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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소원을 성취 했다. 발급 받은 운전 면허증을 내게 보여줬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하루 종일 '싱글벙글' 했다.

운전 연수를 하러 집 근처 한적한 도로를 갔다. '초보 운전'이라 대문짝 만하게 써붙였다. 도로를 천천히 운전하는 아내의 머뭇거림이 불안 불안했다.

아내가 우측 깜빡이를 켰다. 슬쩍 백미러를 봤다. 멀리서 차 한 대가 오고 있었다. 차선 변경을 해도 될 것 같았다. 아내는 한 번에 들어가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옆 차선으로 들어갔다. 어설픈 운전이었다.

"끼익" 뒤 따라오던 차가 속도를 내며 앞지르더니 우리 차 앞에 멈췄다. 순간 놀라서 아내는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운전석 창문으로 손 하나가 나오더니 "까딱까딱"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아마도 어리숙한 아내의 운전이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나 보다. 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달리는 차의 속도감을 잘 알지 못한다. 운전 미숙으로 인해 그에게 불편함을 준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도로 위의 선배들에게 잘 보이도록 큰 글씨로 '초보 운전'이라는 신고서를 붙였다. 그런데도 일부러 급 정지를 하면서까지 보복운전을 하다니. 

나는 아내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어쨌든 우리 쪽에서 원인을 제공했으니 사과를 했다. 

아내와 함께 마트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건널목 신호등은 20여 초 정도 남아 있었다.

유리창에 붙인 초보 운전 글귀를 보고 베테랑 운전기사는 우리 차를 얕잡아 본 듯싶었다. 뒤에 있던 버스가 빨리 가라고 "빵빵" 거리며 재촉했다. 비록 아무도 건너지 않는 건널목이지만 교통신호는 지켜야 하지 않은가.

보행신호의 파란불이 꺼질 때 출발하자 버스가 전조등 불빛을 위아래로 흔들며 성을 냈다. 신호 위반을 '강요' 당하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첫 번째 운전자는 자신이 가는 길에 속도를 줄이도록 만들었다는 이유로 보복을 했다. 두 번째 운전자는 신호를 지키기 위해 기다렸다는 이유로 불쾌함을 줬다. 도대체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시무룩한 아내에게 말했다. "괜찮아! 누구나 처음은 있는 거야, 그들이 잘못된 거야."

만일 도로 위에서 "답답하죠. 지는 환장해요~"라는 글귀를 달고 거북이처럼 달리는 소형  SUV 차량 한 대가 깜빡이를 켠다면 잠시만 속도를 줄여 주기 바란다. 여유와 양보가 당연한 교통 문화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우측 깜빡이가 깜빡인다. 옆 차선의 차가 살며시 속도를 줄여준다. 아내가 싱긋 미소를 짓는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필자의 브런치에 실린글입니다.


태그:#초보운전 , #보복운전, #양보, #교통문화, #운전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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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속에서 행복을 찿아가는 가영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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