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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가 11월 11일(현지시간) 스톡홀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신규 제한조치에 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스웨덴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부분 봉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오는 20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전국에서 오후 10시 이후 주류 판매가 금지된다.
 지난 11월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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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넘는 스웨덴 노동운동사에서 아주 보기 드문 현상이 최근 일어났다.

120만 조합원을 거느린 전국노동자총연맹(LO)이 노동권에 대한 사용자(한국의 '전경련'에 해당) 측과의 협상에서 몇 번이나 반대한 안에 LO 산하 산별노조인 지자체노조(50만)와 금속노조(24만)가 전격적으로 찬성하며 합의에 도달한 것이다.

이 두 산별노조는 LO 내에서 가장 큰 노조로 전체 조합원의 60%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LO의 나머지 12개 산별노조는 아직도 사용자 측 안에 반대를 하고 있으니 LO로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처해졌다.

LO 내부의 이 분열은 1938년 소위 '살트쉐바드(Saltsjöbad)' 협정 이래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노동운동과 노사합의에 의한 경제성장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스웨덴 모델'에 종지부를 찍은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우려와는 정반대로 러벤 사민당 총리는 이 합의를 '역사적'이라고 추켜세우며 환영했다.

다당제와 소수연립정부

이런 환영의 배경에는 다당제와 소수연립정부라는 스웨덴 정치의 고질적 문제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현 스웨덴 정부는 2018년 가을 의회선거를 거쳐 2019년 1월 출범한 사민당과 환경당으로 구성된 소수연립정부다. 소수연립정부의 약세를 극복하고 정치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정부는 우파의 자유당(L)과 중앙당(C)의 지지를 끌어내는 소위 2019년의 '1월 협정'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두 당의 지지는 공짜가 아니고 전통적인 사민당이나 환경당 정책과는 거리가 있는 자유당과 중앙당의 핵심 정책들을 실현해야 하는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래 각 당의 현재 의회 의석수와 정부와 야당과의 관계를 보면 명확해진다.
 
 현재 스웨덴 의회 구성
 현재 스웨덴 의회 구성
 
현 사민당과 환경당 소수연립정부는 고작 의회 의석의 33% 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 정부를 지지하는 우파의 자유당과 중앙당을 합쳐도 과반수에 못 미치는 48%에 머물고 있다. 반면 좌파의 좌익당과 나머지 우파의 기민당, 보수당 그리고 스웨덴민주당이 합세하면 52%로 의회 정족수의 과반이 넘어 정부에 대한 불신임 결의로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다.

스웨덴 같은 다당제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정부구성인데, 2018년 가을 의회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정부 구성을 어렵게 했고 정부 출범 후에도 '정부위기'라는 소리가 그치지 않은 상황을 계속 연출했다.

정부위기를 연출한 가장 난제 중 하나가 바로 '고용보호법(LAS)'의 노동권 문제다. 이는 이민 문제와 함께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작동해왔다. 자유당과 중앙당이 내건 정부지지 요건 중 하나가 늦어도 2021년까지는 고용보호법을 개정·현대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요구를 실현하기 위하여 정부는 2019년 4월에 정부위원회를 설치하였고, 이 위원회는 자신의 연구·조사 결과를 2020년 6월 1일 발표했다. 위원회의 제안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기업에서 일감 부족으로 인한 직원 해고 시 고용보호법의 '입사 역순위 규정' (turordningsreglerna om sist in-först ut)에 예외 규정을 더 확대했다.

이 규정은 노조에게는 이제까지 '신성한 소'로 여겨져 온 것으로 일감 부족으로 인한 직원 해고 시 제일 늦게 입사한 사람부터 자른다는 원칙이다. 현재 10인 이하의 기업에서 핵심 직원 2명에 한해서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위원회는 이 예외 규정을 확대하여 기업의 크기에 상관없이 5명까지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했다.

즉, 늦게 입사한 직원일지라도 기업이 원하는 직원은 5명까지 예외로 하고 6명째부터 입사 역순위 규정을 따른다는 것으로 사용자 측에 아주 유리한 제안이다.

2) 태만이라든지 역량 부족의 '개인적 사유'로 인한 직원 해고 시 현재와 같이 '사실에 근거한(saklig)' 기준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은 계속 존재한다. 하지만 15명 이상 기업은 법원 결정에 의해 정당한 기준이 아니라고 판정이 날 때도 해고가 무효가 되어 재고용되는 게 아니라 일정 수준의 보상을 거쳐 해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또한 사용자 측에 유리한 제안이다.

