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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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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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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도쿄 아파트' 논란이 잠시 주춤했던 MB 정부 시절 국정원의 불법 사찰 의혹을 다시 살려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측 BBK 대책팀장이었던 홍준표 무소속 의원까지 공방에 가세하면서 확전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박영선 후보의 도쿄 아파트에 대해 연일 맹공을 펼쳐왔다. 21일(일) 오전에도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해 '4.15 총선은 한일전이다'던 민주당이 박영선 후보의 일본 초호화 아파트에 대해서는 웬일인지 조용하다"라며 "다주택자 국민은 범죄자 취급하며 징벌에 가까운 세금폭탄을 투하하는 민주당이다, 그런데 박영선 후보의 2주택 보유에는 '해외투자'라 한다"라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3000원짜리 캔맥주, 1만 원짜리 티셔츠에는 '친일'의 낙인찍던 사람들이, 정작 10억 원이 넘는 '야스쿠니 신사뷰' 아파트를 보유한 박 후보에게는 침묵하고 있다"라며 "내가 하면 '해외투자', 남이 하면 '토착 왜구'. 당신들의 위선과 이중성이 국민들은 지긋지긋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영선 후보는 자신의 남편인 이원조 변호사 명의로 된 일본 도쿄 아파트 소유 문제에 대하여, 이 변호사가 2007년 대통령 선거 이후 BBK 관련 건으로 인해 이명박 정부로부터 사찰과 탄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해왔다. 근무지를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도쿄 아파트 구매 역시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린 2021 서울지방선거장애인연대 후보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린 2021 서울지방선거장애인연대 후보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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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와중에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 BBK 대책팀의 팀장이었던 홍준표 의원이 21일 입을 열었다.

홍준표 "기획 입국 배후자로 지목 안 해... 내사 종결"

홍준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영선 후보 측의 해명이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라며 2007년 대선 국면 당시를 회고했다. 홍 의원은 "그때 불거진 사건이 김경준 기획 입국설이었고, 김경준이 입국하면 대선 판이 뒤집어진다고 모든 국민의 눈은 김경준의 입국에 집중되어 있을 때"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김경준의 변호사인 심아무개씨와 박영선 의원의 남편 되는 분이 LA 로펌에 같이 동료로 근무했었기 때문에, 우리는 김경준의 기획 입국에 모종의 묵계가 있을 것으로 보았으나, 증거가 부족하여 고발하지는 못하고 단지 진상을 규명해 달라는 취지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바 있다"라고 적었다.

"그 수사 의뢰서에는 어느 누구도 기획 입국의 배후자로 지목하지 않았고, 단지 우리 대선후보를 음해할 목적으로 김경준을 기획입국 시키고 있으니 수사해 달라는 것 뿐이었다"라며 "대선 후 검찰수사는 박영선 후보의 남편 관여 여부로 번졌고, 남편이 근무하는 법무법인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하니 박영선 후보의 남편은 그 법무법인에 근무하지 못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자료사진)
 무소속 홍준표 의원(자료사진)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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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의원은 "박영선 후보 남편이 기획입국에 관여한 증거가 없어 내사 종결된 것에 대해, 그 후 박영선 후보에게 제가 사과한 일도 있다"라며 "사찰이 아니라 검찰 내사였고, 우리는 박영선 후보 남편에 대해 심증만 갔을 뿐 그를 지목한 일은 없었다"라고 반복했다. 이명박 정권이 표적 수사한 게 아니었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그는 "결과적으로 일이 그렇게 된 점에 대해선 다시 한번 유감을 표한다"라고 글을 마쳤다.

박영선 후보는 불법 사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찰이 아니라 박 후보 배우자 직장에 대한 검찰 내사였을 뿐이라는 게 홍 의원의 반론이다.

박영선 "피 끓는 이야기 또 꺼내... 국정원이 우리 가족 사찰하고 검찰에 정보보고"

하지만 홍 의원은 검찰 내사 이외에 다른 사찰이 있었는지 여부를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18대 국회의원과 4대강 사업 반대 활동가 등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이 있었다는 게 최근 연이어 확인된 상황이어서, 'BBK 저격수' 박영선 의원에 대한 사찰 가능성을 배제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해 보일 수 있다.

박영선 후보는 홍 의원의 발언을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박 후보는 "드디어 홍준표 전 대표가 고백을 하셨다, 고백해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아무 죄 없는 민간인을 내사하고 압수수색한 사실을 실토하셨다"라고 반응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국정원 직원을 붙여서 우리 가족을 사찰하면서 검찰 범정기획단에 정보보고 하던 사건, 우리 가족을 뿔뿔이 흩어지게 했던 피가 끓어오르는 이야기를 또 꺼내신다"라고 올렸다.

이어 "그런데 또 뚱딴지같은 허위사실이 있다"라며 "심아무개씨가 누구냐? 이름을 밝혀주시라"라고 물었다. "남편은 미국에서 심씨 성을 가진 사람과 근무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라며 "남편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2008년 회사에서 쫓겨나 일본으로 가게 되었고, 거기서 직장을 구해 일본에서 살았고, 그래서 아파트를 구입한 것"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특히 "그리고 그 아파트는 지난 2월 처분했다"라며 "재산신고에 들어 있는 것은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재산신고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에 대한 진상 규명은 4.7 보궐선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여야는 진상규명 관련 특별법도 선거 뒤에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찰 피해자의 국정원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홍준표, #BBK, #도쿄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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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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