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역사에 나름 의미있는 기록을 남겼던 또 하나의 베테랑 선수가 KBO리그의 역사에 이름만 남기고 은퇴하게 됐다. NC 다이노스의 역사를 함께 해 왔던 베테랑 내야수 모창민이 선수 은퇴를 선언하고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선수 은퇴에 대한 내용은 4월 22일 창원에서 있었던 감독, 단장과의 면담에서 결정됐다. 모창민은 향후 일정 기간 교육을 거쳐 NC의 전력 분석원으로 활동할 예정이며 은퇴식과 관련된 상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광주 출신의 모창민, 빛을 보지 못했던 SK 시절

1985년 5월 8일 생으로 광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모창민은 프로 선수들을 다수 배출한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졸업했으나 2004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성균관대학교에 진학한 뒤 2006년에는 미국에서 열렸던 한미 대학 야구 선수권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2008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는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SK 와이번스에 지명되어 큰 관심을 받았다. 커리어 초기에는 최정(SK 와이번스)과 3루수 포지션이 겹치면서 유격수로 출전하기도 했지만, 경기력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2010 시즌을 마친 뒤 상무 피닉스로 입대했다.

군 복무 중에는 상무에서 주전 3루수로 퓨처스리그에 출전했고, 2011년에는 야구 월드컵 국가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2012년 퓨처스리그 성적은 타율 0.353에 11홈런 61타점을 기록, 기회를 충분히 얻으면 좋은 기량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2012년 9월 전역하자마자 SK의 야수진 부상으로 인한 공백을 채우기 위해 바로 실전 경기에 투입된 모창민은 그 해 포스트 시즌에도 출전했다. 롯데 자이언츠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5타수 2안타 타율 0.400을 기록했고,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 시리즈에서는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2 시즌이 끝난 뒤 SK에 모창민의 자리는 없었다. 2012 시즌이 끝난 뒤 모창민은 SK의 마무리 캠프에 참가했으나 캠프 중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며 새로운 진로를 찾아야 했다.

때마침 2011년에 창단하여 2012년 퓨처스리그에 참가했던 NC 다이노스가 2013년 1군 참가를 앞두고 신생 팀 특별 지명권을 행사했고, 이를 통해 모창민은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됐다. 당시 이호준 코치도 SK에서 선수로 있다가 2013 시즌을 앞두고 FA 계약으로 NC로 옮겨 팀의 첫 주장을 맡으며 모창민과 인연을 이어갔다.

NC의 역사적인 첫 안타 기록을 작성한 모창민

2013년 4월 2일 NC는 현재 퓨처스 팀이 사용하고 있는 마산 야구장에서 역사적인 홈 개막전을 치렀다.

홈 개막전에서 롯데를 상대로 선발 출전했던 모창민은 1회 말 첫 타석부터 NC의 역사적인 첫 안타와 첫 볼넷을 기록하며 팀 역사의 첫 기록을 남겼다. 첫 안타를 만들었던 공과 첫 볼넷을 기록했던 공은 지금도 NC가 팀 역사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여 보관하고 있다.

팀의 역사적인 첫 개막전에 모창민은 팀의 첫 출루 기록까지 만들다. 그러나 모창민에게 있어서 개막전의 기쁜 순간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모창민은 6회 말 두 번째 안타로 이 날 경기에서만 3출루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이후 주루 플레이 과정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고,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됐다. 그리고 NC도 그 날 개막전에서 패하면서 절반의 기쁨만 남기게 됐다. 2주가 조금 지난 뒤 1군에 복귀했지만 또 주루 플레이 과정에서 약지 골절로 부상을 입으며 아쉬운 4월을 보냈다.

부상에서 복귀한 뒤 모창민은 SK에서 최정에게 밀렸던 주전 3루수 자리를 NC에서 차지했다. 모창민에게 2013년은 비로소 첫 풀 타임 시즌을 맞이한 의미있는 시즌이었지만, 그래서였는지 체력 문제로 후반기에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108경기 타율 0.276에 12홈런 51타점 16도루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2014년 모창민은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됐다. 공교롭게 2014년의 올스타 게임이 고향 광주의 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리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더 큰 의미를 지녔다. 고향에서 올스타 게임에 출전한 모창민은 타석에서도 초구를 바로 공략하여 홈런을 기록했다.

박석민의 영입, 입지가 다시 줄어든 모창민

그러나 모창민은 2015년 시즌 부진하게 되면서 지석훈에게 주전 3루수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2015 시즌이 끝난 뒤 FA 시장에서 NC는 삼성 출신의 FA 내야수 박석민을 4년 96억원 계약으로 영입했다. 다만 박석민의 보상선수로는 최재원이 지명되면서 모창민은 계속 NC에 남게 됐다.

