류한 외국인 선수들은 자가격리로 인해 팀 훈련 합류가 늦어지는 등 불편을 겪었다.

2021년에는 캠프 후 자가격리를 걱정하느라 아예 10팀 모두 해외로 나가지 못하고 국내에서 캠프를 치렀다. 남부 지역 연고 팀들이나 실내 경기장을 쓰는 키움은 자신들의 홈 경기장을 훈련 장소로 활용했지만, 다른 수도권 팀들이나 대전을 연고로 하는 한화 등은 남쪽 지역에서 훈련을 치르는 등 이전의 스프링 캠프에 비해 익숙하지 않은 요소들이 많았다.

이로 인해 선수들은 예년에 비해 페이스를 끌어 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시즌 초반 부상 선수들도 여럿 나왔고, 페이스가 일찍 올라온 일부 선수들이 경기에 자주 출전하는 등 특정 선수 과부하 현상도 드러났다.

4월을 촘촘한 승차로 마무리했지만 이 승차가 5월에 점점 더워지는 날씨와 함께 벌어질 여지도 있다. 5월 2일까지 처음 한 달을 1위로 마무리한 삼성은 최근 10경기 7승 3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규 시즌 1위로 한국 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던 2015년 이후 정규 시즌 1위를 달린 적이 거의 없었던 삼성이 무려 6년 만에 선두에 다시 올라선 것이다. kt도 최근 4연승을 포함하여 최근 10경기 7승 3패를 기록하며 반 경기 차 2위로 삼성을 바짝 뒤쫓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NC는 최근 10경기에서 3승 7패로 부진하며 KIA와 함께 공동6위까지 떨어졌다. 롯데도 최근 10경기에서 4연패 포함 3승 7패로 부진했다. 지난 주말 3연전에서는 무려 3개의 시리즈에서 스윕이 나왔는데, 공교롭게 스윕을 당한 팀이 LG(최근 4승 6패), 롯데(최근 3승 7패) 그리고 KIA(최근 5승 5패)의 3팀이다.

슬슬 스윕이 나오고 있는 요소들을 보면 이들의 승차는 언제든지 벌어질 여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 3연전과 같이 스윕이 몰려서 발생한다면 단숨에 리그의 순위권은 그 촘촘한 틈에 균열이 커질 수도 있다.

선수들의 백신 접종, 5월 리그 흐름의 변수?

경기가 없는 5월 3일에는 2020 도쿄 올림픽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단 116명에 대한 백신 접종을 실시한다.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이 각 팀의 주축 전력을 이루고 있는 만큼, 이들의 휴식이 각 팀의 전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KBO리그는 각 팀들의 공정한 전력 유지와 접종 선수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접종 다음 날인 5월 4일 리그의 추가 휴식을 결정했다.

백신 브레이크가 결정되면서 4일에 예정되어 있던 5경기는 모두 10월 잔여 경기로 다시 편성된다. 다행히 2021년에는 기상 악화로 순연된 경기가 아직까지 개막전 4경기 밖에 없었다. 고척 스카이돔에서 개막전을 치렀던 삼성과 키움은 아직 취소된 경기가 없다. 

백신을 접종한 선수가 후유증으로 인해 엔트리에서 말소될 경우에 대한 대비책도 준비했다. 3일 이내에 말소될 경우, 10일 안에 다시 엔트리에 돌아올 수 있고 등록일수는 최대 3일까지 보장한다. 이들을 대신하여 등록된 특별 엔트리 선수들도 이 기간 중 3일 이내에 말소될 경우, 10일 안에 다시 엔트리에 돌아올 수 있다.

올림픽 예비 엔트리에 들었으나 이번 1차 접종 명단에 들어가지 않은 20명의 선수들에 대해서는 향후 일정에 따라 접종을 실시한다. 향후 2차 접종이 필요한 만큼, 큰 문제가 없을 경우 2차 접종 다음 날도 리그 전체가 추가 휴식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백신 브레이크가 도입되면서 각 팀들이 정규 시즌을 치르는 동안 숨을 고를 수 있는 타이밍이 생겼다. 선수들의 휴식 이후 리그 흐름이 지금처럼 촘촘한 승차를 유지할지, 아니면 슬슬 앞서가는 팀과 뒤쳐지는 팀이 생겨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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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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