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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인 딸 아이가 2019년 딴 한번, 반 전체가 등교한 날 쓴 일기입니다.
▲ 딸아이의 일기 5학년인 딸 아이가 2019년 딴 한번, 반 전체가 등교한 날 쓴 일기입니다.
ⓒ 임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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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쨍쨍하고 낙엽이 떨어지는 10월의 아침이었다. '쿵쾅.. 쿵쾅.. 쿵쾅..'

친구들이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3층까지 올라가자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5학년이 된 이후 처음으로 다 같이 만나는 날이었다. 우리 반 학생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내가 아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모르는 친구들도 많았다.

같이 수업을 했다. 온라인 수업만 하다가 다 함께 공부를 하니까 재미있었다. 마스크를 벗고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았으면 좋겠다.

처음엔 학교에 가지 않아서 좋았지만 지금은 친구들을 만나서 놀이도 하고 공부를 하고 싶다. 나는 어제저녁에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오늘이 기대가 됐다. 정말 기분 좋은 날이었다.

작은 바이러스가 지구를 마비시키고 있는 중이다. '아빠는 인간이 잘못한 게 있어서 어쩌면 자연이 잠시 멈춰가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훗날 딸아이는 2020년을 생각하며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그때는 그랬어. 5학년 동안 딱 한 번만 반 아이들 전체가 등교한 적이 있었지.'

아는 친구들도 몇 명 있었지만 서로 모르는 친구도 많이 있다는 요즘 초등학교 5학년의 현실이다. 코로나는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상황을 만들고 있다.

직장 후배의 아이는 초등학교를 입학했지만 친구들이 없다고 한다. 아니,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서로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니까 친구를 사귈 수 없는 거다.

지난 1년은 우리 모두가 고달픈 한 해였다. 아이들 또한 방학 같은 학교 생활을 오래 하며 집에 있는 시간들이 길어지자 힘들어한다. 학기 초반 다소 혼란스러움은 있었지만 온라인 수업은 비교적 자리 잡은 듯하다.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여전히 부모가 도와주어야 한다.

우리 집 둘째의 일과다. 학교 수업은 온라인, 영어 학원도 ZOOM으로 하는 공부, 수학 학원은 거리두기를 지킨 소규모 그룹으로. 대면 수업을 최대한 하지 않는 공부를 한다.

솔직히 공부를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아이가 혼자서 온라인 수업을 하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맞벌이를 하는 아내와 내가 매일 봐줄 수도 없다.

주말에 체크를 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보려 하지만 부모가 자식을 가르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와 부모 둘 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고3으로 올라가는 큰 딸아이는 특성화고에서 실용음악을 배운다. 지역 내에서 제법 실력 있다는 학교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지만 2학년 동안 한 번도 무대에 선 적이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과외로 받는 음악 학원에서 마스크를 쓴 채로 노래 연습을 한 적도 있다.

기온이 영상으로 오른 점심시간에 잠시 산책 겸 걷기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아직은 쌀쌀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봄은 따뜻한 햇살을 내어줄 거다.

뉴시스의 보도에 의하면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2000만 명분을 선구매하기로 했고, 계약이 완료되면 지난번 확보한 5600만 명분과 합쳐 우리나라는 총 7600만 명분의 백신을 갖게 된다고 한다.

신발주머니를 앞뒤로 흔들고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딸의 모습을 본 지 오래다. 머지않아 마스크를 벗고 학교 운동장에서 해맑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동시 송고 합니다


태그:#코로나, #코로나19, #학교,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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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속에서 행복을 찿아가는 가영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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