당초 박석민이 주전 3루수로 영입되면서 포지션이 겹치는 모창민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게다가 2016년 무릎 외측 반월판 수술까지 받으면서 6월까지 1군 자리를 비우는 시련을 겪었다. 부상 복귀 이후에는 포지션 중복과 관련된 문제로 인해 대타 혹은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부상 시련을 극복한 모창민은 2017년 136경기 출전에 148안타 17홈런 90타점을 기록, 처음으로 규정 타석 3할을 달성하여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8년 족저근막 파열로 또 다른 부상을 맞이하면서 5월부터 8월까지 공백을 남겼다.

부상으로 2018년을 아쉽게 보낸 직후 모창민은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다. 선수와 구단이 모두 재계약을 강력하게 희망했고, 모창민과 NC는 시간을 길게 끌지 않고 3년 최대 20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30대 중반으로 특급 선수가 아닌 이상 계약을 따기 힘들었을 처지였지만, 당시 FA 시장의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던 점을 감안하면 모창민의 계약은 나쁘지 않았다.

다이노스 역사의 산 증인 모창민, 첫 우승까지 함께하다

FA 계약 이후 첫 시즌이었던 2019년 모창민은 타율 0.305에 OPS 0.824를 기록하며 비율에 있어서는 좋은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하면서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하고 104안타 10홈런 55타점 3도루에 그친 것이 아쉬웠다.

2020년에도 모창민은 시즌 초반에 어깨 부상으로 전력을 이탈했다. 후반기에도 허리 부상으로 인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많았고, 결국 출전 기회가 줄어들면서 62경기 41안타 2홈런에 그쳤다(타율 0.301 OPS 0.789).

비록 FA 계약 이후 개인적인 활약은 적었으나, 모창민은 선수 생활 황혼기에 소속 팀 NC에 여러 가지 의미있는 기록들을 계속해서 남겼다. 2018년 10월 6일에는 히어로즈와의 홈 경기에서 워크오프 홈런을 날렸는데, 마산 야구장의 1군 경기 마지막 워크오프 홈런으로 기록이 남게 됐다.

창원 NC 파크의 첫 시즌이었던 2019년에는 3월 26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또 워크오프 홈런을 날렸다. 이번에는 NC 파크의 첫 워크오프 홈런이었고, 모창민은 또 한 번 다이노스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NC가 2020년 처음으로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했고, 모창민은 2020년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한국 시리즈에 출전하여 3차전 대타 안타, 4차전 4타수 1안타, 5차전 대타 타점을 기록했다. 부상 때문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였으나, NC가 6차전에서 한국 시리즈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모창민은 NC의 첫 우승에도 기여하게 됐다.

은퇴 후 전력 분석원으로 활동 예정, 은퇴식 일정은 미정

FA 3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1년 모창민은 일단 개막 엔트리에서 시즌을 시작하긴 했다. 그러나 주전 1루수는 강진성의 몫이었고, 지명타자도 자리가 없었다. 시즌 초반 투수 자원 수급이 필요하게 되면서 모창민은 1군 자리를 내주게 됐다.

강진성의 부상으로 시즌 초반 잠시 기회를 얻기도 했지만 타석에서의 활약은 적었다. 결국 강진성의 부상 공백은 윤형준으로 대체되면서 모창민은 다시 1군 엔트리에서 빠지게 됐다. 모창민의 2021 시즌 기록은 도합 2경기 6타석(5타수 무안타 1볼넷 1삼진)으로 타율 0이 됐다.

결국 모창민은 22일 창원에서 이동욱 감독, 김종문 단장과의 면담을 거쳐 선수 은퇴를 결정했다. 모창민은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은퇴를 결정했음을 밝혔고, 일단 FA 계약 마지막 시즌인 올해에는 현장 프런트에서 팀과 함께 일하게 된다. 일정 기간 교육을 거친 후에는 전력 분석원으로서 스카우트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개인 통산 기록은 1042경기 출전에 타율 0.282를 기록했고, 773안타 92홈런 74도루 439타점 401득점을 남겼다. SK 시절에는 최정과 자리가 겹쳤고, NC 시절에는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NC의 시작부터 첫 우승까지 그가 각종 기록을 남기며 기여했던 점은 인상적이었다.

모창민의 은퇴식과 관련된 자세한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올해부터 KBO리그에는 은퇴 선수를 위한 특별 엔트리 규정이 생겼는데, 이에 따라 은퇴식이 열리는 날에 한하여 은퇴 선수가 특별히 경기에 출전할 수도 있다. 다이노스 역사에 의미있는 기록들을 많이 남긴 모창민의 존재를 감안하면 은퇴 경기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렇게 역사의 흐름과 함께 또 다른 베테랑 선수가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NC의 첫 경기부터 우승까지 역사를 함께 했던 모창민의 새로운 야구 인생도 의미있는 한 걸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NC다이노스 모창민은퇴 팀관련기록 야구역사기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