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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팽목항 '세월호 참사' 추모
 진도 팽목항 "세월호 참사" 추모
ⓒ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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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7년이 되는 날이다. 곳곳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김유철 시인은 추모시 "썰물은 돌아오지 않았다"에서 "그날이 다시오면 팽목항으로 오라/그대, 팽목항으로 오라"고 했다.

다음은 김 시인이 쓴 추모시 전문이다.

썰물은 돌아오지 않았다
-세월호 7주기

김유철 시인(삶예술연구소)

그리움이 변형된 바다에 이르렀다
그리움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했든가
숱한 그림을 그리고 지우는 동안
그리움의 힘은 사라진 이들을 기다리게 했다
파도가 되고
바위가 되고
이내 별빛이 되어
팽목항으로 돌아오곤 했다

가볍고 서늘한 바람이 부는 날은 서러웠다
더 멀리 갈까 봐 서러웠고
물속 차가움이 느껴져 몸서리치며
그런 날은 낯익은 소주마저
낯설게 컴컴한 속으로 들어왔다

슬픔에서 담담으로
그리곤 묵묵으로 사그라지는
눈앞의 섬들과
살아있었던 숨결들
아,

모든 것을 보았던 방파제 끝 무인등대는
반딧불이 꽁무니처럼 깜박이고
물도 하늘도 보이지 않는 먹물 밤이 오면
방파제 깃발들은 밤새도록 울먹였다

아이들과 나누웠던
소소하거나,
하찮거나,
속삭였거나,
심지어 옥신각신했던 행복은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은 채
여전히 맹골수도에 잠겨있다

제 꼬리를 물려 제자리를 맴도는 땅강아지가 되어
2555일을 보내는 동안
사랑이네, 희망이네 라는 말이 스쳐 갈 때마다
외면하거나 '없다'라는 속말이 밀고 나왔다

쓸고 나간 썰물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루 네 번씩 맹골수도는
아이들 숨결로 요동쳤지만
썰물이 삼킨 그 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썰물은 괴물인가
욕심이 빚고,
거짓이 만든,
지폐와 황금 속에 사는,
괴물은 여전히 벽처럼 서 있지만
썰물이 밀물 되어 들어오는 날
그날이 다시오면 팽목항으로 오라
그대, 팽목항으로 오라

태그:#세월호, #김유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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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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