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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번은 일하다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억'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전선 확인했냐는 물음에 같이 일하는 형이 분명히 했다고 했는데.... 깜짝 놀라서 하던 일을 멈추고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가보니, 함께 일하던 형이 얼굴을 감싸고 바닥에 주저 앉아 있었어요.  단 눈을 떠 보라고 하고 보이냐 물으니 보인다고 하더라구요. 가까이에서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보니, 검게 그을린 콧등과 살짝 탄 머리카락이 보였어요. 그제서야 두근 거리던 가슴이 진정되고 그나마 이만한 게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지요. 전기 공사를 하다가 크게 다친 사람을 본 게 한 둘이 아니거든요. 어디 다치기만 해도 다행이죠. 죽는 일도 있으니 꽤 위험한 직업임은 틀림없죠. 그날은 차단기를 올리다가 차단기가 터진 거예요. 차단기를 올릴 때 전선을 다시 확인하고 올리는데, 가끔 확인을 해도 잘 못 될 때가 있어요. 확인을 한다고 했는데도 실수를 할 때도 있구요. "

그가 이야기 한 것처럼 일을 하다보면 크고 작은 사고를 많이 보기도 겪기도 한다.  실제로 전기에 감전된 일은 수도 없이 많다고 했다. 이야기 중 그가 무서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정전기라고 해서 한참을 웃었다. 

특히 여름철 땀이 많이 날 때에는 아무리 조심을 해도 온 몸에 난 땀 때문에 감전이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셔츠에 땀이 배어 나와서 살짝 스치기만 해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 사고 뿐만 아니라 전기 일을 하는데 다른 애로사항도 있다고 말한다.

"전기공사는 천장 위에서 하는 일이 주로 많거든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눈높이 정도로 얼굴만 천장 위로 올리고 손을 더듬어 전선을 찾을 때가 있어요. 손을 바닥에 더듬다 보면 뭐가 물컹 잡혀요. 깜짝 놀라서 뭔가 하고 보면 죽은 쥐가 있는 거예요. 저는 그때가 진짜 싫더라구요."

1977년생이니 올해 44세인 오중근씨. 그는 올해로 전기일을 시작한 지 22년째이다. 학교 다닐 때에 댄스동아리에 빠져서 공부를 게을리한 탓에 입시에 실패하고 일단 군대부터 다녀와야 겠다 생각해서 바로 군에 입대를 했다.

군대를 제대할 때쯤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던 중 '전기기사'가 떠올랐다고 한다. 중학교 생활기록부 장래희망란에 '전기기사'라고 써 있던 게 갑자기 기억이 났다는 것이다. 그때 당시 친한 친구 아버지가 전기 일을 하셨는데, 친구집에 놀러 갈 때면 그 아버지께서 '전기 일 하면 먹고 사는데 걱정없다'라고 종종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 기억이 자신을 이 길로 들어오게 만들었던 것 같단다.

말년 휴가를 나와서 우연히 구인광고를 보게 되었고 기대없이 이력서를 냈는데 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그런데 면접까지 합격을 해 제대한 바로 다음 날부터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들어간 첫 직장이 조명 업체였고, 1999년 첫 월급으로 백만 원도 안 되는 돈을 받았다고 한다. 

박봉이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첫 직장에서 5년 정도 일을 했는데 그곳에서 일했던 시간이 가장 바쁜 날들이었다고 한다. 야간대학 전기과에 진학해서 일과 학업을 병행했기 때문이다. 그런 시간을 거치며 배운 기술을 밑천으로 독립을 했고 지금까지 같은 일을 하고 있다.
 
공사 현장에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오중근씨
▲ 전기공사현장 공사 현장에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오중근씨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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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살에 결혼을 한 그는 9살 된 딸과 12살 된 아들이 있다. 동네에서 아이들과 잘 놀아주기로 유명한 아빠로 소문 날 만큼 아이들과 자주 놀아준다. 워낙 활동적인 성격을 가진 그는 틈나는 대로 아이들과 여행도 다니고 동네 사람들과 술자리도 꽤 자주 갖는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제약이 많아졌지만 말이다. 그런 그에게 전기 일은 여러 가지로 딱 맞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시간이 어느 정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혼자 하는 일이라 계획 있게 일을 잡으면 가능한 일이다.  

"공사를 잡을 때 서로 시간 약속을 하잖아요. 물론 급하게 가야할 때도 있지만 주로 약속을 정해놓고 가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집에 일이 있다거나 여행을 가야 한다거나 저녁 약속이 있거나 할 때는 시간을 조율할 수 있어요. 그래서 시간이 좀 여유로운 편이죠. 사실 이 일이 욕심내고 무리하면 아주 바쁘기도 해요. 근데 저는 너무 욕심내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버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여가를 즐길 수 있으니까요."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는 오중근씨
▲ 바다낚시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는 오중근씨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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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하는 여가 생활은 어떤 것일까? 주변에 보면 취미가 없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바쁜 생활 속에서 취미를 챙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는 어떤 취미를 가지고 여가 생활을 즐길까?

"저는 낚시하는 거랑 기타 치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아하구요. 바다 낚시를 주로 하는데 바다에 가서 낚싯대를 던져 놓고 앉아 있으면 그렇게 마음이 편하더라구요. 그러다가 물고기가 잡히면 신나는 거죠. 저는 배 타고 갈치낚시도 해봤어요. 아우, 근데 그건 멀미 때문에 너무 힘들더라구요. 

한 번 나가면 거의 20시간을 바다에 있거든요. 그래서 배 타고 나가는 낚시 말고 그냥 바닷가에서 하는 낚시를 좋아해요. 아이들도 몇 번 데리고 갔더니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지금은 아이들이 낚시 가자고 저를 졸라요. 기타는 시작한 지 꽤 되었는데 독학으로 혼자 집에서 치다 보니 많이 늘지는 않네요. 그냥 악보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정도로 쳐요. 집에 오면 기타를 한 곡 이상은 꼭 쳐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는 자신의 삶을 참 열심히 사는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겸손해서 말하지 않았지만 일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일도 잘 한다는 것이리라. 자신의 아이도 원한다면 이 직업을 가져도 좋다고 말할 만큼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많고, 애정도 많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시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우리동네 오중근씨의 여유로운 삶을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 아이 친구의 아빠들을 인터뷰하고 있어요.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태그:#따뜻한이웃, #친구아빠, #전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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