3) 사용자는 6개월 이상 근무한 직원에 대하여 역량개발 교육·연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를 어길 시 직원에게 2개월 급여를 지불해야 하고 2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는 3개월 급여를 지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앞의 두 제안이 사용자 측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에 대한 노동자 보상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위원회의 이러한 제안에 자유당과 중앙당은 환영했지만 사민당 노동부장관뿐만 아니라 LO도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균형을 잃은 제안이라며 즉각 반대의사를 표현했다.

좌익당은 노동자의 고용안전을 해치는 어떠한 제안도 반대한다며 이를 강행할 경우 정부불신임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좌익당이 불신임안을 내면 우파 야당인 보수당, 기민당, 스웨덴민주당이 가세하여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는 구조이다. 이전에도 좌익당의 이러한 협박이 다른 사안에서 상당한 힘을 발휘한 적이 있다.

스웨덴 전통에 따라 정부위원회의 제안을 중심으로 노사는 앞으로 고용보호법을 어떻게 개정할지 협의를 시작했고 LO는 사용자 측의 제안을 10월까지 두 번이나 거부했다.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이르자 자유당과 중앙당은 위원회의 제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1월 협정' 위반이라며 정부지지를 철회한다고 선언해 정부위기가 고조되었다. 이런 식으로 정부는 고용보호법 개정으로 인하여 좌, 우에서 동시에 협공을 당하며 사면초가가 되었다.

산별노조의 전격합의

이런 위기상황에서 LO 산하의 산별노조인 지자체노조와 금속노조가 사용자 측과 지난 12월 4일 전격 합의에 도달했다. 합의된 조항들은 위 위원회의 제안과 차이가 있고 몇 개의 조항은 신설되었다.

정부위원회의 제안 1)의 일감 부족으로 인한 해고 시 예외 규정을 '기업의 크기에 관계없이 5명에서'를 '기업의 크기에 관계없이 3명'으로 줄였고 2)의 '개인적 사유' 문제는 구체적으로 언급이 없고 단지 사용자의 비용절감이라고만 언급했다. 그리고 정규직 전환, 임금 삭감, 교육·연수 문제 등은 노동자 측에 유리하게 신설 또는 변경되었고 다음과 같다.

비정규직으로 2년 근무해야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을 1년으로 단축했다. 렌탈 기업에서 파견된 직원도 3년 동안 한 직장에서 24개월 근무했을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합의했다.

또 사용자가 전체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일률적으로 조금씩 줄이며 임금을 삭감하는 소위 '대패질'의 사용에 제한을 두어 입사역순위규정에 따라 임금을 삭감하고 임금 삭감 시에도 근무기간에 따라 1~3개월 동안 이전의 임금을 보장하도록 했다. 3)의역량개발 교육/연수도 8년 이상 근무한 직원은 임금의 80%를 받으며 1년(또는 3학기) 동안 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돌봄직원, 간호보조사 등 교육 수준이 낮고 비정규직이 많은 지자체노조는 대패질 제한과 정규직 전환 제안을 크게 환영했고 금속노조는 80%의 임금을 받으며 1년 동안 역량강화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을 합의에 찬성하는 주 이유로 들었다.

이와 같이 고용보호법의 조항들에 지자체노조와 금속노조가 사용자측과 합의에 도달함으로써 자유당과 중앙당의 정부불신임 협박은 사라졌다. 그러나 좌익당은 노동자의 권리를 해치는 어떠한 제안도 반대한다며 LO가 찬성하지 않는 안은 계속해서 반대할 것이라며 정부 불신임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이 협박도 당장의 문제는 아니다. 정부는 위 노조와 사용자측의 합의에 기초하여 2021년 정부안을 의회에 제출하게 되며, 좌익당은 그 때서야 정부불신임 무기를 사용할 수 있어 당장의 정부 위기는 모면한 것이다.

이번 사태가 남긴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의 전국노동자총연맹(LO)의 역할이다.

1930년대 이후 노사안정과 복지국가 달성의 큰 주춧돌이 된 LO의 역할은 지난 몇십 년 임금협상이 산별노조로 분권화되며 가뜩이나 입지가 약해졌는데 이번 노동자 권리보호와 고용안전의 가장 핵심 법령인 고용보호법 개정에서 완전히 무시되었다.

이에 대해 LO 의장은 "LO는 LO의 문제, 산별노조는 산별노조의 문제가 있고, 산별노조는 산별노조대로 각자 나아가 길이 있고 LO가 전체 산별노조와 함께 나아갈 길이 있다"며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커다란 실망을 숨기지 못했다.

앞으로 LO가 각자도생의 길을 가는 산별노조와 함께 사용자 측과의 관계 그리고 스웨덴 경제와 정치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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