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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후 73일의 아이가 숨진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판결문 일부.
 생후 70일의 아이가 숨진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판결문 일부.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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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아동은 당시 만 2세도 되지 않았고 폐렴 등을 앓고 있어 부모의 보살핌이 더욱 필요했다. 하지만 피고인들(친부모)은 칭얼거린다는 등의 이유로 의사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피해아동을 일방적으로 가해했다. 피고인들은 피해아동을 수회 폭행하면서 "넌 죽어야 돼"라고 말하거나 집어던지기까지 했다.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피해아동은 고통 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되었고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피해아동은 눈도 감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 - 수원지방법원 2019고합321 / 친부 징역 8년, 친모 징역 7년
 
수많은 '정인이'가 있다. 2019년 7월 울산지방법원 제11형사부는 아동학대치사 사건을 판결하며 "아동학대 사망자의 마지막 이름이 부디 (이 사건의) '○○이'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마이뉴스>는 보건복지부 통계와 지난 2년 아동학대치사 사건 판결문 34개를 통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학대로 목숨을 잃는지, 그들이 왜 삶을 꽃피워보지도 못한 채 참혹하게 죽어야 했는지 분석했다. 또 가해자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고, 처벌을 내린 법원은 어떤 기록을 남겼는지 전하고자 한다.

죽은 아이들, 1세 이하가 절반 넘어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생후 16개월 정인이가 잠들어 있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자연묘지에 5일 오전 추모객들이 적은 추모글과 함께 간식, 장난감이 쌓여 있다. 추모함에 쌓인 눈을 걷어내자 정인이의 생전모습이 담긴 사진이 보인다.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생후 16개월 정인이가 잠들어 있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자연묘지에 5일 오전 추모객들이 적은 추모글과 함께 간식, 장난감이 쌓여 있다. 추모함에 쌓인 눈을 걷어내자 정인이의 생전모습이 담긴 사진이 보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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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학대로 목숨을 잃을까. 지난 2020년 10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5~2019년 아동학대로 숨진 아이만 160명에 달했다(아동보호전문기관 집계 기준). 2019년에만 42명이 숨졌는데 이는 최근 5년 간 가장 높은 수치였다.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28명)

2019년 아동학대로 숨진 42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은 ▲ 19명(45.2%)이 1세 미만이었다. 이외 ▲ 1세가 5명 ▲ 3세가 4명 ▲ 4세가 2명 ▲ 5세가 5명 ▲ 6·7세가 각 2명 ▲ 8·10·12세가 각 1명이었다. 즉,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방법이 극히 제한적인 1세 미만 영아가 사망자의 절반에 가까웠다.

누가 아이들을 죽인 걸까. 같은 통계에 따르면 42명의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가해자는 53명으로 이 중 ▲ 친부모가 46명이었다. 나머지는 ▲ 계부 2명 ▲ 양부 1명 ▲ 양모 1명 ▲ 대리양육자 1명이었다. (2명은 피의자 사망 및 재판 중인 이유로 확인 어려움)

이 중 ▲ 남성은 24명 ▲ 여성은 28명이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 20대 25명 ▲ 30대 16명 ▲ 40대 7명 ▲ 19세 이하 3명 ▲ 50대 1명 순이었다. (1명은 성별 및 연령 확인 불가)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2019년 7월 기준 40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이 중 15명에게 판결이 내려졌다(25명은 재판 중). 처벌을 받은 15명의 형량은 ▲ 집행유예 4명 ▲ 1년 이하 3명 ▲ 5년 초과~10년 이하 7명 ▲ 25년 1명이었다.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13명은 각각 ▲ 공소기각(재판 중 피의자 사망) 1명 ▲ 불기소(수사 중 피의자 사망) 2명 ▲ 내사종결(살해 후 자살사건 등) 4명 ▲ 기타(조건부 기소유예 및 소년사건으로 판결문 열람 불가) 3명 ▲ 수사 중 3명이었다.
 
 2019년 아동학대 사망 사건 가해자 53명의 재판 결과. 처벌받은 15명 중 4명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019년 아동학대 사망 사건 가해자 53명의 재판 결과. 처벌받은 15명 중 4명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 보건복지부 "2019 아동학대 주요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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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피해자를 단지 울거나 보챈다고 폭행..."

<오마이뉴스>는 위 보건복지부 통계와 별도로 지난 2년(2019년 1월 이후) 아동학대치사 사건 판결문을 분석했다. '대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을 통해 '아동학대치사'를 키워드로 검색해 23개 사건 34개 판결문(항소심 포함)을 입수했다(열람불가 판결문도 있어 실제 사건수와는 다소 차이가 있음).

