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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익스프레스 화재사고 유가족이 분향소에 꽃을 올린 뒤 눈물을 보였다.
 한익스프레스 화재사고 유가족이 분향소에 꽃을 올린 뒤 눈물을 보였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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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하루하루 버틸 뿐이다."

지난 2020년 4월 29일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현장 화재로 아버지를 잃은 김지현씨가 1주기를 사흘 앞둔 26일 서울 서초구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서 열린 추모행동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괜찮지 않다"면서 "왜 지금 내 옆에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것인지, 누가 이런 참사를 발생시킨 것인지, 누가 아버지를 죽인 것인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매일 수도 없이 생각한다"라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그는 참사 후 법정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한익스프레스스 전무는 (공기단축과 관련해) 자신이 결정한 것이 없고, 기억도 없다면서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결정 권한이 있는 사람이 책임이 없다고 말하면 누가 책임을 지나. 지시에 따라 일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는가. 아버지가 화재로 황망히 돌아가신 지 1년이 지났는데 아버지 죽음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여전히 아무도 없다."

지난해 4월 29일 오후 1시 32분께 경기도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남이천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현장에 있던 노동자 38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저온창고 지하 2층에서 있었던 산소용접 작업이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중대재해법 제정됐지만, 한익스프레스 솜방망이 처벌"
 
서울 서초구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 이천 화재사고 희생자를 위한 분향소가 마련됐다.
 서울 서초구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 이천 화재사고 희생자를 위한 분향소가 마련됐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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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장에는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도 참여했다. 그는 "한익스프레스 참사 이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됐지만, 법안에는 공기단축과 관련된 발주처 처벌은 빠졌다"면서 "여전히 건설현장은 다단계 불법 하도급 구조와 안전시설 조치 미비, 기업 및 경영책임자 솜방망이 처벌 등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익스프레스는 공기 단축을 위해 폭발 위험이 있는 동시 작업을 강제했다. 결로 현상을 막는다는 이유로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노동자가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를 막아 참사 원인을 제공했다. 그러나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한익스프레스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실제로 한익스프레스 참사 후 8개월 뒤인 2020년 12월 29일 수원지법 여주지원에서 열린 이 1심에서 재판부는 물류창고 공사 발주처 한익스프레스 관계자 A씨에게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시공사 건우의 현장소장 B씨에겐 징역 3년 6개월, 감리사 관계자 C씨에겐 금고 1년 8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현재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는 현장에 모인 중대재해피해 가족들이 "발주처 처벌을 포함한 건설안전특별법 및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제정을 촉구"한 이유이다. 지난 1월 공포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은 1년 뒤 시행되지만, 지난해 9월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은 야당의 반대로 소관위원회 계류 중이다.

건설안전특별법에는 발주자를 비롯해 설계, 시공, 감리자에 안전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소홀히 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2020년 사고로 숨진 산업재해 노동자는 모두 882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855명보다 27명 늘어난 수치로 전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인 458명(51.9%)이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민주노총과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후인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총 149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15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들은 오는 29일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산재사망 1주기를 맞아 서울 덕수궁 정동길에서 27일과 28일 점심 무렵에 건설현장 산재사망 사진전 및 시민 분향소를 마련할 계획이다. 참사 당일인 29일에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사진전 및 시민분향소가 마련된다. 같은 날 저녁 추모문화제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다.
   
이천 화재사고 유가족들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 섰다.
 이천 화재사고 유가족들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 섰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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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화재사고 유가족들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 섰다.
 이천 화재사고 유가족들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 섰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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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창고, #1주기, #이천화재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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