우선 판결문을 통해 학대로 사망한 아이들의 연령을 분석한 결과, 위 보건복지부 통계와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판결문에 담긴 사망아동 23명 중 ▲ 15명이 1세 미만 ▲ 4명이 1세였기 때문이다(▲ 3세 2명 ▲ 5세 2명). 이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방법이 극히 제한적인 영아가 아동학대로 가장 많이 사망한다는 점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피고인은 생후 4개월의 피해자를 유기·방임했을 뿐만 아니라 오로지 울음으로만 기본적 욕구를 표현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를 단지 울거나 보챈다는 이유로 수차례에 걸쳐 폭행함으로써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그 학대의 정도가 중하고 학대행위가 반복적, 상습적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 범행으로 이런 피해자가 소중한 생명을 잃어 그 피해를 회복할 방법이 없다. -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9고합64 / 징역 7년
 
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는 총 31명이었다. 법정에 선 이들이 누구인지를 기준으로 사건별로 정리하면 ▲ 친부모 4건(8명) ▲ 친부 8건 ▲ 친모 6건 ▲ 계모 1건 ▲ 친모·계부·지인 1건(3명) ▲ 어린이집 관계자 1건(3명) ▲ 위탁모 1건 ▲ 지인 1건이었다.

이들에게 내려진 형량은 ▲ 징역 15년 1명 ▲ 징역 12년 2명 ▲ 징역 10년·11년 각 1명 ▲ 징역 9년 1명 ▲ 징역 8년 2명 ▲ 징역 7년 4명 ▲ 징역 6년 2명 ▲징역 5년 4명 ▲징역 4년 5명 ▲ 징역 3년 1명 ▲ 집행유예 7명이다. 이 역시 위 보건복지부 통계와 마찬가지로 5년 초과~10년 이하, 그리고 집행유예의 비율이 높았다.

법정형은 높은데, 집행유예가 왜 나올까?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치사를 저지른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는 살인(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과 비슷한 수준의 법정형이다.

다만 실제 법정에서 참조하는 양형기준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아동학대치사와 살인의 양형기준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 아동학대치사
▲ 감경 : 2년 6월~5년 ▲ 기본 : 4~7년 ▲ 가중 : 6~10년

■ 살인
- 참작동기 살인
▲ 감경 : 3~5년 ▲ 기본 : 4~6년 ▲ 가중 : 5~8년
- 보통동기 살인
▲ 감경 : 7~12년 ▲ 기본 : 10~16년 ▲ 가중 : 15년 이상, 무기 이상
- 비난동기 살인
▲ 감경 : 10~16년 ▲ 기본 : 15~20년 ▲ 가중 : 18년 이상, 무기 이상
- 중대범죄 결합 살인
▲ 감경 : 17~22년 ▲ 기본 : 20년 이상, 무기 ▲ 가중 : 25년 이상, 무기 이상
-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
▲ 감경요소 : 20 ~ 25년 ▲ 기본 : 23년 이상, 무기 ▲ 가중요소 : 무기 이상
 

살인의 경우 고의성을 입증해야 유죄로 인정되는 반면, 아동학대치사는 그렇지 않다.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의 경우 목격자가 없는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등 고의성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가해자에게 아동학대치사가 적용되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

더구나 부모-자식이란 특수한 관계에서 벌어진 사건이므로 여러 감경요소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주로 경제적 어려움, 육아 스트레스, 남은 가족 구성원의 처벌 불원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감경요소가 적용될 경우 '2년 6월~5년'의 양형기준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집행유예의 사례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집행유예 선고는 징역 3년까지 가능). 아래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례다.
 
피고인(친부)은 생후 10개월에 불과한 피해자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어깨를 수회 밀어 넘어뜨렸다. 그 과정에서 알 수 없는 곳에 머리를 부딪쳐 경련을 일으키는 피해자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죄책이 매우 무겁다. 한편 1심에선 범행을 부인했으나 2심에서 모두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 평소 피해자를 학대했다는 다른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계획적이고 적극적인 학대의 의도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늦은 나이에 얻은 외아들을 잃어 평생 괴로워하며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 배우자도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 - 대구고등법원 2019노458 /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이 때문에 비교적 충분한 법정형보다는 다소 낮은 양형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법정형을 높이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전문가들의 지적으로 되레 '여론 잠재우기식'이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양형기준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다. 

이수연 변호사는 "아동학대 사건의 법정형은 높은 편이지만 (실제 법정에서 적용되는) 양형기준은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정으로의 복귀 및 경제력 유지를 위해 실형을 내리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이 역시 위험할 수 있다"며 "다만 (실형 선고로) 가해자를 가정으로부터 분리할 경우 실제로 가정에 경제적 위험이 올 수 있기 때문에 국가가 이 공백을 뒷받침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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